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치는 소년
-김종삼-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이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십이음계>(1969)-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주지적, 현실 비판적
◆ 특성
① 모호한 시상 전개로 해석의 다양성을 부여함.
② 이국적인 시어를 통해 시상을 구성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무의미한 아름다움을 비판적인 태도로 바라봄.
북 치는 소년의 모습은 아름다우나 그것이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기에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음.
* 2연 → 서양에서 가난한 나라 한국으로 보내 온 위문 카드인 크리스마스 카드는 아이들에게 아름답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시인과 세계가 화해하지 못하고 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줌.
* 3연
→ 크리스마스 카드에 그려져 있는 그림인, 등에 진눈깨비를 맞고 있는 어린 양들의 모습을 표현
'가난한 아이'처럼 순수하고 연약한 존재를 의미하는 '어린 양'과 '진눈깨비'라는 다소 부정적이고 차가운 의미가 충돌하고 있는데, 이 모습을 시적 화자는 '반짝이는' 이라고 표현하여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함.
* 어린 양 → 순수하고 연약한 이미지
◆ 제재 : 크리스마스 카드
◆ 주제 : 절대 순수의 가치와 한계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적 화자
◆ 2연 : 가난한 아이가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
◆ 3연 : 크리스마스 카드의 그림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시인이 눈에 비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 주제 뒤에 배경으로 깔려 있는 이미지에 의해서 조형된 시이다.
이 시는 '~처럼'으로 묶인 세 개의 연에서 그 비교 대상이 생략됨으로써 완전한 문장을 갖추지 못하여 얼핏 보면 쓰다 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편적으로 끊어진 그 시상들을 '북 치는 소년'이라는 제목을 중심으로 엮어 보면, 시인이 의도하고 있는 통일된 시상을 찾아 낼 수 있다. 즉, 각 연의 '~처럼' 뒤에 '북 치는 소년'을 덧붙이면, 전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시는 서양에서 우리 나라의 어느 가난한 아이에게 아름다운 카드가 온다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아이는 가난하며 비애를 간직하고 있다. 이 아이는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6 · 25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전쟁 고아로도 볼 수 있다. 성탄절이 가까운 어느 날, 그 아이는 서양 소년이 북을 치고 있는 그림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는다. 그러나 카드 속에 담겨 있는 '북 치는 소년', '양들', '진눈깨비' 등의 이국적 풍광들은 그에게 막연한 아름다움의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다. 아이는 그 환상적인 풍경에 도취되기도 하지만, 그는 곧 그것이 다만 화려한 장식에 불과한, 내용 없는 아름다움임을 깨닫는다.
◆ '북 치는 소년'의 압축과 생략
이 시는 세 연의 짧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긴 진술의 내용을 시각적 이미지로 병치시켜서 압축하면서, 각 연은 '~처럼'이라는 직유법으로 미완의 상태로 끝맺고 있다. 또한 비유의 대상이 생략된 상태로 보조 관념만 표면에 나타나 있다. 이것은 시인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환상적인 미의 세계를 부각시키고, 생략된 현실의 비참함이 보다 효과적으로 대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 '북 치는 소년'과 '가난한 아이'의 대비
'북 치는 소년'은 크리스마스 카드의 그림 속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반면, '가난한 아이'는 현실 속에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6 · 25 전쟁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이 둘을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면서 모두 소년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대조적 표현은 이 시의 주제에 깔린 비애의 정서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준다.
◆ 시 해석의 모호성
이 시는 절대 순수, 절대 가치가 크리스마스 카드 속이 북 치는 소년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다. 즉, 일체의 존재와 행동에서 아무런 현실적 동기나 목적을 가지지 않는 비공리적 세계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여 실제로 시인이 의도한 바를 추리해 보면, 순수 가치를 지닌 절대 순수와 가치의 표상인 북 치는 소년은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음이 드러난다. 따라서, 이 시는 이중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작품으로, 감상의 풍요로움을 제공하고 있다.
'Reading n See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산문/설화류]견우(牽牛)와 직녀(織女) (0) | 2021.12.27 |
---|---|
[고전산문/고전가사 해설]성산별곡(星山別曲) - 정 철 - (0) | 2021.12.23 |
[현대시 해설]별 헤는 밤 - 윤동주 - (0) | 2021.12.23 |
[현대시 해설]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 (0) | 2021.12.23 |
[현대시 해설]나비와 광장 - 김규동 - (0) | 2021.12.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