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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현대시 해설]추억에서 - 박재삼 -

by 휴리스틱31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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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서
                                                                              -  박재삼  -

 

진주(晋州)장터 생어물(魚物)전에는

바다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끝에 남은 고기 몇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晋州南江)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 <춘향이 마음>(1962) -

 

 

해           설

 

[개관정리]

 특성

* '∼가', '~꼬'의 의문형 종결어미를 통해 내재적인 리듬을 구사함.

* 구체적 지명과 토속적 시어를 사용하여 시의 정서와 이미지를 통일시킴.

* 향토적, 애상적, 회고적, 정한적

* 토속적 시어(사투리)를 이용한 독특한 영탄법 구사(울엄매야 울엄매)

* 대상의 변화(어머니→오누이→어머니)

* 한의 정서를 섬세한 언어와 서정적 감각으로 형상화함.

 

 중요 시어 및 시구풀이

    * 해 다 진 어스름 → 어물전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생선을 다 팔지 못한 걱정스러운 분위기로 연결시킴.

    *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 빛 발하는 눈깔들

              → 삶의 어려움에서 오는 어머니의 한을 느낄 수 있음.

                  생선을 다 팔지 못한 어머니의 막막함과 안타까움.

 

 

    * 속절없이 → 희망없이 단념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함.

    * 은전 → 만져볼 수 없는 물질, 소유할 수 없는 부를 의미함.

    * 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 → 가난이 설움과 외로움을 부르고 그것이 감각화되어 한이 생성됨.

    * 울엄매 → 토속적이고 향토적 정감으로, '울고 있는 엄마'를 연상케하는 표현

    * 별밭 → 어머니는 오누이에게는 삶의 희망이자 생존의 근원인 별과도 같은 존재임.

                  자식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미지. 삶의 위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대상

                  그러나 이 별밭이 '골방(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이미지로 연결됨.

    * 손시리게 떨던가 → 추위에 떨고, 자식들을 생각하며 조바심에 떠는 모습.  어린시절의 가난한 삶

    *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 어머니가 이른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옴을 알 수 있음.

    *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

         → 원관념 : 슬픔을 억제하고 있는 듯한 어머니의 눈물

             한으로 채워져 글썽이며 울고 계시던 어머니의 마음

             삶에 지쳐 서러움에 잠겨있으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어머니의 아름다운 모습

    *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 글썽임은 서러움이지만, 반짝임은 서러움을 정화하고 미화시키는 것이다.  곧 어머니의 삶이 그저 짓누르는 아픔에만 빠진 것이 아니고, 거기에는 자식들에 대한 사랑의 아름다움이 함께 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임.

 

 주제  어머니의 한스러운 삶에 대한 회고와 그 회한

             가난한 유년기의 추억 속에 각인된 어머니의 삶과 한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시적 배경 제시- 저녁 무렵, 진주 장터 생어물전

◆ 2연 : 어머니의 한많은 삶 회고

◆ 3연 : 어린 시절 오누이의 모습

◆ 4연 : 어머니의 한과 눈물 회고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시인의 고향은 삼천포이다. 일본에서 살다가 해방 후 고향인 삼천포로 돌아온 시인의 가족은 무척 가난했다. 어린 소년 박재삼이 학교 소사 생활을 하며 공부를 해야 할 정도였으니 가히 짐작할 만하다. 시인의 어머니는 진주 장터의 생어물전에서 생선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려운 삶을 꾸려나갔다.

사람들이 가진 그리움 중에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만큼 크고도 보편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어머니는 모든 사람이 지닌 가장 깊은 사랑의 근원이며, 세월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리움의 대상인 어머니의 모습을 추억하면서 언제나 한과 슬픔으로 점철되는 어머니, 팔다 남은 생선의 눈빛에서 가난을 벗지 못한 한이 묻어났고, 달빛 받아 반짝이는 옹기전의 옹기빛에서 눈물 젖은 어머니의 눈빛을 시적 자아는 연상한다.

마음 깊이 서려있는 한스런 추억과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통속적인 감정으로 떨어뜨리지 않고 깨끗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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