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미국 기행’을 읽고
지금 이시대에는 그리 멀지 않은 나라 미국, 하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저에게는 미지의 나라이며 공상속에서나 그려보던 곳입니다.
먼저 이 책에서 교수님은 거의 3달이 되는 기간을 통해서 미국의 3/4를 자동차로 돌아다니시면서 글을 쓰셨습니다. 미국 동남부에 대한 내용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세 부분에 대해 장장 436페이지에 걸쳐서 미국의 광활함을 잘 나타내 주셨습니다. 저 또한 여기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 될 수 있겠지만 생업을 위해서 전라남도 구석구석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직장에 다녔을 때에는 콘도에서 근무를 했기에 전국의 관광지도 많이 돌아다닌 편입니다. 그런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세상은 넓고 다닐 곳은 많고 제가 가보지 못한 영역은 거의 무한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이 시카고에서 자리를 잡고 자동차를 통해 여행을 다니시는 부분에서는 저도 심심찮은 공감을 했습니다. 저는 전라남도의 남해안 섬들을 트럭 하나로 다니면서 모기장을 설치해 주거나 샷슈를 달아주는 일, TV 안테나를 다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저 또한 잠을 차 안에서 청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에 선생님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짐칸 안에서 모기에게 제 피를 줘가면서 잠을 청해야 하고, 태풍과 천둥번개라도 치면 덜컹덜컹하는 차 안에서 불안에 떨며 잠을 청해야 하고, 겨울에는 또한 추위에 덜덜 떨면서 군용 요를 깔고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밥도 물론 부루스타에 냄비를 올리고 얼마 되지 않는 반찬을 가지고 하루 세 끼니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가끔 일을 해주는 집에서 반찬을 주는 그런 날이면 한 끼니가 풍족해집니다. 교수님이 쓰신 내용 중에는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서 소주 한잔과 시 한편을 통해서 잠을 청하시는 내용이 있었는데 저 또한 시 한편은 없지만 큰 아들의 전화와 저녁식사 후 마시는 소주 한잔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교수님처럼 저도 씻는 곳이 마땅치 않아서 마을회관 화장실을 이용한 적도 많습니다. 물론 교수님이 자동차 여행을 해오시면서 겪었던 수모들, 빈 주차장에 눈치를 보면서 차를 세워야 하거나 밤에 순찰을 도는 경찰들에게 주의, 심지어는 멸시를 받아가면서까지 쫓겨나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교수님이 적으신 내용 중에 ‘미국은 땅덩어리도 넓은데 그 넓은 땅을 너무나 계획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편하게 공터에 차를 대거나 할 수 있는 땅이 없다’라는 역설적인 내용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의 차이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도 다가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거의 보름에서 한 달 동안이나 되는 긴 여정을 마치고 시카고로 돌아오는 동안의 그 기분과 집에 도착했을 때의 그 기쁨도 매우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비록 집에 돌아가면 반겨주는 사람은 이제 막 수험생활을 마친 작은 아들 한명이지만 작은 아들과, 무엇보다도 내가 살아가는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 속에서 떨어져 있다가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기쁨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교수님이 쓰신 내용 중에 몇 가지를 생각해보면 루트 비어를 마셨을 때 ‘마치 한국의 신신파스를 콜라에다 한 이틀 푹 절여놓은 듯한 거북한 서양박하 향기’라고 표현을 하신 부분에서 박장대소를 하였습니다. 또한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 아치에서 쓰신 시구 중 ‘아, 인간의 손으로 만든 전망대에 덧없이 올라보니/산에서 내려다보는 것만 못하구나’라고 표현하신 부분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에펠탑이고 어느 곳이고간에 자신이 직접 힘들여 올라가는, 그리고 그 고생 끝에 얻는 절경에 비하면 모자란 것이겠지요. 블루 시카고에 대해 쓰신 시에서는 대학 밴드에서 드럼을 치는 큰 아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메도브룩 공원의 반딧불이를 쓰신 내용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볼 수 없는 반딧불에 반해 미국은 영토가 넓기 때문에 보존되어 있는 지역도 넓어서 반딧불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면서 밤에도 조명을 쏴가면서 폭포를 쉬지 못하게 만든다는 교수님의 발상에 감탄했습니다. 물론 관광지로서의 가치는 높아지겠지만 그런 것은 순전히 인간만을 위한 발상이라는 점에서 공감하고 있습니다. 비 오는 보스톤에서 유학 와 있는 학생들의 문화를 보는 듯한 부분에서도 역시 예전에 PD수첩과 같은 프로에서 많이 다뤘던 유학생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버드 옌칭 도서관에서 쓰신 시를 보고 ‘남한 시인의 시집과 북한 작가의 소설책이/서로 어깨를 다정하게 붙이고 살 그리움으로 나란히 꽂혀 있는 것을’부분을 통해서 현재의 분단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시카고의 중부 시장에 대해서 쓰신 부분은 타지에서 우리 문화를 봤을 때의 그 반가운 느낌이 잘 살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늙은 미군 병사’에서는 외국인, 제 3자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골든게이트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700명이 넘었다는 것도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서부 남부 지역을 다니실 때 쓰신 내용 중에서는 'No name'이라는 지역 이름, ‘라이플’, ‘파라슈트’등의 지명이 붙은 내력은 아마 남부 지역을 차지하게 될 당시에 이름을 많이 지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렇게 성의 없게 이름을 짓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상 깊은 몇 가지 구절을 마지막으로 언급하자면 “나는 눈을 감고 기도하는 듯한 심정으로 마음을 정돈하며 어금니를 굳게 깨물었다. 어디 한번 시도해 보자. 앞길의 어떤 어려움도 내 스스로 그 난관을 돌파하며 열어가야 하는 것. 이것이 참된 삶의 의미가 아니던가?”라는 부분을 보고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될 만큼의 강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시인 공초 오상순 선생님의 생활 방식,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 때면 ‘오늘밤도 죽어보자’라고 하였고, 도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새로 살아 볼까나’하면서 일어났다고 한다.”도 또한 가슴 깊이 다가오는 구절이었습니다.
“기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삶에서 앞이나 뒤가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 우리는 그 앞과 뒤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며 살아갈 때가 있다.”라는 부분도 크게 깨달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기행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미국의 광대함에 대해서 잘 나타나 있고 그 느낌을 시인의 입장에서 표현하신 부분이 이 분야의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를 통해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셨다는 부분에서도 책을 읽을 때 몰입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외국에 한번도 나가본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소중한 간접 경험이었습니다.
'Reading n See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인조 도둑-막심 고리키<두 도둑의 인간미..> (0) | 2021.05.05 |
---|---|
“아침형 인간”을 읽고 (0) | 2021.05.05 |
진달래꽃 (0) | 2021.04.30 |
인형의 집-헨리 입센 (0) | 2021.04.24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0) | 2021.04.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