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내 뜻이오 ~ -황진이-
[현대어 풀이]
- 청산은 나의 뜻이요, 녹수(푸른 물)는 님의 정이라. (한결 같은 나와 쉽게 변하는 님)
- 녹수가 흘러간들 청산의 뜻이야 변할 것인가? (임에 대한 변함 없는 사랑)
- 녹수도 청산을 잊지 못해 울면서 흘러 가는구나. (자신의 일편단심을 잊지 않을 것 같은 님)
[이해와 감상]
'청산'과 '녹수', 변함없는 푸른 산과 자꾸만 흘러가서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는 물결, 변함없는 작자의 뜻과 변덕스러운 님의 정을 이것들에 비유한 착상이 평범하면서도 신선미가 넘친다.
여기서의 '청산'은 '불변하는 것'이며 곧 '나'와 동일시되고 있다. '녹수'는 '변화하는 것'으로 곧 '님'을 상징하고 있다. 이로써 녹수(님)가 흘러가도 변하지 않을 스스로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녹수의 흘러감'으로 표상되는 인간이 지니는 숙명적 불안감과 허무감은 사대부들의 자연인식과는 근본적으로 인식을 달리하는 것이다. 사대부들에게 있어서 '녹수'나 '청산'은 다 같이 시간적으로 무한한 영원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사대부의 시에서 변하는 인간과 대비되는 자연물들로서 이 두 소재가 다 함께 채택된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황진이는 녹수의 흘러감, 즉 그 유한성에 주목함으로서 사대부들의 당위론적인 자연 인식과는 다른 이미지를 창출해 내었다.
결국 나에 대한 임의 사랑이 설령 바뀌었다 하더라도 임에 대한 나의 마음은 영원함을 노래하고 있다. '청산'이 넘치는 애정과 정열에 불타는 내 마음이라면, 그 밑으로 푸르름을 머금고 흐르는 '녹수'는 임이 나에게 속삭여주던 정이라 할 수 있다.
청산은 녹수가 영원히 자신의 품안에 있기를 원하지만 녹수는 더 좋은 경치를 향해 떠나간다. 그러나 흘러간 녹수야 지금 있건 없건, 임을 향한 청산의 마음이야 변할 까닭이 있겠는가? 그리고 저리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아 녹수도 청산을 잊지 못해 눈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리라.
[정 리]
◆ 성격 : 평시조, 단시조, 연정가
◆ 표현
① 시어의 대비와 감정 이입의 수법을 사용하여 주제를 강조함.
② 당대 사대부들과 다른 자연 인식으로 독창적 이미지를 창출함.
③ 비유적 표현(은유)
◆ 주제 : 임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
◆ 문학사적 의의 : 기녀 시조가 문학 담당층의 확산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표현의 다양화 측면에서도 커다란 기여를 하였음을 보여주는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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