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문학의 전통
Ⅰ. 풍자의 사전적 정의
풍자는 시대상황, 사회형태, 민족적 성격에 따라 다소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풍자의 중심에는 혼란한 사회생활을 문학형태로써 표현하는 것이라는 하나의 뿌리를 찾아 볼 수 있다.
① 풍자(風刺, satire)라는 이 말의 출전(出典)은 중국의 시서(詩書)인 《시경(詩經)》에 “시에는 육의(六義)가 있는데 그 하나를 풍(風)이라 한다. 상(上)으로써 하(下)를 풍화(風化)하고 하로써 상을 풍자(風刺)한다. 이를 말하는 자 죄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것을 후세 사람들이 한마디로 풍자(諷刺)라고 표현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라틴어의 satura(원의는 매우 혼잡함)에서 나온 영어의 satire를 번역한 말을 이에 해당시켜서 쓴다.
본래 시의 한 형식이었으나 널리 산문 쪽에서도 발달하여 풍자소설 또는 풍자문학 등의 호칭이 생겼다. 또 전편이 풍자를 주로 한 작품은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풍자 정신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문학 이외의 회화 ·영화 등에도 풍자적인 작품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아리스토파네스 등의 그리스 희극(喜劇)에서 이미 왕성한 풍자 정신을 볼 수 있었고, 고대 로마의 루킬리우스, 호라티우스, 주베날리스 등 시인에 이르러 풍자시의 장르가 확립되었다. 이후 풍자문학을 쓴 작가는 많으나, 프랑스에서 라블레, 부알로, 볼테르, 영국에서 양(兩) 새뮤얼 버틀러, 스위프트, 버너드 쇼, 헉슬리, 오웰 등, 독일에서 J.파울, 하이네, 러시아에서 고골리, 시체드린 등은 그 대표적 작가라고 할 것이다. 그 밖에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몰리에르 등의 작가도 풍자적 수법을 크게 활용한 사람들이다.
② 풍자란 인간의 약점, 사회의 부조리, 비논리 같은 것을 조소적으로 표현하는 수법을 말한다. 의도가 노골적으로 사람을 찌르고 질식시킬 만한 신랄한 미와 심각미가 있다. 이와 같이 인물과 사회 현실의 모순, 불합리, 결점 들을 재치 있게 파헤친 작품을 풍자문학이라 한다. 슬며시 돌려서 사회, 인물의 결함, 죄악 같은 것을 드러내어 비판받도록 하는 수법이다. 이 수법에는 역설, 반어, 과장, 축소 등의 방법과 해학과 기지 같은 우스꽝스러운 말투가 동원된다.
어떤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그것에 대하여 재미있어 하는 태도나, 경멸, 분노, 조소의 태도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그 대상을 깎아내리는 문학상의 기교이다. 풍자가 우스운 것(The Comic)과 다른 점은 후자는 웃음을 자아내는 것 자체가 주목적인 데 반하여 풍자는 `조롱 한다' 즉, 웃음을 하나의 무기로, 그것도 작품 자체 외부에 존재하는 목표물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한다. 풍자는 여유 있는 우월한 태도에서 상대방을 우습게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한다. 역설, 아이러니, 과장, 축소 등 모든 `웃기는' 방법과 해학과 기지 같은 웃기는 말투가 다 동원된다.
①,② 모두 풍자를 의미 하지만,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satire”와 우리나라 입장에서 바라본 “풍자”를 해석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등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대에 어김없이 풍자문학이 성행했다. 세계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엘리자베스 시대 Ben Jonson의 풍자와 18세기 Jonathan Swift, Alexander Pope의 풍자 또한 자신의 문학작품을 통해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들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풍자는 사회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장르라고 할 수 있으며,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 일침을 가하는 무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민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화로이며, 타락한 사회에서 구원해주는 등불이라고 생각한다.
Ⅱ. 걸리버 여행기에 나타난 조나단 스위프트의 풍자
걸리버 여행기는 출간 당시부터 많은 화제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내용이 신성모독이라 하여 한동안 금서(禁書)가 되기도 했으며, 조나단 스위프트는 정치 권력층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많은 반발과 야유를 받아야만 했다.
본래 이 작품은 선과 악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간의 이중적 본질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는 총 4부로 구성된 풍자소설이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이 책에서 정직하고 성실한 의사 걸리버가 이상한 나라(4곳)를 여행하면서 겪은 그 나라의 정치와 풍습, 생활 방식 등 인간 내면의 사악함과 정치의 부조리를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보고서 형식의 문체로 소설을 전개시킨다. 저자는 정직하고 성실한 의사 걸리버가 이상한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겪은 그 나라의 정치와 풍습, 생활방식 등 인간 내면의 사악함과 정치의 부조리를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보고서 형식의 문체로 소설을 전개시켰다. 인맥과 친분관계로 돌아가는 부조리한 현실에 비관한 외과 의사 걸리버는 남쪽 바다를 함께 항해하자는 윌리엄 프리처드 선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나긴 항해에 나선다.
첫 번째 항해에서 난파당해 도착한 곳은 ‘소인국의 나라’. 12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는, 그야말로 작은 인종들이 사는 작은 국가에서 그는 거인이 된다. 그의 소인국 체험 일기가 담긴 1부는 영국의 왕궁과 정치를 풍자한 것이며, 인간의 도덕적 타락과 정신적 왜소함에 대해 가혹하게 비판한 것이다.
소인국을 탈출한 걸리버가 두 번째로 착륙한 곳은 ‘거인국의 나라’이다. 그는 거꾸로 자신이 소인이 되어 벌과 쥐, 고양이에게 위협을 느끼며, 오만 방자하고 타락한 거인들의 노리개가 된다.
거인국을 가까스로 탈출하여 도착한 곳은 ‘하늘을 나는 섬나라 라퓨타’이다. 학문과 철학,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그곳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의 어리석은 사고와 가치관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일생동안 학문을 연구하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작업은 일상생활에 아무런 활용 가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이에서 태양광선을 추출해 내는 계획, 얼음에 열을 가하여 화약으로 만드는 일, 대리석을 부드럽게 하여 베개와 바늘꽂이로 만드는 일 등등. 여기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과학자에 대한 풍자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네 번째 항해에서 난파당해 도착한 곳은 ‘후이님의 나라’이다. 말(후이님)이 인간(야후)의 주인인 이 나라에서 주인공 걸리버는 치욕을 당한다. 그 곳의 야후들은 비이성적인 동물이며, 게으르고 청결한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에 지저분하고, 풀뿌리나 흙을 주워 먹으며 살아간다. 또 고귀한 성품을 지닌 말과는 달리 시기와 질투심이 강해 동족끼리 싸움을 일삼으며, 권력을 가진 자와 낮은 자를 구분하여 낮은 자를 핍박한다. 이처럼 4부 ‘후이님의 나라’에는 말과 인간을 비교하여 인간이 지닌 악랄한 본성과 허위를 가혹하게 비판한 내용이 담겨있다. 다소 우울한 내용의 풍자소설인 ‘걸리버 여행기’는 어떤 장소로의 여행기라기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 사회 현실에 대한 철학적인 탐구 과정이다.
영국 최고의 풍자 작가이면서 성공회 신부였던 조나단 스위프트는 인간의 자유를 가장 강력히 옹호한 논문과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는 주로 지식층의 허풍과 오류, 종교 지도자들의 비리, 정치 권력층의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내용의 논문을 썼으며, 신문이 없었던 당시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쳤다.
풍자문학은 그 시대의 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모순과 불합리성을 조롱, 멸시, 분노, 증오 등의 여러 정서 상태를 통해서 독자를 감동시켜 이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사회적 문학양식을 말한다. 풍자란 협의적으로는 개인의 잘못이나 또는 사회, 정치적 모순된 현실과 풍조, 인간생활의 결함· 악폐· 불합리· 우열· 허위 등에 가해지는 기지 넘치는 비판과 조소를 띤 표현 방법 또는 글이나 말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넓게는 어리석음의 폭로, 사악함에 대한 징벌을 주축으로 하는 기지, 조롱, 반어, 비꼼, 냉소, 조소, 욕설 등의 어조를 포괄하므로 문학의 어느 갈래에서나 작가가 전개하는 논의나 교훈이 선행된다.
스위프트는 보수적인 영국 토리당의 논객으로서 모던의 과학만큼 모던의 정치도 마땅치가 않았다. 과거의 정치학은 주로 이상적 군주의 덕을 논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마키아벨리는 그 유명한 ‘군주론’에서 현실적 군주의 술수를 논했다. 걸리버 여행기에 묘사된 현실의 군주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다. 과거에 정치는 덕의 실현이었으나, 현재의 정치는 이해의 다툼이 되어버렸다. 스위프트는 이 현실에 분노한다.
‘모던’의 정치에 대한 풍자는 라퓨타 편에 나타난다. 거기서 스위프트는 그곳의 정치학자들에게 음모 꾸미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중 하나가 애너그램(anagram)을 이용한 것이다. 가령 “우리 동생 톰이 치질에 걸렸다(Our Brother Tom has got the Piles)”라는 편지의 문장을 철자의 위치를 바꾸어 “반항하라. 음모가 절실하다. 여행을(Resist-a Plot is brought home-the Tour)”이라고 읽으라는 식이다. 이 농담을 라퓨타의 정치학자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더라는 것이다.
현실에 좌절한 스위프트는 ‘말의 나라’에서 이상향을 발견한다. 그 나라의 이름 ‘휴이넘(Houyhnhnm)’은 ‘히히힝’이라는 말의 울음소리를 본뜬 것이라 한다. 우아한 휴이넘들은 자연적으로 많은 덕성을 가지고 태어나며 절제, 근면, 운동, 청결을 교육받고 서로 우정과 사랑으로 결합한다. 그들은 욕망·정욕·질투·무절제를 모르며, 그들의 언어에는 아예 ‘악’이라는 낱말이 없다. 말들이 실현한 플라톤의 이상국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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