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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현대시 해설]새벽 1 - 정한모 -

by 휴리스틱31 2022.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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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
                                                                              - 정한모 -

 

새벽은

새벽을 예감(豫感)하는 눈에게만

빛이 된다.

 

새벽은

홰를 치는 첫닭의 울음소리도 되고

느리고 맑은 외양간의 쇠방울 소리

어둠을 찢어 대는 참새 소리도 되고

교회당(敎會堂)의 종(鐘)소리

시동(始動)하는 액셀러레이터 소리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도 되어

울려 퍼지지만

 

빛은 새벽을 예감(豫感)하는 눈에게만

화살처럼 전광(電光)처럼 달려와 박히는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빛은

바다의 물결 위에 실려

일렁이며 뭍으로 밀려오고

능선(稜線)을 따라 물들며 골짜기를 채우고

용마루 위 미루나무 가지 끝에서부터

퍼져 내려와

누워 뒹구는 밤의 잔해(殘骸)들을 쓸어 내며

아침이 되고 낮이 되지만

 

새벽을 예감하는 눈에겐

새벽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고

소리나기 이전(以前)의 생명이 되어

혼돈(混沌)의 숲을 갈라

한 줄기 길을 열고

두꺼운 암흑(暗黑)의 벽(壁)에

섬광(閃光)을 모아

빛의 구멍을 뚫는다.

 

그리하여

새벽을 예감하는 눈만이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스스로 빛을 내뿜어

어둠을 몰아내는

광원(光源)이 된다.

 

               -<새벽>(1975)-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감각적, 상징적, 주지적

 표현

* 새벽을 청각적 이미지(2연)에서 시각적 이미지(4연)로, 다시 상징적 이미지(5,6연)로 변화시키며 표현

* 상징적 시어를 사용해 시적 긴장감을 형성함.

* 유사한 시구나 시어를 반복하여 시상을 강조함.

* 선언적, 단정적인 종결어를 통해 강한 인상을 줌.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새벽은 / 새벽을 예감(豫感)하는 눈에게만 / 빛이 된다.

   → 새벽은 새벽이 온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빛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2연 → 이중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구절이다. 하나는 새벽의 모습을 청각적으로 제시한 구절로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진정한 새벽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들, 즉 거짓 새벽을 보여 주는 것들로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상의 흐름으로 보아 후자로 해석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 4연 → 새벽이 오는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 새벽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고 / 소리나기 이전의 생명이 되어

   → 새벽은 '밝음'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인 시간인 동시에, '밝음'의 세계를 소리 없이 열어 주는 선구적이며 희생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 소리나기 이전 → '어둠'의 상태

* 혼돈의 숲을 갈라 / 한 줄기 길을 열고 / 두꺼운 암흑의 벽에 / 섬광을 모아 / 빛의 구멍을 뚫는다.

   → 새벽을 예감하는 사람은 새로운 시대 정신을 가진 선구적인 사람, 새 시대를 여는 사람이라는 의미

* 혼돈의 숲, 두꺼운 암흑의 벽 → 새 시대가 오기 전 혼란이 극에 달한 상태

                                                유신 시절 군사 독재의 억압적 현실

* 섬광 → 시대를 앞서 나가는 정신

* 새벽을 예감하는 눈만이 /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 새벽의 도래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밝고 정의로운 시대를 실현할 존재가 된다.

* 스스로 빛을 내뿜어 어둠을 몰아내는 / 광원이 된다.

   → 새벽은 암흑과 대비되는 존재이다. 스스로 빛을 내뿜어 어둠을 몰아 내는 새벽은 새로운 시대, 밝고 정의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 선구적인 존재가 된다는 의미이다.

 

 

 시적 화자 : '새벽'의 도래를 깨우치는 선구자적 목소리로, 시대의 흐름을 내다 볼 줄 아는 안목의 중요성을 지닌 사람

 제재 : 새벽

*'새벽'은 밤(암흑)과 아침(광명)의 경계에 놓인 시각으로, 암흑의 세계에서 광명의 세계로 향하는 방향성으로 이해 '희망'이라는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또한 역사적 현실과 관련되어, '새벽'은 새로운 시대를 목전에 둔 희망의 공간으로 해석된다. 이 시에서 새벽은 '새벽을 예감하는 눈'에게만 빛이 된다고 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으려는 의지를 가진 자만이 아침, 즉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시대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희생적인 노력을 거듭하여 암울한 현실 속에서 희망을 심고 어둠을 몰아 내야 올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새 시대의 도래를 위해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제 자유와 정의가 있는 새 시대에 대한 소망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새벽의 의미(새벽을 예감할 줄 아는 시각의 필요성)

◆ 2연 : 새벽(자연적 · 물리적 의미)의 청각적 이미지

◆ 3연 : 새벽 빛의 의미(진정한 세상)

◆ 4연 : 새벽(자연적 · 물리적 의미)의 시각적 이미지

◆ 5연 : 새벽의 상징적 이미지(새벽의 '개벽'적인 작용)

◆ 6연 : 새벽의 상징적 이미지(새벽을 예감하는 눈의 진정한 가치)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물리적, 자연적 시간으로서의 '새벽'을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도래, 또는 시대를 앞서가는 정신으로 상징화하면서 새롭고 정의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소망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새벽'은 자연적, 시간적 때로서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벽'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시간이다. 즉, '새벽'을 거쳐야 밝은 세상으로 갈 수가 있다. 이러한 '새벽'의 의미를 깨달은 사람은 곧 새로운 시대 정신을 가진 사람이고, 그런 사람만이 어둠에 묻혀 있는 세계에 빛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선구적인 존재가 된다. 즉, '새벽을 예감하는 눈'만이 '스스로 빛을 내뿜어 어둠을 몰아내는 광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시는 '어둠-새벽-빛'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여, 어둠을 물리치고 빛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새벽을 예감하는 눈'임을 노래한 작품이다. 여기에서 '어둠'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현실을, '새벽을 예감하는 눈'은 시대와 역사를 보는 예지와 새로운 시대를 맞으려는 의지를, '빛'은 어둠을 물리치고 새롭게 도래한 시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데, 시적 화자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새벽을 예감하는 눈'이다. 시인은 이 '새벽을 예감하는 눈'이라는 핵심적인 시구를 반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선구자적 정신과 의식을 가진 사람만이 새롭고 정의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주제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새벽'을 청각적 심상, 시각적 심상 등을 통해 감각적으로 나타냄으로서 실감을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시에서 대상을 삼고 있는 '새벽'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 역사와 관련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시는 현상으로서의 새벽과 본질로서의 새벽을 구분하고 있다. 현상으로서의 새벽은 우리가 늘상 접하는 새벽인 바, 2연에서는 청각적 이미지를, 4연에서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그 현상을 그려내고 있다. 본질로서의 새벽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그 새벽을 바라보는 인간(주체)의 이성적 의식과 그에 따른 직관이 필요하다. 곧 누구나 새벽을 맞지만, 누구나 다 새벽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않음을 이 시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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