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환(1991)
-박완서-
● 줄거리
남궁씨는 조그만 회사의 고용 사장이다. 죽은 친구가 남긴 취약한 회사를 맡아서 오 년만에 알토란 같은 회사로 키워 놓자 친구의 아들이 경영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퇴직을 위한 위로 여행으로 두 달 동안 외국 여행을 다녀오는 중이다. 그는 중풍으로 사 년이나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일로 중국산 우황청심환에 일종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남궁씨가 여행에서 돌아오자 서울에는 연변에 사는 그의 육촌 동생의 가족 네 식구가 한약재를 팔겠다고 찾아와 있었다. 젊었을 때에 독립 운동을 한다고 만주로 간 종조부(할아버지의 형제)의 자손이었다. 아내는 그들을 거렁뱅이라며 몹시 못마땅해 했지만, 남궁씨는 그들이 가져온 우황청심환과 녹용을 친구의 아들에게 부탁해 팔아 주는 등 호의를 베푼다. 그들이 떠난 뒤 아내가 운동권인 둘째 아들 이야기를 하며 우는 것을 보고 아내가 그들을 미워했던 이유를 깨닫고 아내를 이해하게 된다.
● 인물의 성격
◆ 남궁씨 → 주인공. 자신의 위치에서 매번 밀려나는 불운을 겪으면서, 아내와 둘째 아들 현이와 갈등을 겪는 소시민적 인물
◆ 아내 → 현이의 운동권 투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나, 연변 친척들의 방문으로 그 환상이 깨지자 연변 친척들을 싫어함. 남궁씨보다는 더욱 현실적인 인물임.
◆ 노파 → 자식에게 효도받고 있음을 자랑으로 여기는 자기과시적인 인물
◆ 연변 친척 → 남궁씨의 육촌으로 이념적 차이를 가지고 있으나, 우황청심환으로 돈을 벌어보고자 하는 점에서 남궁씨와 같은 전형적인 소시민
◆ 친구 아들 → 남궁씨로부터 성공한 사장 자리를 합법적으로 빼앗는 이기적인 인물
● 구성 단계
◆ 발단 : 파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고 있는데, 옆자리의 응석받이 노파로 인해 시달림을 당함.
◆ 전개 : 옆자리 노파를 통해 우황청심환에 얽힌 가슴 아픈 사건을 상기시킨다. 그의 어머니는 자식들이 우황청심환을 준비해놓지 않았다고 그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세상을 떠나셨던 것이다.
◆ 위기 : 서울에 도착하여 연변 친척이 방문했음을 알게 된다. 더구나 그들은 우황청심환을 잔뜩 가지고 왔으나 중국산은 함량 미달이라는 발표가 있어 판매가 어렵다는 것이다.
◆ 절정 : 남궁씨는 자신이 크게 확장해 놓은 사업을 합법적으로 가로챈 친구 아들에게 연변 친척들의 우황청심환과 녹용 등을 사도록 한다. 매일 친척들과 만나 그들의 한약재 판매를 돕게 되는데 아내는 이를 싫어한다.
◆ 결말 : 연변 친척들은 가지고 온 모든 한약재를 다 팔고서야 중국으로 돌아갔고, 아내는 그들을 미워한 것이 실상 운동권 아들 현이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 이해와 감상
◆ '우황청심환'은 1990년 6월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시민 가족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이는 시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민족적 · 사회적 문제와 그 화합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1980년대, 우리 사회의 평범한 소시민인 남궁씨 가족의 일상에 갑자기 등장한 연변 친척과 그 친척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남궁씨와 그의 아내의 갈등이 이 작품의 주요한 사건을 이룬다. 그리고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이러한 갈등의 원인을 운동권인 아들의 문제와 연결시킴으로써 작가는 남북의 분단으로 인한 민족적 갈등의 문제와 남한 사회 내부의 사회적 갈등의 문제가 서로 별개의 문제가 아니며, 한 가족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와 민족의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을 위해 이러한 갈등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박완서의 대부분의 소설이 그러하듯 이 소설에서도 이러한 정치적 · 사회적 사건들은 그 자체가 작품 속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지기보다는 우리 시대 소시민들이 겪는 그저 평범한 일상사의 하나로 스치듯 다루어짐으로써 소시민적 의식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임과 동시에 소시민적 삶의 정황과 관련해서 작품의 내용에 대한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의 소시민적 정황은 개인사적인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분단과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민족적 갈등의 문제와 우리 사회 내부의 사회적 갈등의 문제가 '나'의 개인적인 삶과는 큰 관련이 없는 무슨 거창한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일, 즉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을 총체적으로 규정하는 민족적 과제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민족적 ·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통일과 조화로운 민족 공동체의 건설을 지향하는 민족 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박완서의 소설은 다양한 사건을 개인적 차원에서 서술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주지만, 그것들이 종국에는 서로 관련성을 가지고 함께 엮어진다. 이런 과정 속에서 여성 작가 특유의 다감하고 다소 수다스러운 대화와 서술이 전개됨으로써,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현대소설, 단편소설, 사회소설
◆ 배경 : 1980년대 서울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주인공에 밀착된 심리묘사, 소시민적인 관찰과 서술, 사소한 것에 대한 따뜻한 시각,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건을 통해 사회 전체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비판함.
◆ 갈등의 양상 : 이 작품은 1980년대 우리 사회의 소시민인 남궁씨 가족의 일상에 갑자기 등장한 연변 친척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남궁씨와 그의 아내의 갈등이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글의 결말 부분에서 이 갈등의 원인을 운동권 학생인 둘째 아들 현의 문제와 연결시킴으로써, 작가는 분단과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민족적 갈등의 문제와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이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한 가족의 평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민족이 평화롭고 조화로운 모습을 지닐 수 있는 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남궁씨와 아내 사이의 갈등(운동권 아들인 현이를 사이에 둔 갈등 → 서로에 대한 이해로 즉 감싸 안아주는 것으로 해결, 현이의 문제가 직접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부부가 아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갈등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남궁씨와 어머니의 갈등(우황청심환으로 상징되는 열등감 → 어머니는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궁씨 또한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 갈등은 영원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궁씨에겐 상처로 남는다.)
- 연변 친척들과 남한 사람들의 갈등(잘 사는 남한 사람들의 덕을 보려는 연변 친척들의 다소 뻔뻔스런 태도가 남한 사람들에게는 민폐를 끼치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 부모의식의 당당함 등으로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됨.)
◆ 주제
*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소시민의 정치 · 사회적 갈등의 해소
* 우리 시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민족적 · 사회적 갈등 문제와 화합 촉구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의 제목 '우황청심환'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사건 전개와 연결지어 설명해 보자.
→ 우황청심환은 주인공 남궁씨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사물이다. 가난하고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외국에 나갔다온 사람들이 선물로 한 두 개씩 나눠주던 우황청심환은 만병통치약, 더 나아가 부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는데, 그걸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남궁씨는 상대적으로 무능한 인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우황청심환은 남궁씨의 어머니에 얽힌 과거사와 연변 친척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갈등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내면적으로는 우황청심환을 매개로 하여 각 인물간의 의사소통 부재에 따른 오해를 해결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2. 이 작품은 마지막 순간 남궁씨와 아내가 가슴을 열고 서로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맞대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등장 인물들의 갈등이 어떻게 해소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 연변 동포들이 떠난 후, 아내는 조용히 눈물로 베개를 적시고 있었다. 남궁씨가 그동안 연변 친척들에게 정신이 빠져 아내의 설움에 대해 소홀했었구나 느끼며 아내를 안아주는 순간, 아내는 울부짖는다. 운동권 학생인 아들 현이가 그토록 말려도 신봉하던 사회주의의 실상이 고작 가난한 연변 동포였다는 것이 속상해서 아내는 그들을 미워했던 것이다. 그들 부부가 서로 갈등한 것은 연변 동포 때문이 아니라 아들 현이 때문이었음을 깨닫자 그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된다. 그리고 상처를 마주보며 서로 대화함으로써, 즉 의사소통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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