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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해설]지비(紙碑) 2 - 이상 -

by 휴리스틱31 202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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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비(紙碑) 2
                                                                              - 이 상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초현실주의적, 비극적

 표현

* '아내'를 '조롱에 갇힌 새'에 비유하고, 이와 관련하여 파생된 다양한 상징적 시어를 활용함.

아내의 자유를 향한 갈망과 죽음, 아내가 죽은 뒤 얻은 깨달음을 초현실주의적 기법으로 표현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지비 → 이상이 만든 언어(조어)로, 석비(石碑)의 '돌'을 '종이'로 환치한 것.

                  이로써 '돌로 된 비석(기념, 紀念)'에 대한 반어적 의미와 태도를 보여준다.

    * 반지 →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약과 구속을 상징

    * 조롱 → 새장

    * 창공 →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할 공간, 아내의 지향점

    * 조분 내음새, 날개 퍼덕이던 상처 → 아내의 고통과 상처

    * 헤뜨러진 깃부시러기 → 흐트러진 깃털

 

 

    * 산탄

         → 폭발과 동시에 많은 잔 탄알이 퍼져나가는 탄환으로, 가까운 거리의 새나 짐승을 잡는데 이용됨.

             아내가 자유를 향해 비상하지 못한 이유①

    * 염체 닫과 같은 쇠를 삼켰더라 → 아내가 자유를 향해 비상하지 못한 이유②

 

 주제 사회적 관습과 봉건적 억압이 부른 비극

                   아내(새) : 창공, 날개, 고운 목소리 → 자유를 향한 비상

                                : 반지, 산탄, 닫과 같은 쇠 → 억압과 구속

 

[시상의 흐름(짜임)]

◆ 1 : 새장에 갇혀 있던 안해

◆ 2 : 구속과 억압 속에서 힘들게 살다가 죽은 아내

        → 쌀알을 쪼으려 하지 않음.

            창공을 보면서도 고운 목소리로 지저귀려 들지 않음.

            비밀한 발을 남에게 보이지 않음.

◆ 3 : 죽은 후에야 알게 된 아내의 상처와 고통

       → 날개 퍼덕이던 상처

           녹슨 산탄

           천근 무게의 쇳덩이를 삼켰던 안해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먼저 아내를 조롱(새장)에 갇혀 있는 새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 새는 날개를 달고 창공을 향해 비상하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아내는 본질적으로 한 남자에 종속된 처지 이전에 자유로운 삶을 향유하고 싶은 존엄한 존재이다. 그런 아내가 화자에게 시집와 살림살이에 시달리며 많이 수척해졌다. 아내는 자유를 희구하지만 아내를 옥죄는 건 반지, 즉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약이다. 아내는 외출하려고 화장을 할 때도 자신이 조롱(새장)에 갇힌 구속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아내는 쌀알을 쪼려 들지도 않고 창공을 향해 고운 목소리로 지저귀려 들지도 않고 지상에 발자국을 남기지도 않을 정도로 힘들게 살다가 죽었다.

 

화자는 아내가 죽은 뒤 방 안에서 풍기는 조분(새똥) 냄새를 맡고 비로소 아내가 새장에 갇힌 채 자유를 빼앗기고 구속당한 새인 줄을 알았다. 화자는 아내가 죽은 뒤 방안을 수습하다가 아내가 자유를 향해 비상하지 못한 것은 사회적 구속인 산탄 총알을 맞고 무거운 쇠를 삼켰기 때문인 걸 알고 회한에 잠긴다.

 

이 시는 '창공, 날개'로 상징되는 자유를 향한 비상과, '반지, 산탄, 쇠'로 상징되는 사회적 억압을 대조적으로 놓아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봉건적 가부장제 하에서 억압과 인종의 세월을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이 땅의 '아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이다.

 

한편 아내를 여성에게 가해지는 봉건적 억압의 희생물로 읽지 않고 사회적, 제도적 억압에 의해 질식한 시인 자신의 영혼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이상의 소설 <날개>를 참고하면 이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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