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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후송(1962)-서정인-

by 휴리스틱31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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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송(1962)

-서정인-

 

● 줄거리

 

티나이투스란 기이한 귓병을 앓는 성중위는 육체적 고통은 없지만 시시로 귀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후방 병원으로 후송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자각증세에 불과한 귓속의 소리는 군의관의 인정을 받지 못해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전에 그는 휴가에서 귀대 도중 지나가는 군용차에 편승해 달라고 손을 들었으나 차는 그냥 지나갔고, 그래서 순간적이나마 그 차를 저주했다. 그는 귀대한 후 그 차가 전복하여 사상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무언가 불안에 싸여 사격장에서 권총을 난사했다. 그 후부터 그의 자각 증세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마침내 상급병원으로 찾아가 청각 테스트를 받고 거기서 얻은 의견서로 겨우 입원 허가를 받는다. 그리하여 몇 차례의 반복되는 곡절을 겪고 후송에 성공하지만, 그가 가게 되는 후방병원은 귓병과 관계 없는 곳이었다.

 

 

● 인물의 성격

 

◆ 성 중위 → 티나이투스라는 희귀한 귓병을 앓고 있는 포병 장교. 자신의 귓병을 꾀병으로 여기는 여러 군의관들을 상대로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인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후방으로 후송되기에 이른다.

◆ 의무 참모 → 주인공과 대학 동문으로 유일하게 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군의관임. 군대 조직 중에서는 드물 게 조류 관찰이라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 구성 단계

 

◆ 발단 : 귀가 아픈 데도 불구하고 성 중위는 참모장의 명령에 복종하여 포 사격장으로 파견 근무를 나간다.

◆ 전개 : 의무 참모의 도움으로 주인공은 수도 육군 병원에 가서 청력 테스트를 하게 된다.

◆ 위기 : 사단 의무 중대로부터 야전 병원을 옮기게 된 주인공은 선입관에 강하게 사로잡힌 군의관을 만난다.

◆ 절정 : 다시 후송 병원으로 이송된 성 중위는 그곳에서 다시 한 번 선입관을 가진 군의관을 만나게 된다.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가 조직에 의해 묵살되는 경험을 한다.

 결말 : 갖은 고생 끝에 드디어 주인공이 후송된다.

 

 

● 이해와 감상

 

 작가가 최초로 발표한 작품답지 않게 원숙한 경지를 보여 준 것으로 평가받은 이 소설에는, '티나이투스'라는 희귀한 귓병을 앓는 성 중위가 등장한다. 그는 후방 병원으로 후송받기 위해 군의관에게 자신의 병 증상을 설명하지만 번번이 난관에 부딪힌다. 무려 여섯 단계를 거치면서 계속되는 주인공의 노력과 그 과정에서 받게 되는 정신적 상처를 만나게 된다.

 

◆ 작품의 주제 의식

첫째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문제이다. 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주인공만이 느끼는 자각 증상이므로, 그가 환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군의관들이 그의 말을 믿어 주어야만 한다. 그런데 군의관들은 완고한 선입관에 사로잡혀 그의 말을 좀처럼 신뢰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 성 중위는 할 수 없이 상급 병원에 의견서를 받으러 가게 되고, 결국 그 권위에 기대어 후송을 승인 받는다. 이처럼 자신의 진실을 남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고독한 개인과, 그 과정에서 그가 겪게 되는 정신적 상처가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둘째는, 개인의 진실을 계속해서 묵살하는 군대 조직, 더 나아가서는 인간을 둘러싼 세계의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이다. 그가 근무하던 부대는 임무 완수를 위해 부하의 아픔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군인들이 근무하는 곳이며, 병원 역시 높은 철조망으로 둘러 싸여진 공간 속에 힘없는 환자들이 갇혀 있는 곳이다. 구성원의 개성과 인간성이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억압되는 공간들인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폭력적인 조직의 속성에 대하여 작품 곳곳에서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현대인의 비극을 근원적으로 해부한 이 작품은 인간의 존재 양식이 희극화하여 자아마저 왜소해질 예감을 전달한다. 결코 밖으로 형체를 내보여 설명할 수 없는 개인의 내밀한 자의식간의 예리한 대결을 제시하고 있다. 조직은 더욱 고착 냉담해지고, 자아는 이 조직 속에 함몰되어 더욱 고독화한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본격소설

◆ 배경 : 1960년대 초반의 군대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개인을 억압하는 세계의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정신적 상처

◆ 출전 : <사상계>(1962)에 발표하여 신인상에 당선됨

 

● 생각해 볼 문제

 

1. 군대생활을 시작한 지 이십 개월 쯤 되었을 무렵, 조직 생활에 지친 주인공은 권총으로 자기 앞에 놓여진 빈 깡통에다 무려 백오십 발의 탄환을 쏘아 댄다. 빈깡통을 향해 권총을 쏘아 대는 행위의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자.

⇒ 주인공은 군대의 조직생활을 하는 동안 오직 명령에 복종하며 기계 부속품처럼 살아왔다. 그의 개성은 완전히 무시되고, 게다가 앓고 있는귓병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를 얻지 못하고 꾀병을 앓는 것으로 취급된다. 그 결과 그의 내면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지는데, 이처럼 텅 빈 주인공의 내며을 상징하는 소도구나 바로 '빈 깡통'이다. 빈깡통을 대하는 순간 갑자기 그것을 없애 버리고 싶은 충동이 솟구친 것은, 자신의 황량한 내면을 부정하고자 하는 마음이 불현 듯 일어난 탓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빈깡통을 쏘아댈 때, 주인공은 상쾌함과 피로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데, 피로함은 지금까지 자기를 괴롭혀 온 부정적 내면세계가 파괴되었음을 인식하는 순간 발생한 감정인데 반하여, 상쾌함은 내면의 파괴 위에 새롭게 자기를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인하여 생겨난 감정일 것이다.

 

2.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는 작가의 세계관 내지는 시각이 어떠한지 설명해 보자.

⇒  후송되기를 원하는 주인공과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군대 조직 속의 인간들의 상황 묘사를 통해서, 작가는 구성원인 개인적 자유나 인간적 권리를 일방적으로 억압하는 군대 조직을 얼마나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작가는 군대조직을 포함한 세계의 피폐함에 대하여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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