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1972)
-박완서-
● 줄거리
'나'는 딸 연이의 학교 자모회에 가는 진창길에서 이웃집에 사는 설희 엄마를 만난다. 그녀와는 이웃에 살면서도 말 한 번 건네지 않은 사이인데, 그때에야 처음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녀의 집은 '내'가 우리 집 장독대에 올라가기만 해도 훤히 보이는데도, 대문이 멀어 그동안 서로 사귈 기회가 없었다. 평소에 '나'는 장독대에 올라가 그녀 남편의 화실에 걸려 있는 항아리 그림을 보며 소녀적 감성을 되살렸으나, 생활고로 인해 설희네가 화실을 세 놓는 바람에 그림 감상을 못하게 된다.
한편 설희 엄마는 화실을 세 놓을 정도로 가난한 살림에 장애인 딸까지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희 엄마는 신체불구자인 딸을 보통학교에 보내고, 소풍에도 꼬박꼬박 따라가게 하면서 설희를 보통 아이들처럼 키우려고 노력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학교 자모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와 설희 엄마는 서로 친해지고, '나'는 그녀의 가정 형편과 소망에 대해 알게 된다. 설희 엄마는 돈만 있다면 장애가 있는 설희를 미국으로 데려가 고치고 싶다는 소망이 있으나,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그러지 못하고, 대신 설희 아빠가 미국으로 돈을 벌러 떠난다.
그 즈음 나는 불길한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늘 가슴 한 구석에 불안으로 남아 있던 6 · 25 전쟁 때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돌아오지 않은 오빠 때문이다. 그 막연한 두려움은 점차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오빠의 간첩 남파 소식으로 식구들이 모두 수사기관에 연행되어 가는 고초를 겪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목전에 둔 남편의 승진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남편은 점점 성격이 거칠어져 가고, 간첩 처남을 둔 덕분에 승진도 못 한다며 '나'에게 부담감을 준다. 그 뿐만 아니라 '나'를 문둥이 보듯 증오와 연민의 눈길로 쳐다봐서 '내'가 수모를 견디다 못해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설희 엄마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남편이 보험회사에 취직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설희 엄마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따금씩 찾아오던 틀니의 중압감에 시달리게 된다. 엄청난 동통과 틀니의 무게로 정신을 못 차리던 '나'는 집에 오자마자 틀니를 빼 낸다. 그러나 틀니는 거의 무게가 없이 차고 가볍게 내 손위에 올라가 있다.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그 아픔이 틀니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가 주는 온갖 제약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아직도 그 무거운 틀니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 인물의 성격
◆ 나(연이 엄마) → 의용군으로 나갔던 오빠 때문에 고통받는 중년 주부
◆ 설희 엄마 → 신체 불구인 딸을 두고 있으며 생활고로 인해 이민을 가는 여인
◆ 남편 → 간첩 처남으로 인해 출세길이 막혔다고 생각하는 인물
◆ 오빠 → 한국 전쟁 때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소식이 끊어진 인물.
● 구성 단계
◆ 발단 → 설희 엄마와의 만남
◆ 전개 → 학교 기부금 문제로 인한 분노
◆ 위기 → 6 · 25 전쟁 때 의용군으로 나간 오빠 문제로 인한 식구들의 연행
◆ 절정 → 오빠 문제로 고통받는 나와 이민 가는 설희 엄마
◆ 결말 → 틀니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나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에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사건들이 서로 긴밀한 관련이 없는 듯 제시되고 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문제, 예술을 포기하고 일상의 삶 속으로 빠져드는 절망감, 가족 간의 알력, 이민에 대한 판단, 오빠가 간첩으로 파견되라라는 데서 오는 감시 등, 이러한 개별적인 사건들은 떨어져 있는 듯하면서 실상은 모두 '나'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인간이 살아가며 받을 수밖에 없는, 또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삶의 무게의 한 표상인 것이다. 그러한 삶의 무게를 견디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소시민들의 삶이며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인 것이다.
◆ 이 작품의 주요 갈등은 6 · 25 전쟁 때 의용군으로 나간 오빠가 남파되리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로 인해 식구들은 물론 친척들까지 모두 수사기관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감시를 당하게 되며, '나'의 남편 또한 처남 잘못 둔 ㅈ ㅚ로 승진도 못 한다며 나를 증오와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쟁과 분단이라는 문제 자체보다는 이로 인한 사회 구조의 변화와 사회 윤리적 규범의 붕괴가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동은 빈부 격차의 문제, 비리의 문제, 교육 제도의 문제 등 다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드러난다. 그로 인해 '나'와 설희 엄마는 학교 기부금 문제로 속을 끓이게 되고, 결국 설희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민 가는 설희 엄마를 '나'는 어쩔 수 없는 부러움의 눈길로 쳐다보게 되고, 질투로 인한 동통까지 겪는 것이다.
◆ 이 작품에서 '진창길'은 '살아가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거치적거리는 것도 많은 놈의 세상'을 의미한다. 한번 빠져서는 헤어나기 힘든 삶의 고단함, 여기서는 오빠의 문제가 '나'의 삶을 진창길로 만들어 살아가기 힘들게 함을 의미한다. '틀니'는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으로 표면적으로는 신체적 고통의 원인이지만, 이면적으로는 삶이 주는 정신적 통증의 원인임을 암시하고 있다. 정신적 통증은 의용군으로 참전했다가 돌아오지 않은 오빠로 인한 가정 생활의 파탄 위기, 나라가 조는 온갖 제약, 설희 엄마가 자유를 얻었다는 데 대한 선망과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진창길'은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 고통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상징하고, '틀니'는 삶의 무게에서 오는 묵직한 중압감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재들은 단순히 소재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주제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이 작품에서는 사회적 모순이 개인적 체험으로 치환되어 제시되고 있다. '나'와 설희 엄마는 모두 그들이 속한 사회와 시대가 주는 무게로 고통받고 있다. '나'의 경우 6 · 25 전쟁이라는 상황이 만들어 낸 개인의 삶에 대한 제약이 문제가 된다면, 설희 엄마의 경우 생계, 즉 경제적인 문제와 신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제약을 삶의 고단함으로 작용한다. 특히 '나'는 이북에 있는 오빠로 인해 일상 생활이 파탄나고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세상을 보아야만 하는 고통을 지니고 있다. 설희 엄마의 경우에는 신체 장애가 있는 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설희를 미국으로 데려가 수술을 받게 하고 싶지만 생활이 여의치 않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는 개인적 삶에 드러나는 사회적 · 역사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시대적 → 전쟁과 분단의 아픔으로 고통받는 현대
* 공간적 → 한국의 평범한 가정집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과 관찰자 시점
◆ 출전 : <현대문학>(1972)
◆ 주제
*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는 소시민의 삶
* 폐쇄된 사회에서 느끼는 고통과 중압감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서 '나'와 설희 엄마가 가지고 있는 삶의 고단함은 각각 어떤 것인가? 이들 두 인물이 공통으로 가진 문제와 개인이 가진 문제들로 구분해 보자.
⇒ '나'와 설희 엄마는 모두 그들이 속한 사회와 시대가 주는 무게로 고통받고 있는데, '나'의 경우 6 · 25라는 상황이 만들어 낸 개인의 삶에 대한 제약이 문제가 되며, 설희 엄마의 경우 생계, 즉 경제적인 문제와 신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삶의 고단함으로 작용한다.
2. 작품에서 '설희 아빠가 미국의 보험회사에 취직을 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생활고로 인해 화가로서의 예술에 대한 야망이 물거품이 되고, 생활 · 생계에 매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함.
3. '나'는 틀니의 무게로 고생하고 있다. 이것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온갖 사는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태를 상징한다. 주인공의 경우 의용군으로 참전했다가 돌아오지 않는 오빠의 문제가 어려움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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