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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병신과 머저리(1966)-이청준-

by 휴리스틱31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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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과 머저리(1966)

-이청준-  

 

● 줄거리

 

'나'는 화가다. 형 친구의 소개로 한때 화실에 나왔던 '혜인'에게서 청첩장을 받는다. 그녀는 '나' 대신에 장래가 확실한 의사(형의 친구)를 배우자로 택한 것이다. '나'는 무기력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림은 진전(進展)이 없다.

형은 의사다. 6 · 25 때 패잔병으로 낙오되었다가 동료를 죽이고 탈출했다는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20여 년 동안 외과 의사로 실수 한 번 없던 그가, 달포 전 수술을 한 어린 소녀가 죽자 병원 문을 닫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것은 형의 체험담이었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셋이다. 표독한 이등 중사 오관모, 신병 김 일병, 그리고 서술자인 '나'(그것은 형이다)였다. 그들은 패주한다. 김 일병은 팔이 잘려 나가 썩어 가고 있다. 그들은 동굴 속에서 숨어 지낸다. 오관모는 전부터 김 일병을 남색(男色)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김 일병의 상처에서 나는 역한 냄새로 그 짓이 불가능해지자 김 일병을 죽이려 한다.

형의 소설은 거기서 멈춰 있다. '나'의 그림 역시 진전이 없다. '나'는 형 대신 소설의 결말을 써 나간다. ―오관모가 오기 전에 형이 김 일병을 쏘아 버린다. 형은 참새 가슴처럼 떨고 있다.― 라고.

 

형은 내가 쓴 결말을 읽고는 병신, 머저리라고 '나'를 욕한다. 그리고는 ―오관모가 김 일병을 죽이고, 뒤따라간 자신이 오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끝맺는다.

이 뜻밖의 결말은 '나'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런데 '혜인'의 결혼식에서 돌아온 형은 자신의 소설을 태워 버린다. 결혼식장에서 오관모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형은 건강한 생활인으로 돌아가 다시 병원문을 연다.

 

 

● 인물의 성격

 

◆ 형 → 의사.  6 · 25 참전 중 낙오되었던 경험과 최근 치료받던 소녀의 죽음의 충격이 복합되어 병원 문을 닫고 체험을 소설로 쓰면서 서서히 아픔을 극복, 다시 건강한 생활인으로 돌아온다. 소설쓰기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인물이다.

◆ 동생(나) → 화가. 혜인을 사랑하면서도 어물쩡하게 놓쳐 버리고, 매사에 끝없는 무기력과 패배감을 지 닌다. 형은 전쟁의 상흔이라는 뚜렷한 환부(患部)를 가지고 있는데 반하여, 자신은 환부를 알 수 없는 60년대의 '병신과 머저리'라고 생각한다.

◆ 혜인 → '나'의 애인이었으나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 오관모 → 부하인 김 일병을 성적으로 학대하다가 부상을 입자 김 일병을 죽이려 하는 인물로 인간의 이기심과 현실적 부조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 김 일병 → 전쟁이 벌어진 암담한 현실에서 고통받는 인물이다.

 

● 구성 단계

 

◆ 발단 : 의사인 형이 병원일을 그만 두고 소설을 씀.

◆ 전개 : 동생인 '나'가 그 소설을 보고 형의 아픔의 근원을 발견하려 함.

◆ 위기 : 혜인으로부터 절교의 편지를 받음.

◆ 절정 : 형이 오관모를 쏘아 죽인 소설 내용을 봄.

◆ 결말 : 형의 병원일 재개. '나'는 아픔이 없는 환부의 근원을 자문해 봄.

 

 

● 이해와 감상

 

 <병신과 머저리>는 의사인 형과 화가인 동생의 고뇌를 주요 소재로 한 작품이다. 형은 실상 자신의 전적인 책임도 아닌 수술의 실패를 계기로 고민에 빠진다.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진 그는 수술의 실패 후 옛날 6.25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 고민에 빠진 것이다. 그 기억이란 적진에 고립되었던 형이 자신의 생존과 성욕만을 아는 이기적인 관모의 위협 때문에 사명을 다하지 못한 채 부상당한 김일병을 죽게 만들었던 사건이다. 여기서 형은 당시 상황을 소설로나마 재구성하여 체험함으로써 그 기억이 주는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고심 끝에 형은 사명감의 실천을 가로막는 현실의 위협을 상징하는 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그 소설의 결말을 짓고 다시 의사 일을 하게 된다.

 

 우연히 형의 소설을 본 동생이 그림도 못 그릴 정도로 혼란에 빠지는 것은 형의 고민과 자신의 고민이 유사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생이 형과 다른 점은 관모로 상징되는 부정적 현실의 힘을 과도하게 평가한 나머지, 사명감의 완벽한 실천은 불가능하다는 회의에 빠져 있다. 동생은 자신의 신념이나 사명감을 완벽하게 펼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면, 아예 실천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자 회의주의자인 것이다. 동생의 이러한 성격은 완벽한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가 혜인과의 사랑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데서도 나타난다.

 

 이 소설은 액자소설적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비교적 짧은 내부 이야기를 내포하는 소설 구성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액자소설은 이야기의 외부에 하나의 서술자의 시점이 설정되는 한편, 내부 이야기에서는 동생인 '나'가 다른 화자의 서술 시점을 대표하여 층위가 다른 서술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형'의 세계관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세계관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 작품의 갈등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의 실천에 관한 형과 동생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형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행동적 유형의 인물이며, 동생은 완벽한 실천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이 완벽해질 때까지 계속 고민만 하는 회의적 유형의 인물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또 다른 핵심은 작품 결말에 관모가 다시 등장하는 데 있다. 형이 소설에서 죽인 것과는 달리 관모(이기심과 생존 욕구)는 여전히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한 개인이 관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그 문제가 실제 현실에서 해결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은 주장한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전후소설, 액자소설

◆ 배경

* 액자 밖 → 1960년대 어느 도시, 병원과 화실

* 액자 속 → 6 · 25 전쟁 당시 북한 강계 지역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및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혼용

◆ 표현상 특징 : 추리소설적 기법 - 관념이나 사건을 추적하는 집요함이 나타남.

 

◆ 갈등 구조

* 전쟁 체험 세대인 형과 미체험 세대인 동생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갈등

* 형(참전 경험에서 비롯된 아픔)과 동생(관념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의 대립과 갈등

* 형은 소설 창작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지만, 동생은 아픔을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무기력함과 패배감에 빠짐.

 

◆ 주제

*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내적 갈등

* 두 형제의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하여 '아픔'의 원인과 그 극복 과정을 형상화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소설의 결말에 동생이 '형에게는 명료한 얼굴이 있지만 나에게는 없다'고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해 보자.

⇒ 6.25를 겪은 세대인 형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통해 자신이 극복해야 할 현실의 모순(이기적인 생존욕구와 이타적인 사명감의 괴리)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명료한 얼굴'은 바로 극복해야 할 모순을 지칭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 회의적인 동생은 그러한 모순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상태이다.  즉, 형은 관념 속에서만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고, 동생은 그러한 관념을 회의의 눈으로만 바라보기에 아무런 실천도 할 수 없는 인물이다.

 

2. 이 소설에서 형이 자신의 소설의 원고를 불태우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

⇒ 소설 속 상상이 허구에 불과함을 실제로 확인한 데서 비롯된 행위이다. 즉 형은 오관모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소설 속에서 오관모를 죽인 것은 다만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폭력에 굴복한 그 자신의 비굴함은 소설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여전히 엄연하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했기 때문이다.

 

3. 소설에서 동생이 그리고자 하는 '얼굴'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가 ?

⇒ 자기 정체성

 

 

4. '나'가 형의 소설에 채워넣은 이야기와 형이 채운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

⇒ 김일병은 관모에 의해 죽을 운명에 처해 있고, 김일병의 운명은 오직 관모에게 달려 있는데, 이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 형과 나는 차이를 보인다.

'나'는 김일병이 어차피 죽게 되어 있다면 그 죽음의 공포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죽여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형은 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결정한다. 힘있는 관모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투쟁적 태도의 형과, 투쟁은 못 하고 얄팍한 자비심을 지닌 '나'의 태도가 차이를 지닌다.

 

5. 형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

⇒ 의료사고로 인한 위신의 추락과 인간적 열등감을 떨쳐 버리려는 정신적 노력의 일환이다. 이 소설 쓰기로 형은 다시금 살의와 같은 삶에 대한 투쟁심을 키운다.

 

6. 거지 소녀의 발을 밟고 지나가는 행위로 유추할 수 있는 형의 심리 상태는 ?

⇒ 형은 고통을 그보다 더한 잔인성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관모를 죽이는 소설을 쓰면서 뛰어넘으려 하는 것과 같은 태도이다. 거지 소녀에게 연민을 바치기는커녕 그 손을 발로 밟고 지나감으로써 스스로 잔인성을 키우는 것이다. 이리하여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일말의 연민도 용납하지 않는 비정한 투쟁심을 불붙이려고 한다.

 

 

 

● 더 읽을거리

 

◆ '병신과 머저리'의 구성상 특징

이청준의 소설이 곧잘 취하는 방식처럼 '병신과 머저리' 역시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형이 소설을 쓰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액자 소설과는 달리 두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액자 소설은 처음 부분과 끝 부분에 바깥 이야기를 배치하고 중간에 안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소설 속의 주인공인 형이 소설을 써 가면서 자신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바깥 이야기와 안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또 다른 소설을 쓰는 구성을 취하여 주인공들의 고통과 그 극복 과정을 좀더 입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 '병신과 머저리'의 의미

이 작품에서 형은 전쟁 체험의 아픔과 자신의 치료를 받았던 소녀의 죽음 때문에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존재이다. 이에 반해 동생은 형과 같은 절실한 체험도 없이 무기력한 생활을 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결말부에서 형은 소설 창작의 과정을 통해 죄책감에서 벗어나 건강한 일상인으로 되돌아오게 되고 동생은 여전히 자신의 아픔의 환부를 알지 못한 채 현실을 회피한다. 이러한 점에서 처음에는 죄책감에 시달려 일상적인 삶을 포기하다가 결국은 자신의 환부를 알고 정신적 건강을 회복한 형은 '병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신의 환부도 알지 못한 채 무기력함에 빠져 있는 동생은 '병신이자 머저리'라고 볼 수 있다.

 

 

◆ '형'과 '나'의 갈등 양상과 현실 대응 태도

* '형'의 갈등 : 1960년 이전의 전후 소설(오상원의 '유예', 선우휘의 '불꽃')에 나타난 갈등은 대체로 적군과 아군 사이의 갈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나타난 '형'의 갈등은 내면적 갈등이다. 즉, 부상당한 부하인 김 일병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오관모를 죽이느냐 아니면 방관하느냐 하는 내면적 갈등은 소녀의 수술이 실패로 돌아가자 다시 형을 괴롭히게 된다.

* '나'의 갈등 : '나'의 갈등은 아픔의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관념의 갈등이다. 이러한 '나'의 내면적 갈등은 형의 태도와 대비가 되어 소극적인 삶의 태도로 비치기도 하며, 형체를 알 수 없는 아픔을 앓고 있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 형과 나의 현실 대응 태도 : 형과 동생의 현실 대응 태도의 차이는 소설의 결말을 완성시키는 방식의 차이에서 잘 드러난다. 동생은 오관모가 오기 전에 형이 김 일병을 쏘아 죽이는 것으로 결말을 맺지만, 형은 김 일병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부하들을 괴롭혀 왔던 불의(不義)한 오관모를 쏘아 죽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동생이 소극적으로 현실에 타협하는 반면, 형은 불의한 현실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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