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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해설]석류 - 안도현 -

by 휴리스틱31 202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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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류
                                                                              - 안도현 -

 

마당가에

석류나무 한 그루 심고 나서

나도 지구 위에다 나무 한 그루를 심었노라,

나는 좋아서 입을 다물 줄 몰랐지요.

그때부터 내 몸은 근지럽기 시작했는데요,

나한테 보라는 듯이 석류나무도 제 몸을 마구 긁는 것이었어요.

새 잎을 피워 올리면서도 참지 못하고 몸을 긁는 통에

결국 주홍빛 진물까지 흐르더군요.

그래요, 석류꽃이 피어났던 거죠.

나는 새털구름의 마룻장을 뜯어다가 여름내 마당에 평상을 깔고

눈알이 붉게 물들도록 실컷 꽃을 바라보았지요.

나는 정말 좋아서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가을이 찾아왔어요.

나한테 보라는 듯이 입을 딱, 벌리고 말이에요.

가을도, 도대체 참을 수 없다는 거였어요.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2001)-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체험적,  감정적

 표현 : '좋아서'라는 말의 반복을 통해 화자가 체험한 기쁨의 정서를 전달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나도 지구 위에다 나무 한 그루를 심었노라,  → 스피노자의 말을 패러디함.

    * 내 몸은 근지럽기 시작했는데요 → 성장통(성장을 위한 고통의 과정)

    * 나 한테 보라는 듯이 석류나무도 제 몸을 마구 긁는 것이었어요. → 나와 석류나무가 동일시됨.

    * 몸을 긁는 통에 → 성장과 결실을 맺기 위한 고통의 과정

    * 주홍빛 진물 → 시련으로 인한 상처

    * 나는 정말 좋아서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 성장에 대한 성취감과 기쁨

    * 어느 날 문득 가을이 찾아왔어요. → 성숙의 단계로 들어섬.

    * 나한테 보라는 듯이 입을 딱, 벌리고 말이에요. → 석류 열매가 드러남(결실을 맺음)

    * 가을도, 도대체 참을 수 없다는 거였어요. → 화자와 자연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게 됨(물아일체)

 

 

 화자 : 석류나무를 심고 바라보고 있는 나

 주제 시련과 고통의 과정을 겪은 후의 성숙한 자아에 대한 만족감

 

[시상의 흐름(짜임)]

◆ 1 ~ 4행 : 석류나무를 심고 좋아함.

◆ 5 ~ 9행 : 가려움 끝에 석류꽃이 피어남.

◆ 10 ~ 12행 : 석류꽃을 보고 좋아함.

◆ 13 ~ 15행 : 열매를 드러낸 석류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석류나무를 통해 시련을 극복하고 성취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마당가에 석류를 심어 놓고 그 성장과 결실의 과정을 통해 한 인간의 성숙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화자와 자연이 함께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기쁨을 석류 열매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시에서 석류나무와 화자는 동일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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