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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가사 해설]농가월령가 (農家月令歌) - 정학유-

by 휴리스틱31 202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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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 (農家月令歌)                     - 정학유-

 

[4월령]

 

사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사월이라 초여름이 되니 입하와 소만이 있는 절기로구나.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비가 온 뒤에 햇볕이 나니 날씨도 맑고 온화하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떡갈나무의 잎이 점점 커 갈 때에 뻐꾹새도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보리 이삭이 패어나니 꾀꼬리도 우는구나.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한창이라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도 한창이라(농번기)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에 몰두해야 하기에 집안에 편히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綠陰)에 닫았도다

적막한 대사립(대나무로 엮어 만든 사립문)을 녹음이 짙어가는 가운데 굳게 닫았도다.

면화를 많이 가소 방적의 근본이라

면화(목화)를 많이 경작하시오, 방적의 근본이라.

수수 동부 녹두 참깨 부룩을 적게 하소

수수 동부(콩) 녹두 참깨 부룩(사이사이에 다른 농작물을 심는 일)을 적게 하시오.

갈 꺾어 거름할 제 풀 베어 섞어 하소

갈대를 꺾어서 거름으로 할 때는 풀을 베어 섞어서 하시오.

무논을 써을이고 이른 모 내어 보세

무논을 써을이고(써레질하고, 모내기를 위해 논바닥을 곤죽같이 만들고) 이른 모내기를 해 보세

양식이 모자라니 환곡(還穀) 타 보태리라

양식이 모자라니 환곡을 타서 보태리라

 

 

[7월령]

 

칠월이라 맹추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칠월이라 맹추(초가을)되니 입추와 처서가 있는 절기로구나.

화성은 서류하고 미성은 중천이라

화성(별)은 서쪽으로 가고 미성(별)은 하늘 가운데에 있구나.

늦더위 있다 한들 절기의 순서야 속일소냐

비 온 뒤에도 상쾌하고 바람도 다르구나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하는고

칠석에 견우 직녀 이별 눈물 비가 되어

섞인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때

아미 같은 초승달은 서천에 걸렸구나

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일 거의로다

마음을 놓지 마소 아직도 멀고 멀다

꼴 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 고르기

낫 갈아 두렁 깎기 선산에 벌초하기

거름풀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놓고

자채 논에 새 보기와 오조 밭에 정의아비

밭가에 길도 닦고 복사도 쳐 올리소

살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익게 갈아

김장할 무 배추 남 먼저 심어 놓고

가시나무 울타리 미리 막아 잃는 것이 없게 하소

 

 

 

                                                                                     -<가사육종(歌詞六種)>-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농촌 생활의 1년을 각 월별로 읊은 달거리 형식의 노래인데, 서장(序章)을 포함하여 모두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내용은 서사,본사,결사로 구분되며, 서사에서는 천체운행과 계절의 반복 변화를, 본사에서는 농법 · 농가행사 · 농가풍속 등을 적어 농민을 교화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결사에서는 본사의 내용대로 행해야 한다며 실천과 경계의 뜻을 적고 있다.

 

<농가월령가>는 양반의 문학이면서도 농민에 대한 이해와 친근감을 나타내고, 권농(勸農)의 의도를 역설하는 데 특히 효과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농가의 행사와 범절을 통하여 당시의 풍속, 조상들의 미덕 그리고 서민 생활의 흥취를 맛볼 수 있게 하였다.

 

<농가월령가>에서 자연은 노동의 현장이자 생활의 현장이다. 여기서 자연은 생산물이 만들어지는 곳이지 완상(玩賞)의 대상이 아니다. 조선전기가사를 포함해 그 이전의 사대부문학에서 보여지는 자연의 이미지가 이 작품에서는 새로운 의미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삶의 고달픔과 더불어 삶의 기쁨과 보람이 살아 숨쉬는 삶의 구체적인 현장인 것이다.

 

13장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위에 인용된 "팔월령"인데, 이 부분은 농촌에서 가장 풍성한 절후인 8월을 맞아 농가에서 해야할 일들이 잘 나타나 있다. 처음엔 8월의 서경을 노래했고, 농사일과 가정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의 곡물과 과일 산과를 차례로 소개하여 풍요한 계절 감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한 가을걷이와 추석 지내기, 며느리의 근친(近親:가을 농사가 끝나고 추석명절과 선산 제물 드리는 일이 끝나면, 며느리에게 휴가를 주는데, 며느리가 말미를 받아 친정 부모를 찾아 뵙는 일을 근친이라고 한다. 이때에는 고기와 떡과 술등의 이바지를 해가는 풍습이 있다)과 가을 풍경 등 풍족한 수확으로 마련해야 할 여러 일들을 흐뭇하게 그려 정감있는 농촌의 풍경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잠시도 쉬지 말고 열심히 일하자는 다짐까지 하고 있다.

 

 

 [ 요점 정리 ]

 

◆ 연대 및 작자 : 조선 헌종 때, 정학유

        (* 작자에 대해서는 광해군때 고상안이 지었다는 설도 있지만, 정학유가 지었다는 설이 유력함.)

 갈래 및 성격 : 조선후기가사, 월령체 가사, 교훈가사, 풍속가사

 

 표현 및 형식

* 3,4조 4음보의 가사체,  월령체, 전13장으로 구성됨.

* 시간의 추이에 따른 구성(추보식 구성)

* 대구법, 직유법, 은유법, 상징법 등

* 농촌 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어휘 구사를 통해 생동감있는 표현을 함.

 

 주제 : 달과 계절에 따른 농가의 일과 풍속 소개

          ( 8월령 → 8월의 서경 및 가을 풍경, 가을 걷이, 추석지내기, 며느리 근친 보내기 등)

 의의 : 조선시대 생활사 및 풍속사 자료로서의 가치

             농가의 월중 행사표로서의 의미

 창작동기 : 권농(勸農)과 풍속의 교화(敎化)

 출전 : <가사육종>

 

 

 [ 참고 사항 ]

 

◆ 월령가(月令歌)

월령체가(月令體歌), 달거리라고도 한다. 1년을 열두 달로 나누어 구성된 형식의 시가를 말한다. 고려 속요인 <동동>과 '청구영언'에 전해지는 <관등가>처럼 임을 여읜 여인이 열두 달의 명절마다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것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전승되어 왔다. 현존 민요에도 이런 달거리는 흔한데, 그 내용에 따라 <청상요>라고도 한다.

<농가월령가>처럼 농가에서 1년 동안 해야하는 농사일을 서술하는 달거리도 있다. 이러한 달거리체 가사에는 <십이월령가>가 있다. 성현의 <전가사십이수>와 같은 한시도 이러한 달거리로 되어 있다.

 

달거리의 특징은 민요적인 것도 있고, 개인의 작품도 있으나 모두 농민 새오할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고, 세시기(歲時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세시의 형식을 지닌 시가의 형식은 달거리 외에는 없다.

'월령(月令)'이란 열두 달에 걸쳐 행할 일을 말하며, 달거리라고도 한다. 즉, 주기전승의 의례적인 정사, 의식, 농가 행사 등을 다달이 구별하여 기록하는, 일종의 월중 행사표이다.

 

◆ 24절기 일람표

계절 달(음력) 날짜(양력) 절기(節氣) 해             설
정월(正月) 2월 4일경 입춘(入春) 봄이 시작됨
2월 18일경 우수(雨水) 봄 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틈
이월(二月) 3월 5일경 경칩(驚蟄) 모든 벌레나 동물이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하기 시작함
3월 20일경 춘분(春分) 태양이 적도 위에 직시하여 밤과 낮의 길이가 같게 됨
삼월(三月) 4월 5일경 청명(淸明) 날씨가 맑고 밝음    
4월 20일경 곡우(穀雨) 봄비가 내려서 백곡이 윤택해짐
여름 사월(四月) 5월 6일경 입하(入夏) 여름이 시작됨
5월 21일경 소만(小滿) 태양의 황경(黃經)이 60도일 때. 여름 기분이 남
오월(五月) 6월 6일경 망종(芒種) 보리는 익어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됨.
6월 21일경 하지(夏至) 태양이 북회귀선에 이른 때, 낮이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
유월(六月) 7월 7일경 소서(小署) 이 때부터 본격적인 더위에 접어 듦.
7월 23일경 대서(大署) 태양의 황경이 120도가 되는 때, 더위가 최고조에 달함.
가을 칠월(七月) 8월 7일경 입추(入秋) 태양의 황경이 135도일 때, 가을에 접어듦.
8월 23일경 처서(處署)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함.
팔월(八月) 9월 8일경 백로(白露) 이슬이 내리고 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남.
9월 23일경 추분(秋分) 태양이 추분점에 이르러 주야 길이가 같게 됨.
구월(九月) 10월 8일경 한로(寒露) 공기가 점점 차가와지고, 초목에 찬 이슬이 맺힘
10월 24일경 상강(霜降) 이 때부터 서리가 오기 시작함
겨울 시월(十月) 11월 7일경 입동(入冬) 겨울이 시작됨
11월 22일경 소설(小雪) 이 때부터 점점 겨울 기분이 남.
동짓달
(十一月)
12월 8일경 대설(大雪) 태양의 황경이 255도일 때, 눈이 썩 많이 옴.
12월 22일경 동지(冬至)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지고, 밤이 길고 낮이 가장 짧음
섣달
(十二月)
1월 5일경 소한(所寒) 겨울이 한고비에 접어들어 몹시 추움.
1월 20일경 대한(大寒) 태양의 황경이 300도가 되는 때, 추위가 최고조에 달함.

 

 

 

◆ 네이버 지식 백과에서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가사로, 1책 필사본으로 되어 있으며, 월령체 형식의 장편 가사이다. 작자가 고상안이라는 설도 있었으나 정학유로 고증되었다.

전체 14단락으로 되어 있으며, 열두 달의 전후에 서사와 결사 단락이 부가되어 있다.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서사 34구, 정월령 78구, 이월령 54구, 삼월령 100구, 사월령 68구, 오월령 94구, 유월령 100구, 칠월령 72구, 팔월령 76구, 구월령 70구, 시월령 146구, 십일월령 52구, 십이월령 40구, 결사 48구 등 전체가 1,032구이다. 음수율은 3 · 4조와 4 · 4조가 주축이며, 2 · 4조, 3 · 3조, 2 · 3조 등도 간혹 등장한다.

  중심 내용
서사 일월성신의 운행과 역대의 월령 및 그 당시에 쓰이는 역법(曆法)의 기원을 설명함.
정월령 맹춘인 정월의 절기와 일년 농사 준비, 정조(正朝)의 세배와 풍속, 그리고 보름날의 풍속 등.
2월령 중춘인 2월의 절기와 춘경과 가축 기르기, 그리고 약재 캐기 등.
3월령 모춘인 3월의 절기와 논농사 및 밭농사의 파종, 과일나무 접붙이기, 장 담그기 등.
4월령 맹하인 4월의 절기, 이른 모내기, 간작(間作), 분봉(分蜂), 팔일현등(八日顯燈), 천렵(川獵) 등.
5월령 중하인 5월의 절기와 보리 타작, 고치따기, 그네뛰기, 민요 화답 등.
6월령 계하인 6월의 절기와 간작, 북돋우기, 유두의 풍속, 장 관리, 삼 수확, 길쌈 등.
7월령 맹추인 7월의 절기와 칠월칠석 견우직녀의 이별과 비, 김매기, 피고르기, 선산에 벌초하기, 겨울을 위한 야채 준비 및 김장할 무와 배추의 파종 등.
8월령 중추인 8월의 절기와 백곡의 무르익음과 수확, 중추절을 위한 장 흥정, 며느리 친정 근친 등.
9월령 계추인 9월의 절기와 늦어지는 가을 추수의 이모저모, 그리고 풍요함 속에 피어나는 이웃 간의 온정을 노래함.
10월령 맹동인 10월의 절기와 무 · 배추 수확, 겨울 준비, 가내 화목, 한 동네의 화목 등.
11월령 중동인 11월의 절기, 메주쑤기, 동지의 풍속, 가축 기르기, 거름 준비 등.
12월령 계동인 12월의 절기, 새해 준비, 묵은 세배 등.
결사 농업에 힘쓰기를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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