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정곡(鄭瓜亭曲) - 정 서 -
[현대어 풀이]
- 내가 임(임금)을 그리워하며 울고 지내니
- 산에서 우는 접동새와 내가 비슷합니다.
- (나를 모함하고 헐뜯는 말들이 사실이) 아니며 거짓이라는 것을, 아!
- 지는 달과 새벽 별은 아실 것입니다.
- 죽어서 영혼이라도 임과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
- (임에게 나를 귀양보내야 한다고) 우기던 사람들이 누구였습니까?
- 잘못도 허물도 전혀 없습니다.
- 뭇 사람들이여!
- 슬프도다. 아!
- 임이 나를 벌써 잊으셨습니까?
- 아아, 임이시여! 다시 (마음을) 돌리시어 나를 사랑해주소서.
[창작 배경]
정서는 고려 인종의 총애를 받았으나, 의종이 왕위에 오른 후 궁중을 둘러 싼 외척과 권신들의 세력 다툼으로 권력 싸움이 표면화되는 가운데 정서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의종 5년(1151년)에 정서를 그의 고향인 동래로 귀양을 보내며 의종은 "지금은 조정의 뜻에 따라 부득이 보내나, 오래지 않아 다시 부르겠노라."는 약속을 하였다. 그러나 그 말을 믿은 정서는 유배지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부르는 기별이 없기에, 무고한 모함으로 귀양살이하는 애매함과 임금을 그리는 정을 거문고에 붙여 노래한 것이 이 작품이라고 한다.
[이해와 감상]
이 노래는 조선시대의 가사나 시조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른바 '충신연주지사'의 원형이 된다는 점에서 후대 시가에 끼친 영향이 중요시되기도 한다. 충신연주지사의 공통점은 먼저 임에 대한 강렬한 충성을 노래하고 자기의 결백을 하소연한 후 끝으로 임의 사랑을 간절히 바라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작품은 바로 그런 노래의 표본이 되고 있다. 한편, 조선시대의 충신연주지사에 비해 <정과정>은 자기의 처지를 하소연하면서 모함의 부당함만을 말했을 뿐 충신으로서의 포부나 경륜을 내비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그럴 만한 이념적, 윤리적 사고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 작품은 신라의 노래인 향가의 잔존 형태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바로 총 10구로 된 노래라는 것과 '감탄구의 위치'이다. 우리 시가에서 감탄구가 지니는 역할이나 위치 등은 함부로 간과할 수가 없다. 감탄구의 위치가 유사하다는 것 때문에 '향가-시조-가사'를 연결시켜 생각하는 전통을 고려할 때 이 점은 분명해진다. 따라서 <정과정>에서의 이러한 감탄구의 위치 변화(제9구→10구)는 향가 또는 사뇌가가 해체되어 가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4구체 혹은 8구체 향가와는 달리, 고도로 세련된 정제미를 자랑하는 10구체 사뇌가에서 감탄구의 위치가 달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변화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 노래도 해체기의 형식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정서 자신을 산에서 울고 있는 '접동새'로 비유하여,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임이 다시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을 안타깝게 호소하고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접동새'가 지니는 이미지는 사뭇 처절한 것이고, 그 울음소리는 원한의 상징으로, 정서 자신의 결백과 임에 대한 충성이 투영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접동새의 애절한 호소와도 같은 울음에 자신을 비유하고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접동새의 한이 담긴 울음을 통해 스스로의 진실을 말하면서도, 원통하고도 원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어, 한때 그 원한이 임금에게까지 미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임금을 향한 원망은 접고, 자신의 결백만을 주장하면서 임의 사랑을 간절히 호소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작자의 자세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절망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불러줄 임에 대한 미련이며, 하염없는 기다림의 자세이다. 그것은 작자가 처한 상황이 자신의 과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의 소산(간신배의 참언)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요점정리]
◆ 성격 : 고려 속요. 향가계 속요. 유배시가, 연군지사
◆ 표현
① 비분절체(비연시)
② 객관적 상관물에 감정을 이입함.
③ 자연물(잔월효성)에 기대어 억울함을 호소함.
④ 임금을 그리는 신하의 충정을 임과 이별한 여성의 사랑에 빗대어 노래함.
◆ 구성
* 1 ∼ 4행 : 임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결백 주장
* 5 ∼ 7행 : 원망과 하소연
* 8 ∼11행 : 임이 다시 사랑해 줄 것을 애소(哀訴)함.
◆ 서정적 자아 : 다시 불러줄 임에 대한 한없는 기다림의 자세를 가지고, 임의 사랑이 하루 빨리 회복되기를 슬프게 호소하고 있음.
◆ 주제 : 임금을 그리워하는 정(연군지정)
◆ 별칭
* <악학궤범>에는 '삼진작'이라는 곡조명으로 수록되어 있음.
* <고려사 악지>에는 '정과정'이라는 가사명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이제현의 한시로도 번역됨.
◆ 문학사적 의의 : 현전하는 고려 가요 중 연대와 지은이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노래임. 고려 의종 때의 문인 정서가 귀양지인 동래에서 임금에게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선처를 청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유배문학과 충신연주지사의 원류임.
◆ 관련작품 : 조선 시대의 많은 시조 작품과, <사미인곡>을 중심으로 한 유배가사, 한용운의 현대시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작품들이 전통적인 맥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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