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射手) (1959)
-전광용-
● 줄거리
나는 병원에서 눈을 뜬다. 나는 B와의 마지막 대결을 생각하며 자신이 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한다.
나와 B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어느 날 하학종이 울리기 직전, '곰'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말끝마다 습관적으로 내는 '엠' 소리를 세다가 선생으로부터 서로의 뺨을 때리라는 벌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때리기 시작한 둘은 나중에 감정을 앞세워 때리게 되었고, 나는 결국 B에게 뺨을 얻어맞고 코피를 흘리며 교실 바닥에 나뒹굴게 된다. B가 이긴 것이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나와 B의 경쟁 관계는 경희라는 이성에게, 공부에게로 계속 이어진다. 졸업반이 되던 해 나와 B는 경희를 놓고 공기총으로 대결을 하게 된다. 상대편을 나무 옆에 세워놓고 귀의 높이 되는 곳의 나무 복판을 정확히 맞추면 이기는 것이다. B가 총을 쏜 순간 그의 총알이 내 오른쪽 귓볼을 찢는다.
6 · 25 동란을 계기로 모두 흩어지고 '나', B 그리고 경희는 한 부대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경희의 소식을 물어도 모른다고 하던 B는 이미 경희와 결혼하여 아기가 있는 상태였고, 알 수 없는 적의, 배신감이 나에게 자리하게 되었다.
이후 B가 이적적인 모반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신문 보도를 본 후, 나는 B의 구명을 위해 경희를 찾아가게 되고, 그 자리에서 경희는 수복 후 나에 대한 수소문을 서두르는 사이 나의 소식이 묘연하여 B와의 결혼이 성립되었다고 이야기한다.
B의 이적 행위에 대한 수형이 이루어지고 나는 이 수형의 사수 중의 한 사람으로 서게 된다. '쏘아' 구령이 울리고 내가 방아쇠를 당긴 때는, 이미 B가 다른 네 발의 탄환을 맞고 쓰러진 뒤였다. 그 순간 극도의 빈혈로 나는 쓰러지게 된다.
*출처 : 글동산 국어<문원각>
● 인물의 성격
◆ 나 → 어린 시절부터 친구 B와 끝없이 운명적인 대결의 상황을 맞이하는 인물이다. 같은 학급에서 성적으로, 또 여자 친구 경희를 놓고 경쟁하지만 늘 내가 패배하고 만다. 그래서 나는 그와의 대결 속에서 이겨야 한다는 오기와 늘 지고 있다는 패배감을 동시에 느낀다.
◆ B → '나'의 영원한 맞수이며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전쟁을 빌밀 나의 연인이었던 경희와 결혼하지만 나중에 사수인 나를 눈 앞에 두고 사형을 당한다.
◆ 경희 → 학창 시절 나와 B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나와 연인이었지만 내가 전쟁으로 인해 소식이 묘연해지자 B와 결혼했다.
● 구성 단계
◆ 발단 : 나는 병원에서 깨어나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B가 총을 맞아 거꾸러진 기억과 내 귀의 상흔이 떠오르며 인간 관계의 대립과 패배 의식이 암시된다. '나'는 깨어나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 전개 : 학창 시절 곰 선생에게 벌을 받게 되면서 나와 B는 첫 대결을 벌인다. 서로의 뺨을 때리는 벌은 급기야 시뻐건 코피가 나게 했고 그 첫 대결에서 나는 B에게 패배한다. 성적 경쟁도 심하게 벌였고, 경희라는 여자 친구를 놓고도 경쟁을 벌였다.
◆ 위기 : 경희를 차지하기 위해 B는 나에게 공기총 대결을 벌이자는 제안을 하고 나는 또 이 대결에서 패배하고 만다. B가 쏜 총알은 내 오른쪽 귓불을 찢고 지나가고 나는 피를 흘린다.
◆ 절정 : 전쟁 중 나는 B를 다시 만나게 되는 데 B 옆에는 그의 아내가 된 경희가 잇었다. 나는 충격을 받고 경희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지만 곧 경희의 상황을 이해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 결말 : B는 이적적인 모반 혐의로 구속되고, 나는 그런 B의 사형 집행 사수가 된다. 나는 최후의 대결에서 B를 이길 수 있었지만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친구를 죽여야 한다는 데서 오는 갈등과 망설임이 또다시 B를 이기지 못한 패배자가 되게 만든 것이다.
● 이해와 감상
◆ '나'와 친구 B는 어린 시절부터 맞수이다. 6·25의 혼란기 속에서 '나'와 B는 사수(射手)와 사형수(死刑囚)의 관계로 대립한다. 마지막 대결에서 B는 '나'와 또다른 사수(射手)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인간의 삶에 개입하여 그 관계를 미묘한 방향으로 전개시키는 어떤 비밀스러운 힘이 있지 않은가를 생각케 하는 작품이다.
◆ 이 작품은 인물들의 대립 관계를 통해서, 인간 사이에 음험하게 자리잡고 있는 대결 의식과 그 비극적 결말을 그리고 있다. 인간은 무수한 형태의 대립 관계를 겪어 가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 모든 대립과 갈등은 스스로의 인간적 의지에서보다는 그와 같은 대립을 요구하는 외부적 상황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미묘한 인간 관계를 통하여 비극의 본질과 그 책임의 궁극적 소재를 탐구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 이 작품의 구성을 보면, 이 작품의 서두 부분은 '나'가 B의 사형을 집행하고는 그 충격으로 기절하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작품의 서두를 채우고 있는 인물과 상황은 시간의 전후 관계로 볼 때에는 결말 부분에 나오는 B의 사형 집행 장면 바로 뒤에 붙여야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의 서술 방법은 맨 앞에 결론을 제시해 놓고 어떻게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일종의 연역적 방법이며, 시간의 역전적 배치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작품은 의식이 혼미한 가운데 현재의 일과 과거의 일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 인물의 의식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기법적으로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심리소설, 전후소설, 사실주의 소설 (사실적, 비판적, 심리적)
◆ 배경
* 시간적 배경 → 6 · 25 전쟁
* 공간적 배경 → 병원, 학교, 전쟁터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특징
* 인간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심리적으로 포착함.
* 간결체를 중심으로 심리 전개를 속도감 있게 표현함.
* 역전적 구성 방식
◆ 주제 ⇒ 인간 사이에 운명적으로 내재해 있는 대결 의식과 경쟁 의식
◆ 출전 : 『현대문학』(1959)
● 생각해 볼 문제
1. 사수로서 B와의 최후의 대결에서 보인 '나'의 태도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나'는 최후의 대결에서 B를 이길 수 있었던 기회를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 놓치고 만다. 왜냐하면 무방비 상태에 놓인 친구를 죽여야 한다는 데서 오는 갈등, 절친했던 친구에게 총구를 겨누게 만든 어떤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반발감, 그리고 그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망설임이 순간적으로 '나'의 뇌리에 스쳤기 때문이다. '나'는 또다시 B를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에 젖게 된다.
2. 이 작품에서 '나'와 B가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들을 찾아 보고, 그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 중학 시절 선생님의 벌로 서로 뺨 때리기를 하다가 둘 사이의 감정이 격앙되고 결국에 '나'는 코피를 흘린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실력 경쟁을 벌이는데, 이 또한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대립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경희를 사이에 두고 대결을 벌이는데, 경희의 출현 역시 두 친구가 필연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 둘 사이에 경희가 끼어 듦으로써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수로서, B는 사형수라는 극적인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결국 '나'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다시 한 번 패배감을 맛본다. 이는 전쟁이라는 외부 상황이 만들어낸 갈등 양상이다. 결국 '나'와 B의 갈등은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부적 상황에 의해 이루어지는 현실로 인하여 대립하는 인물들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 더 읽을거리
이 작품의 구성은 '나'와 B의 대립 관계가 몇 개의 사건을 통해서 전개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같은 대립 관계를 통해서 인간 사이에 음험하게 자리잡고 있는 대결의식과 그 비극적 결말을 그리고 있다. '나'와 B는 어렸을 때 같은 반에서 공부를 했다. 둘이서 선생님의 '엠'소리를 세고 웃다가 함께 벌을 받게 된다. 서로 뺨 때리기를 하는 사이에 감정이 격앙되고 결국에 '나'는 코피를 흘린다. '나'는 깊은 패배감을 느낀다. 선생님의 벌이 두 친구를 적대 관계로 만들어 버린 것 이다.
그들은 또 실력 경쟁을 한다. 그런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대립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한 반에 있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경쟁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경희를 두고 대결을 버린다. 경희가 우연히 그들 사이에 나타났고, 경희가 나타난 자리에 두 친구가 다 함께 있었기 때문에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후 그들은 극적인 상황에서 다시 만난다. '나'는 사수로서, B는 사형수로서, 이미 여러 번 경쟁을 벌였던 그들이라 피차 간에 적수가 된 지 오래되나, 이 상황에서 그 대결의 질과 농도는 확연히 다르다. '나'는 B의 심장에 붙은 붉은 딱지에 총을 겨눈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무방비 상태에 놓인 친구를 죽여야 한다는 데서 오는 갈등, 절친했던 친구에게 총구를 겨누게 만든 어떤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반발감, 그리고 그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망설임이 순간적으로, 정말 순간적으로 '나'의 뇌리에 스쳤기 때문이다. '나'는 또 다시 B를 이길 수 없는 패배감에 젖는다. '나'는 방아쇠를 당긴다. 그것은 B를 향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패배감을 '사살'하려는 반발심의 방아쇠이다. 그러나 이미 B는 다른 네 방의 탄환을 맞고 쓰러진 뒤였다. '나'는 이겼어도 비굴하게 이긴 것 같다.
인간은 무수한 형태의 대립 관계를 겪어 가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 모든 대립은 스스로의 인간적 의지에서보다는 그와 같은 대립을 요구하는 외부적 상황에 의해서 이루어진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미묘한 인간 관계를 통하여 비극의 본질과 그 책임의 궁극적 소재를 탐구해 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김태형 외 <현대소설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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