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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 그 날이 오면 - 심훈 시 분석/해설

by 휴리스틱31 202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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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曺)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지은이 심훈(沈熏, 1901 ~ 1936) 소설가, 시인. 호는 해풍(海風). 3?1 운동에 참가했다가 4개월간 복역한 뒤 중국에서 대학 과정을 공부하고 귀국, 기자 생활을 하면서 창작 활동을 했다. 1920년대 중반 카프(KAPF,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에 가담하여 현실 참여적 경향의 시를 쓰다가 1930년 이후 소설에 주력하여 1935년에는 <직녀성><상록수>를 발표, 문단에서 기반을 확고히 하였다. <상록수>는 당시 '브나로드'라는 민족주의 운동의 시대적 조류를 잘 반영하여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농촌 계몽 운동의 한 전형을 보여 주었다. 일제에 저항하는 강력한 항거와 민족의 해방을 고대하는 기다림이 그 주조를 이루고 있는데, 그의 작품은 대부분 대중 계몽적이다. 유고 시집으로그 날이 오면이 있다.

작품감상 일제 치하에서 조국 광복의 날을 기다리는 절실한 심정을 극단적 언어로 표현한 시로, 치열한 저항성을 보이는 저항시의 대표적 작품이다. 시는 공동체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조망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이상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를 예언적 기능이라고 한다. 이 시는 이와 같은 예언적 기능을 수행한 대표적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3031일에 쓰여졌는데, 그것은 3?1 운동이라는 역사적 현장을 재현시킴으로써 그 의미를 미래에게까지 연결시키려는 시인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일제 치하의 암담한 상황에서 예언적 기능을 수행한 또 하나의 작품으로 이육사의 <광야>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강인한 민족 정신이 지사적 기품으로 승화되어 있는 데 비해, <그 날이 오면>은 격렬한 감정이 여과되지 않은 상태로 토로되어 강렬한 인상과 행동적인 저항 의식을 느끼게 한다.

 

주제 조국 광복에 대한 열망

 

짜임 제1: 그 날이 오면 죽어도 한이 없음

2: 그 날이 와서 기쁨의 우렁찬 소리를 듣기만 하면 당장 죽어도 원이 없음

짜임 ? 삼각산(三角山) : 북한산의 옛 이름

? 인경(人磬) : 옛날에 시각을 알리기 위해 치던 큰 종

? 육조(六曹) : 옛날 조정의 여섯 관아. 여기서는 지금의 세종로를 일컫는 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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