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리 벽계수ㅣ야 ~ -황진이-
[현대어 풀이]
- 청산에 흐르는 푸른 시냇물아, 빨리 흘러가는 것을 자랑하지 말아라.
- 한 번 넓은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니,
- 밝은 달이 텅빈 산에 가득 비추고 있으니 잠시 쉬어간들 어떠하겠는가?
[창작 배경]
당시 종친의 한 사람인 벽계수(李渾源)라는 사람이 하도 근엄하여 딴 여자를 절대로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높았다. 마침 그 때 그가 개성에 와서 달밤에 나귀를 타고 만월대를 산책할 때에, 소복 차림한 황진이가 이를 시험해 보려고 그에게 다가가 이 노래를 건넸더니, 벽계수는 황진이의 시재(詩才)와 미모에 끌려 자신도 모르게 나귀 등에서 내려서는 하룻밤의 시흥을 돋우었다고 한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중의적인 표현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벽계수'는 흐르는 물과 왕족인 벽계수(碧溪水)를, '명월'은 달과 황진이 자신을 동시에 의미한다.
일차적으로 이 시조는, 아름다운 기녀가 한 강직한 선비를 유혹하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벽계수에게 자신과 이 달 밝은 밤의 빈 산에서 함께 어우러져 놀아보자는 유혹의 뜻이 충분히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초장의 '청산'은 영원히 변함없는 자연을 나타내며, '벽계수'는 순간순간 쉬지 않고 변해가는 인간의 삶을 뜻한다. 영원한 자연에 비해 순간적이고 덧없기만 한 인생, 그 허망한 인생을 풍류로 한 번 달래보자는 기녀다운 호소력을 지닌 노래라고도 할 수 있다.
[정 리]
▶ 성격 : 평시조, 연정가
▶ 시적 상황 및 주된 정서 : 벽계수를 유혹하는 상황으로, 상대방에게 인생을 즐길 것을 권유하면서 현재적 순간을 강조하는 낭만적 태도를 보임.
▶ 표현 : 중의법을 통해 화자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냄.
▶ 주제 : 인생의 덧없음과 행락의 권유
▶ 문학사적 의의 :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작가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으며 기녀의 시조가 조선 전기 시조의 지평 확장에 기여하였음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작품임.
'Reading n See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시조 해설]춘산에 눈 녹인 바람 ~ -우탁- (0) | 2022.05.12 |
---|---|
[고시조 해설]청산은 내 뜻이오 ~ -황진이- (0) | 2022.05.12 |
[고시조 해설]춘산의 불이 나니 ~ -김덕령- (0) | 2022.05.12 |
[고시조 해설]탄로가(嘆老歌) -신계영- (0) | 2022.05.12 |
[고시조 해설]태산이 놉다 하되 ~ -양사언- (0) | 2022.05.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