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창I : 정지용 시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
-열없이 : 맥없이, 기운없이
-늬 : 너(2인칭)
▣ 성격 : 서정적, 회화적
▣ 어조 : 지성적 어조(감정의 절제)
▣ 구성
제1연 : 유리창에 어린 영상
- 가냘픈 새 : 사라지는 자신의 입김자국
제2연 : 창밖의 밤
제3연 : 외롭고 황홀한 심사
- 외로움 : 자식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마음
- 황홀함 : 죽은 자식을 마음으로 만나는 순간(별빛이 유리창에 박힘)
# 모순형용의 역설적 표현
제4연 : 죽은 아이의 사라진 영상
- '아아' : 감정의 집약적 제시
--- 참고 월명사 향가 <제망매가> '낙구의 첫머리 감탄사'와 비교
( <유리창1>도 향가처럼 모두 10행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주목됨 )
* 시어 : '유리창'
- 창 안(삶)과 밖(죽음)을 단절시키는 동시에 연결해주는 매개 역할
▣ 주제 : 죽은 아이에 대한 아버지의 그리움과 슬픔
▣ 출전 : [조선지광] 제89호(1930. 1)
[ '죽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노래한 작품 ]
1. --- 참고 김현승 <눈물>
김현승 시 <눈물>
* 해제 : 시인은 어린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기독교 신앙으로 견디어 내면서 이 작품을 썼다. 시인은 슬픔과 눈물을 피하기보다 겸손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는 눈물이 오직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은총이라고 여김으로써 그 고통을 넘어서는 종교적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 관련성 분석
(1) 작가의 종교적 세계관과 현실 대응 방식
- 정지용(가톨릭), 김현승(기독교)
- 아픔(슬픔)의 극복 태도
(2) 창작 동기
(3) 감정의 표출 방식 : 감정이 절제된 목소리
[정지용, 절제의 시인 ]
정지용은 감정의 절제를 가능한 한도까지 감행해 본 한국 최초의 시인이다. 그 이전의 거의 모든 시들이 한탄, 슬픔 등의 감정적 표현으로 가득차 있는 것에 대한 하나의 저항으로 그의 시는 시작한다. 그의 시에는 그러므로 감정의 생경한 노출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의 초기시에 보이는 것은 엄격한 감정 규제이다. 그의 초기의 시적 이상은 유리같은 영혼이 되어 뼈만 앙상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의 아이의 죽음을 노래한 <유리창1>에서도 슬픔은 뼈만 앙상하게 보인다. 아이를 산새처럼 날려 보내고, 밤에 유리창 앞에 서 있는 시인의 정경이 아름답게 묘파되어 있는 이 시는 차고 슬픈 것, 외로운 황홀한 심사 따위의 감정의 대위법에 의해 생경한 감정을 완전 무결하게 감추고 있다. 슬픈 것과 아름다운 것, 쓸쓸한 것과 황홀한 것을 대립시키는 그의 시작법은 시평가들에 의해 감각의 단련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김윤식, 김현, [한국문학사](민음사, 1987) p.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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