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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선학동 나그네(1979)-이청준-

by 휴리스틱31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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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동 나그네(1979)

-이청준-

 

● 줄거리

 

선학동을 찾은 나그네는 들판으로 변해 버린 포구의 모습에 실망한다. 나그네는 주막집 주인 사내로부터 선학동에 학이 다시 날게 되었다는 뜻밖의 소리를 듣게 된다. 나그네는 주인 사내로부터 두 번에 걸쳐 선학동을 다녀간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나그네와 여자의 관계(오누이)가 암시되며 주인 사내는 여자가 학을 다시 날게 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나그네와 여자의 관계가 밝혀지고, 주인 사내는 나그네에게 자신의 종적을 더 이상 찾지 말아 달라는 여자의 부탁을 전한다. 누이의 부탁을 받아들인 나그네가 주저앉아 있다가 떠난 고갯마루 위의 빈 하늘에는 백학 한 마리가 하염없이 떠돈다.

 

● 인물의 성격

 

◆ 나그네(사내) → 눈먼 여자의 오빠로 그녀의 소식을 좇아 떠돌아다니는 인물. 나이는 50세 정도이고, 행색이 초라함. 현재 이야기는 주로 이 인물의 관점에서 서술됨.      

 주막 주인  과거 이야기의 전달자이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자

◆ 노인 → 눈먼 여자의 아버지이자 '나그네'의 의붓아버지. 떠돌이 명창으로 예(藝)의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실질적인 주인공의 한 사람

◆ 눈먼 여자 → 떠돌이 명창으로, 그 아버지와 함께 실질적인 주인공. 마음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볼 줄 아는 신비적 인물

 

 

● 구성 단계

 

<현재 이야기>

◆ 발단 : 나그네가 선학동을 찾아옴.

◆ 전개(1) : 나그네와 주막 주인이 상면하여 과거 이야기의 전언을 준비함.

◆ 전개(2) : 소리꾼 부녀를 주인공으로 한 과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됨.

◆ 절정 : 나그네의 정체가 밝혀짐.

◆ 결말 : 주막 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나그네가 선학동을 떠남.

 

<과거 이야기>

◆ 발단 : 소리꾼 부녀가 선학동을 찾아옴.

◆ 전개 : 아버지가 눈먼 딸에게 비상학의 모습을 심어 주며 소리를 단련시킨 후 떠남.

◆ 위기 : 눈먼 여자는 아버지의 유골을 가지고 나타나면서 마을 사람들과 갈등을 빚음.

◆ 절 : 눈먼 여자가 비상학의 모습을 재현시킴.

◆ 결말 : 눈먼 여자가 아버지의 유골을 암장하고, 선학동을 떠나 종적을 감춤.

 

 

 

<사건 재구성 : 시간의 흐름>

(1) : 현재로부터 30여 년 전에 소리꾼 노인이 눈먼 딸과 아들을 데리고 선학동에 나타난다.

(2) : 주막에 자리를 잡은 노인은 선학동 비상학의 모습을 즐기는 한편 딸에게 소리를 단련시킨다.

(3) : 서너 달 후 소리꾼 일행이 선학동을 떠난다.

(4) : 현재로부터 2년 여 전에 눈먼 여자가 아버지의 유골을 가지고 다시 나타난다.

(5) : 마을 사람들이 묏자리를 내 주기를 꺼리지만, 그 여자는 소리로써 마을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6) : 여자가 비상학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을 주막 주인이 목격한다.

(7) : 아버지의 유골을 암장한 여자가 종적을 감춘다.

(8) : 여자의 오빠인 나그네가 선학동을 찾아온다.

(9) : 나그네가 주막 주인으로부터 여자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10) : 나그네가 주막 주인에게 자신의 정체를 암시한다.

(11) : 나그네가 선학동을 떠난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삶의 한(恨)을 소리라는 예(藝)의 세계로 승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음의 세계'를 다룬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렇게만 치부해 버릴 수 없는 묘한 감동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 이야기와 과거 이야기의 중층 구조로 짜여 있다. '눈먼 여자'가 중심이 되는 과거 이야기는 5단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나그네와 주막 주인의 만남과 대화, 이별로 구성되어 있는 현재 이야기는 '위기' 단계가 없이 4단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현재 이야기 속에는 인물(나그네와 주막 주인) 간의 갈등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예(藝)를 추구하며 떠돌이로 일생을 산 소리꾼 부녀(父女)나 그들을 잊지 못해 회한에 젖어 사는 나그네는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한이 애간장을 끊을 듯한 판소리로 승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한서린 삶의 예술적 승화를 이야기로 들려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자의 소리에 의해 비상학이 재현되는 대목에서 삶의 예술의 절묘한 어우러짐을 목격하게 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다분히 신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작가는 인물의 명명법에까지 신경을 썼다. '사내, 손, 주인, 여자, 노인, ……' 등, 인물들은 모두 구체적인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 이다. '홍길동'이니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명명이 되어 있는 상태라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이 작품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한의 예술적 승화를 제대로 구현해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개의 신비적인 이야기들이 현실의 삶과 유리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지난날 고달프게 살았던 우리 서민들의 삶과 정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소리의 세계는 주체와 객체의 균열이 제거된 우주와의 합일과 조화가 가능한 세계이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언어와 존재가 분리되지 않은 충만한 존재적 언어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소리꾼 여인은 이와 같은 소리 세계의 탐구에 자신의 온 삶을 바침으로써, 그 삶에 깃들어 있는 한을 넘어서 타인에 대한 사랑을 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그녀는 소리를 통해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아비에 대한 원망과 저주를 용서할 수 있게 되어,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영혼의 폭과 넓이를 확장한다. 또한, 자기 구원적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는 공동체적 선의 세계에까지 도달한다. 이와 같은 세계의 도달은 물이 없는 포구에 다시 비상하는 학의 현현으로 나타난다. 이 비상학은 이청준 문학에서는 보기 드물게 성취되는 감동적인 화해의 순간으로 작가 자신의 문학적 꿈의 현현으로 볼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배경

* 시간적 → 1940 ~ 1970년대

* 공간적 → 호남 지방의 선학동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현재 이야기는 '나그네', 과거 이야기는 '주막 주인'의 관점을 중심으로 서술되므로 제한적 시점이다.)

 

 표현상 특징

* 호남 지방의 사투리를 중심으로 한 토속적인 문체

* 전통적, 신비적, 애상적, 낭만적, 토속적 성격과 분위기

*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켜 역순행적으로 구성함.

 

 출전 : 계간 <문학과 지성>(1979년 여름호)

 주제  한(恨) 서린 삶의 예술적 승화

 

 '선학동 비상학'의 상징성 : 선학동 비상학(飛翔鶴)의 모습은 우연의 산물이다. 포구에 물이 차 오르면 저물녘의 산 그림자가 학이 나는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이나 소리꾼 부녀에게는 그것이 실제의 학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애환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부류이다. 이와 같은 삶은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비상학은 현실적 고난과 한에서 풀려나 마음껏 자유를 구가하는 이상적 삶의 상징인 것이다.

 

 

● 더 읽을거리

 

 작품핵심적 내용 요소 

이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떠도는 자, 또는 민중들의 애환 어린 삶이 '소리'라는 예술의 힘으로 승화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중 인물들이 신비로운 정신적 세계의 경지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전자가 이 작품의 주제로 내세워질 수 있다면, 후자는 그 주제를 성립하게 하는 바탕이 된다.

간장을 녹이는 민중들, 그리고 과거의 인연을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매는 나그네 등 한서린 인생들이 이 작품의 주역들이다. 이들은 모두 '소리'라는 남도 특유의 예술로써 자신들의 삶을 차원 높게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물리적인 세계를 기반으로 해서는 성립되기 어렵다. 그것은 마음의 눈으로 보고, 없는 것도 있는 것이 될 수 있는 절묘한 세계를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선학동 나그네'에서의 한(恨)(김치수, '박경리와 이청준'에서)

이청준에 있어서 소리는 남도의 소리, 다시 말해서 남도창을 의미한다. 단편 <남도 소리>를 비롯하여 그의 절창이라 할 수 있는, <선학동 나그네>에 이르기까지 이 작가의 일련의 단편들은 소리를 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선학동 나그네>에서의 '소리'는 이 작가의 세계의 한 측면을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소리의 주인공이 살고 있는 삶의 애절함에만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절절한 마음의 소리는 청각적인 차원으로부터 학이 날아가는 시각적 차원으로 변용되는 데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서 소리의 주인공은 장님인 소녀와 그녀의 늙은 아버지이다. 그리고 이들이 살다가 이야기를 남기고 간 장소는 선학동이다.

 

- 마을 앞 포구에 밀물이 차 오르면 관음봉이 문득 한 마리 학으로 그 물 위를 날아오르기 때문이었다. 포구에 물이 들면 관음봉의 산그림자가 영락없는 비상학의 형국을 지어냈다.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고깔 모양의 주봉은 힘찬 비상을 시작하는 학의 머리요, 길게 굽이쳐 내린 양쪽 산줄기는 그 날개의 형상이 완연했다. -

 

 

이처럼, 비상학의 형상이 되는 관음봉을 보면서 선학동에서 소리를 하고 있던 노인이 눈먼 딸에게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노인이 소리를 들려 주는 것은 '포구에 물이 차 오르고 선학동 뒷산 관음봉이 물을 타고 한 마리 비상학으로 모습을 떠올리기 시작할 때'인 것이다, '해질녘 포구에 물이 차 오르고 부녀가 그 비상학과 더불어 소리를 시작하면 선학이 소리를 불러낸 것인지, 소리가 선학을 날게 한 것인지 분간을 짓기가 어려운 지경'까지 그들의 소리는 절창이 되어 간다. 그러나 이들 부녀는 마을을 떠나 종적을 감춘다. 그 뒤 20여 년만에 장님인 딸은 아버지의 유골을 가지고 와서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소리를 한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절정에 도달한 어느 날, 그 딸은 아버지의 유골을 관음봉에 암장하고 다시 그 마을을 떠난다. 그 후 20년만에 장님인 누이를 찾아 헤매는, 아버지가 다른 오라비가 선학동에 나타나서 자초지종을 듣게 된다. 여기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관음봉에 대한 전설과 홀아비가 된 노인과 장님인 그 딸의 소리뿐이다. 그러나 그 소리는 그들 부녀의 한 많은 삶이 선학동의 전설 속에 들어가게 만들어 준다.

 

   : 청 '작가와의 대화'(1981) 

나는 남도 소리도 삶의 한 양식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흔히 남도 소리의 핵심을 한이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한이라는 것이 삶의 과정에서 맺혀진 어떤 매듭, 옹이 같은 것으로 얘기될 수 있다면, 그 맺혀진 매듭, 옹이를 삶으로써 풀어 나가는 한 양식, 그것을 저는 소리로 이해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소리 자체가 삶의 또 다른 양상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말이 소리로 넘어간다는 것은 말이 우리 삶을 떠나서 의미를 잃고 말 자체의 질서 속으로 응축되어 버린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삶과 더 깊이 연결지어지는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언어 사회학 서설'의 주인공이 도회의 삶에 끼어들지 못하고 방황하듯 남도 사람의 주인공도 시골의 삶에 융합하지 못하고 떠돎이 계속되는 것은 그가 원래 그 시골의 삶에서 쫓겨난 사람이며, 그래서 그 삶의 깊이에 도달하지 못한 까닭으로, 그것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노력의 과정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지요.

 

 

 '소 녀'삶과 예술(김치수, '박경리와 이청준'에서)

소리는 그들 부녀의 한 많은 선학동의 전설 속에 얽혀 들어가게 만들어 준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포구에 물이 차 오를 때 노인이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장님인 딸이 아버지의 소리를 통해서 그 비상학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비상학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장님인 딸의 소리가 절정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녀의 소리가 절정에 도달하였을 때 그녀의 육체는 그 곳에서 사라져 버리지만 '이제 이 선학동 하늘을 떠도는 한 마리 학으로' 그곳에 남아 있게 된다. 그것은 그녀의 소리를 통해서인 것이다. 여기에서 딸이 절창이 되기까지는 이들 주인공들의 내면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한이 작용을 하고 있다. 이 한은 딸의 ㅅ ㅗ리가 '선학을 날게 한 거 ㅅ인지', '선학이 소리를 불러 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의 절창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아버지가 딸의 눈을 찔러 앞을 못 보게 만들 만큼 깊은 것이다. 말하자면, 신체에서 시각이라는 감각 기관을 마비시킴으로써 소리를 통해 시각 기능을 대체하고자 한 아버지의 행위는, 자신의 내면에 대대로 쌓여 온 한을 풀기 위한 것으로서, 딸의 모든 힘을 소리의 연마로 집약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기막힌 소리를 통해서만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남도 소리의 어떤 경지에 대한 탐구인 것이다. 육신의 눈이 멀어서 앞을 못 보게 된 딸은 자신의 소리가 절창이 되어 감으로써 마음의 눈으로 비상하는 학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청각에 의해 비상학의 형태를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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