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읽고
1. 줄거리
소설의 이명준은 철학과 학생이다. 또한 남한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진지하고 참되며 보람찬 삶을 꿈꾼다. 그러면서 무엇을 하면 그 꿈이 이루어질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년이다. 남한에서 그 꿈을 이루기는 어려웠다. 명준이 생각하는 남한은 더럽고 부패한, 개인밖에 모르는 나라였다. 자유가 지나치게 주어져 방종으로 이어지고, 나라의 지도자들을 혐오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끝에 명준은 월북하게 된다. 사실 시대적 배경이 되고있는 1940년대 50년대는 남과 북이 갈라지고 나서 남한의 많은 지식인들이 월북을 했다. 월북한 지식인들이 꿈꾼 것은 유토피아였다. 모든 사람들이 잘 먹고 평등하게 잘 사는 장소였다. 북한은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아 공산주의 국가로서 체제를 굳건히 한다. 한편 남한은 자본주의 자유주의 국가로써 북한과는 다른 체제를 가지게 된다. 북한은 자유주의 체제에 반대되는 공산주의를 수행하며, 자유주의 체제를 능가하기도 했다. 전후에는 남한보다 우월하기도 했다. 당시에 있어서는 공산주의 이론이 갖는 완벽함은 상당했다. 남한의 지식인들은 이 이론이 잘 수행된 나라가 유토피아의 세계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명준은 꿈꾸던 북한은 자신의 광장을 찾을 장소로 생각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남한에서 보여지는 실망감을 북한에서는 느끼지 않고자 부푼 가슴을 이끌고 북한을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겪는 여러 일들을 통해 이곳 역시 자신의 광장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북한이란 나라는 인민을 위한 나라가 아니었다. 개인이 중심이 되지 않는 당을 위한 나라였다. 그곳에서 역시 자신이 진지하게 살 수 있는, 참되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명준이 생각하는 광장은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6․25 전쟁 후 포로가 된 명준은 자신이 중립국으로 갈 수 있음을 알고는 남한, 북한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국을 가게 된다. 여기서 명준은 광장을 찾길 포기하게 된다. 자신을 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 것이라 다짐한다. 그 삶은 병원의 문지기, 소방서 감시원, 극장의 매표원과 같은 단순 노동이다. 명준은 자신의 삶을 찾는 것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중립국을 향하는 배 안에서 자살을 하게된다.
2. 광장의 의미
광장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광장은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며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개인의 삶을 가지고 있다. 개개인들은 모두가 다르며 개인만의 특색을 가지며 살아간다. 개인이 꿈꾸는 삶은 저마다 다를 것이며,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개인의 삶은 행복하고 보람찬 삶이 되는 것이다. 개인의 꿈이 실행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와 실존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며, 이것을 아는 것이 참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장소가 광장이다. 즉 소설에서 그려지는 광장은 개인의 삶이 행복하게 실현되는 유토피아적 이상향의 장소인 것이다. 명준은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진지하게 실현하고 싶어했던 인물이다. 이것이 이루어질 장소는 명준이 그리는 자신만의 광장에 있었다. 그곳은 남한도 아니며 북한도 아니었다. 결국 그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찾기를 포기한 채,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을 부정한 채, 자신의 가치를 폄하한 채, 중립국을 선택하고 평범하게 살 것을 다짐한다.
3 중립국
명준이 선택한 중립국은 명준을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중립국의 생활은 되도록 평범하고 단순하게 살 것을 다짐한다. 명준은 남과 북 어디에서도 자신의 광장을 찾지 못한다. 그에게 남과 북 어느 한쪽의 선택의 기로가 마련되었지만, 그는 중립국을 선택하였다. 중립국은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혹 이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남과 북처럼 대립하는 갈등이 없다. 명준에게 있어서의 남쪽은 광장 아닌 광장이었으며, 북은 인민을 위한 나라가 아닌 당만을 위한 나라였다. 그가 남과 북에서 하고자 했던 일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고, 그 두 나라에 미련은 없었다. 명준을 데려오기 위해 그를 설득하는 북한의 당원과 이야기하면서 그는 중립국만을 이야기한다. 또한 남한 사람과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도 그는 중립국의 선택을 굽히지 않는다. 명준은 중립국을 선택하면서 어떤 후회와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중립국에서의 삶을 상상하며 평안을 가지기도 했다. 되도록 단순하고 평범한 삶을 살며, 성격까지도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한다. 이것은 그가 광장 찾기를 포기한 모습이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자신만의 광장은 남과 북 어디에서도 찾아보지 못했다. 그럼으로써 중립국에 가서 삶을 살기를 원한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성찰을 한 후에 뿌듯한 보람을 느끼며 살고 싶어했던 명준은 이 목표를 버린 것이다. 중립국은 그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다. 명준 역시 아는 사람이 없으며 하고싶은 일도 잃어버린 장소이다. 그에게 있어서의 중립국은 마지막 도피처이며 그가 가진 목표를 버리고 안착하는 안식처이다.
4. 갈매기
중립국을 향하는 배에서 갈매기를 만나게 되고 그 갈매기들은 푸른 광장을 날고 있었다. 갈매기는 자신의 본능에 맞추어 삶을 살아가는 동물이다. 갈매기는 존재 의미와 가치가 명확하다. 갈매기들은 자신만의 삶을 진지하게 실현하면서 살아간다. 배가 출발하면서부터 계속해서 쫓아오던 갈매기는 명준에게 광장을 보여준다. 갈매기를 본 명준은 그것이 옛 애인이었던 은혜와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나는 갈매기를 보며 푸른 바다를 광장이라 느끼게 된다. 이것은 갈매기가 존재 의미와 가치를 잘 알고 그곳에서 참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바다가 광장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갈매기는 바다 위를 날아다님으로써 그 만의 삶을 영위한다. 또한 그 삶은 갈매기가 자신의 의미를 자각하고 열심히 행복하게 생활한다. 갈매기만의 광장은 푸른 바다인 것이다. 명준은 자신이 그토록 찾고있던 광장을 목격한 것이다. 푸른 광장을 날아다니는 갈매기는 은혜와 명준의 딸이었다.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던 자신의 아내와 얼굴도 보지 못한 그의 딸은 명준에게 푸른 광장을 보여준 것이다.
5. 밀실
광장과 반대되는 개념은 밀실이라 할 수 있다. 광장은 열린 장소라 하면 밀실은 폐쇄된 장소이다. 광장은 개인들이 모여 사는 장소라 하면 밀실은 개인만의 공간이다. 밀실은 폐쇄 되어있으며 그 안에 갇혀있는 개인은 진정한 성찰을 하지 못한다. 즉 광장이 개인의 존재를 아는 이상향적 장소라 하면, 밀실은 개인의 가치를 알기 전의 장소이다. 자신의 진정한 삶과 존재 의미를 찾기 전의 장소가 밀실이요, 이것을 찾은 후의 장소가 광장인 것이다. 명준이 생각한 남한은 밀실에 갇혀 사는 개인이 모여 사는 장소였다. 그곳은 광장이 아니었다.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소가 남한이었던 것이다.
6. 이명준에 대한 생각
소설에서의 명준은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지 못했다. 명준이 생각했던 자신만의 광장 역시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자신이 열망했던 광장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자살을 하게 된다. 푸른 바다를 광장이라 느끼며 그곳에 몸을 던지는 명준은 용기가 없다. 명준은 광장을 찾으려고만 노력을 했다. 광장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명준은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 가치를 실현할 장소를 찾고만 있지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남한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다분히 용기 없는 남자의 모습이다. 명준이 본 남한은 부패하고 개인밖에 모르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소이다.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찾기를 포기한 채 북한으로 가게 된다. 이러한 모습이 상당히 안타깝다. 명준은 자신의 삶을 실현할 장소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만들려고 노력을 해 보았으면 어떠했을까 한다. 자신의 삶을 실현할 장소가 맘에 들지 않다 하여 이곳 저곳으로 떠나기만 한다하여도 광장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하면서 살아간다. 자신의 진지한 삶을 실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명준은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장소를 모색한다. 남한의 모습이, 북한의 모습이 명준에게 있어서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하더라도 그 체제에 순응하여 그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광장을 찾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게 되는 명준에게서 느껴지는 모습은 용기 없고 패배적인 남자의 모습으로 느껴졌다.
7. 감명 깊은 20가지 부분
1.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살며, 어떻게 살아야 보람을 가지고 살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2. 갈빗대가 버그러지도록 뿌듯한 보람을 품고 살고 싶다는 거예요.
3. 그 텅 빈 광장으로 시민을 모으는 나팔수는 될 수 없을까?
4. 그 속에 목숨을 묻고 싶은 광장을 찾지 못할 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5. 명준이 북녘에서 만난 것은 잿빛 공화국이었다.
6. 보람있게 청춘을 불태우고 싶었습니다. 정말 삶다운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7. 바스티유를 부수던 날의 프랑스 인민처럼 셔츠를 찢어서 공화국 만세를 부르던 인민이 어디 있습니까?
8. 젊은 사람 치고, 이상주의적인 사회 개량의 정열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9. 그런데 밥과 옷을 제 손으로 번다는 게 생활이란 말의 뜻일까?
10. 바다를 건너려는 사람이 웅덩이에 빠져 죽어서는 안 된다.
11. 이제 그가 북으로 가야 할 아무 까닭도 없었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은혜도 없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회에 들어있다는 것은 풀어서 말하면, 그 사회 속의 어떤 사람과 맺혀져 있다는 말이라면, 맺어질 아무도 없는 사회의, 어디다 뿌리를 박을 것인가. 더구 나 그 사회 자체에 대한 믿음조차 잃어버린 지금에, 믿음 없이 절하는 것이 괴롭듯이, 믿음 없이 정치의 광장에 서는 것도 두렵다.
12. 스탈리니즘에 있어서의 마틴 루터는, 아직 없다.
13.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열을 잃는 것보다 더 큰 민족의 손실입니다.
14. 남한이란 키에르케고르 선생 식으로 말하면,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이 었다.
15.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을 한눈에 보여 주는 것-그것이 ‘죽음’이다.
16. 병원 문지기라든지, 소방서 감시원이라든지, 극장의 매표원, 그런 될 수 있는 대로 마음 을 쓰는 일이 적고, 그 대신 똑같은 움직임을 하루 종일 되풀이만 하면 되는 일을
할 테다.
17. 나는 영웅이 싫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좋다.
18. 사람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 성격까지도 마음대로 골라 잡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19. 제정신이 든 눈에 비친 푸른 광장이 거기 있다.
20. 흰 바다새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마스트에도. 그 언저리 바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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