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곡(履霜曲)
[현대어 풀이]
- 비 오다가 날이 개어 다시 눈이 많이 내린 날에
- 서리어 있는 나무 숲 좁디 좁은 굽어도는 길에
- 다롱디우셔 마득사리 마득너즈세 너우지
- 잠을 빼앗아간 임을 그리워하여(이 밤을 또 지새우는가.)
- (한 번 가신) 그 임이야 어찌 이런 무시무시한 길에 자러 오시겠습니까?
- 때때로 벼락이 내리어 무간지옥에 떨어져
- 바로 죽어갈 이 내 몸이
- 때때로 벼락이 내리어 무간지옥에 떨어져
- 바로 죽어갈 이 내 몸이
- 내님을 두고 다른 님을 따르겠습니까?
- 이렇게 저렇게
- 이렇게 저렇게 하고자 하는 기약이야 있사오리까?
- 아, 임이시여! (오직 죽어서라도) 임과 함께 가고자 하는 기약뿐입니다.
[어휘 풀이]
* 이상곡 : 서리 밟는 노래
* 석석사리 : 나무 숲 (섭섭(薪) > 석석). '사리'는 명사 아래 붙는 접미사
* 곱도신 : 굽어도신
* 다롱디우셔 마득사리 마득너즈세 너우지 : 악률에 맞추기 위해 별 뜻 없이 내는 조율음
* 잠 따간 : 잠을 따간, 잠을 빼앗아 간
* 깃단 : 그이는, 그이야
* 열명 길헤 : [십분노명왕(十忿怒明王)과 같이] 무서운 길에
* 죵죵 : 때때로
* 벽력 생 : 벼락이 나서
* 함타무간 : 무간지옥(아비지옥)에 떨어져
* 죵죵 벽력 아 생 함타무간 : 내용으로는 '벼락이 나서 무간지옥에 떨어진다'는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다롱디우셔∼'의 경우와 같은 후렴구적인 기능도 함.
* 고대셔 : 바로 , 즉시에
* 싀여딜 : 없어질, 사라질, 죽어갈
* 년뫼를 : 다른 산을, 다른 임의 품을
* 이러쳐 뎌러쳐 : 이렇게 하고자 저렇게 하고자
* 녀졋 : 가고 싶어하는
[이해와 감상]
작자와 연대가 미상인 고려가요 중의 하나로 <악장가사>에 실려 있는데, 별다른 설명을 발견할 수 없기에 상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으나, 작품의 가치는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가 된다. 작품의 형식이나 내용, 운율적 정조의 흐름으로 보아 고려 속요에 가깝게 추정되는 작품일 뿐이다.
이 노래는 임에 대한 환상과 정욕의 번민에 떠는 여심을 노래하였다고 하여 <만전춘><쌍화점> 등과 함께 남녀상열지사에 해당한다고 일컬어왔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시적 화자는 지금을 함께 하고 있지 않은 임을 그리워하되, 현실적 삶의 고통과 고뇌를 상징적으로 노래하면서, 그 삶의 고통과 임에 대한 그리움을 불교적 경지로까지 심화시켜 삶의 고통을 초월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남녀상열지사의 작품보다 수준이 다소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요점정리]
◆ 성격 : 고려속요, 서정시, 연가
◆ 표현 : 과장법
◆ 형식 : 비연시(단연시)
◆ 주제 : 만남을 기약할 수 없는 임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
◆ 의의 : 남녀의 애정을 진솔하게 그린 노래의 대표작.
<쌍화점>, <만전춘> 등과 함께 남녀상열지사의 대표작으로 꼽힘.
◆ 출전 : <악장가사>
◆ 구성(짜임)
* 1∼8행 : 임과 함께 하지 못하는 고통스런 화자의 처지(화자가 처한 고통의 세계)
* 9∼13행 : 임과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다짐과 기약(고통과 한계의 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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