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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 봉황수 조지훈 시 해설 / 분석

by 휴리스틱31 202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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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수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아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號哭)하리라.

지은이 조지훈(趙芝薰, 1920 ~ 1968) 시인. 본명은 동탁(東卓). 1933문장<고풍 의상> 등이 추천되어 등단한 후, 동인지 백지(白紙)를 발간했다. 그의 시는 민족 의식과 역사 의식, 생명 의식과 미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전아하고 고전적인 시풍으로 시단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비평가들에 의해 정물화된 풍경 묘사와 연약한 초월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시집에 청록집, 풀잎 단장, 역사 앞에서, 여운등이 있다.

작품감상 이 시에서 시적 화자가 망해 버린 왕조의 궁궐터에서 느끼는 심회는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 '풍경 소리 날아간 추녀', '거미줄 친 옥좌'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에 대한 허망함이다. 한번도 활개쳐 날아오르며 마음놓고 울어 보지 못한 '봉황'의 모습 또한 그런 우리 역사의 모습을 상징한다. 나라 패망의 원인을 사대 사상으로 파악하는 시적 화자는 '몸둘 곳이 바이 없'는 망국의 현실 속에서 울고 싶은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주제 망국(亡國)의 비애

 

짜임 첫째?둘째 문장 : 퇴락한 고궁의 모습[선경(先景)]

셋째~여섯째 문장 : 망국의 한()[후정(後情)]

짜임 ? 두리기둥 : 둥근 기둥

? 풍경(風磬) : (절 등의 건물에서)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 벌레, 산새, 비둘기 : 나라 좀먹는 무리, 外勢(외세) 상징

? 거미줄 친 옥좌 : 몰락한 왕조를 의미

? 추석 : 벽돌같이 다듬어진 돌

? 패옥(佩玉) : 대궐 안 정전(正殿) 앞뜰에 계급의 품계를 새겨 두고 정일품부터 종구품에 이르기까지 두 줄로 세운 돌

? 바이 : 전혀

? 구천 : 가장 높은 하늘. '구만리 장천(九萬里長天)'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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