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방(1995)
-신경숙-
● 줄거리
내가 첫 장편소설을 출간하고 난 어느 날, 영등포 여고 산업체 특별 학급의 동급생이었던 친구 하계숙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녀는 내가 그토록 소망하던 작가가 되었는데 왜 지난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를 쓰지 않느냐고 하였다. 나는 친구의 말에 원인 모를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며칠 뒤 그 시절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하고는 제주도로 향한다. 그리고 16년 전의 자신을 떠올린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나'는 열여섯 살에 쇠스랑에 찍힌 발바닥의 상처를 바라보며 무언가 순결한 한 가지를 마음속에 두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외사촌과 함께 큰오빠가 있는 서울로 올라와 가리봉동의 외딴 방에서 생활하게 된다. 시골에서는 별 어려움이 없이 자란 '나'는 서울에 올라와 도시 빈민으로 편입된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외사촌과 작가가 되고 싶은 나는 나란히 공장에 들어가고, 큰오빠는 동사무소에 근무하며 야간 대학에 다니고 있다. 공장에서는 노동조합 결성의 움직임이 일고, 나는 학교에 들어갈 일 때문에 망설이다가 결국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산업체 특별학급 학생을 선발한다는 공고가 공장에 붙고 나와 외사촌은 학교에 다니게 된다.
노조와 회사의 갈등이 심해지자 회사에서는 나와 외사촌에게 노조원은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말하고, 우리는 결국 노조에서 탈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여 괴로워한다. 대학생이 된 셋째 오빠도 외딴 방에 같이 살게 되는데, 데모를 하여 큰오빠와 자주 싸우게 된다. 그 무렵 나는 공장에서 일하며 학교를 다니던 중, 이 학교 동급생이면서 외딴 방 옆집에 살던 희재 언니는 나를 학교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하며 반가워하고 나는 그녀에게 끌린다. 방위병인 큰오빠는 가발을 쓰고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주간 학생에게 도둑으로 몰린 나는 일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결국 담임선생님이 찾아와 반성문을 내고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런데 내 반성문을 읽어 본 담임선생님은 소설을 써 보라며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나에게 준다.
내가 18살이 된 어느 날, 희재언니는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의상실로 나간다. 그해 봄 셋째 오빠의 외박이 잦아지고, 큰오빠와 셋째 오빠는 크게 다툰다. 그리고 광주 사태가 일어난다. 노조는 해체되고, 당시 사회는 10. 26 사태를 거쳐 12. 12와 5. 18 구테타가 터지고 노동 조건은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었으며, 불경기가 극심하여 회사가 생산라인을 축소하는 바람에 이제는 임금도 나오지 않는 형편이다. 오빠는 '나'에게 회사를 그만두게 하고 대학 입시에 전념토록 한다. 외사촌은 공장에 다니기 싫다며 학교도 그만두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큰오빠는 외사촌을 동사무소에 취직시킨다.
한편 희재 언니는 같은 양장점에서 일하던 남자와 동거를 하게 되고 적금을 타면 그와 결혼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외사촌은 시골에서 올라온 여동생을 데리고 따로 방을 얻어 나가 살게 된다. 그리고 며칠 동안 희재 언니의 남자가 보이지 않게 되고, 희재언니는 자꾸만 운다. 어느 날 아침 마주친 희재 언니는 방문 잠그는 것을 잊고 나왔다며 시골에 며칠 가 있을 테니 방문을 잠그라는 부탁을 한다.
며칠 뒤 희재 언니의 남자 친구가 찾아와 희재 언니에겐 시골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문을 부수고 방안에 들어간다. 거기엔 자살한 희재 언니의 시신이 있다. 나는 방을 뛰쳐나와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가리봉동을 떠난다. 그 후 큰오빠가 취직하여 형편이 나아지고 나는 대학생이 된다. 그리고 작가가 된 지금 희재언니를 떠올리며 글쓰기에 대해 다시 고민한다.
● 인물의 성격
◆ 나 : 시골에 살다 오빠를 따라 서울에 올라와 공장에 다니며 일하는 소녀이다. 내성적이며 감수성이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후일 작가가 된다. 희재 언니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상처를 갖고 있다. 작가가 된 이후로는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과 작가로서의 자의식에 시달린다.
◆ 큰오빠 : 대학에 다니다가 방위 근무를 하면서 사설 학원 강사 노릇을 한다. 의지가 굳고 늘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도 나를 꿋꿋이 키우고자 하는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다. '나'의 눈에는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 희재 언니 : '나'와 같은 학교, 같은 공장에 다닌다. 의상실 재단사인 애인으로부터 임신한 아이를 지우라는 말을 듣고 자살한다. 삶의 고단함 앞에 좌절하여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마는 여린 성품의 소유자이다.
* 작품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오로지 희생만을 강요당한 인물이다. 희재는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철저히 소외된 인물이다. 그녀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뱃속의 아기인데, 새생명을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파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파멸로 이끌렸으며, 현실과의 대결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최후는 결국 죽음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 외사촌 : '나'와 함께 서울 생활을 시작하는 인물. 친언니처럼 '나'를 다독거리며 사진작가의 꿈을 키워 간다.
◆ 선생님 : '나'가 학업을 지속할 수 있게 도와주며 '나'에게 소설을 써 볼 것을 권하는 인물이다.
● 구성 단계
◆ 발단 : '나'는 제주도에 와서 열여섯 살의 '나'를 회상하며 그 때의 기억을 글로 표현하려 한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되돌아 보며 글을 쓰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 전개 : 농촌에서 살던 '나'는 1978년에 외사촌 언니와 함께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다. '나'는 큰오빠와 함께 가리봉동의 외딴 방에 살면서 구로 공단에 자리잡은 공장에 다닌다.
◆ 위기 : 1979년부터 '나'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산업체 특별 학교인 영등포 여고에 다닌다. 그러던 중에 희재 언니를 처음 본다.
◆ 절정 : 희재 언니는 임신한 아이를 지우라는 애인의 말에 충격을 받아 자살하게 되고, '나'에게 자신의 방 열쇠를 걸어 줄 것을 부탁함으로써 '나'가 그녀의 자살을 돕게 되었다는 상처를 남긴다.
◆ 결말 : 이후 '나'는 작가가 된다. 그러나 공단 시절 알던 친구로부터 "너는 우리들 얘기는 쓰지 않더구나."하는 말을 듣게 된다. 그 말은 '나'의 자의식을 일깨운다.
● 이해와 감상
◆ 신경숙이 1995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로, 1996년 제1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한 소녀가 성인이 되어 가는 과정과 그 이후 공동체와의 조화를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성장 소설로, 서른두 살의 '나'의 시각에서 열여섯 살 때 서울에 상경하여 공장에서 일하며 산업체 학교를 다녔던 자신의 개인사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과거 사건은 작가의 체험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은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성장 소설이 주인공의 삶을 순차적으로 그리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성숙한 자아의 현재 생활과 과거의 성장기가 병치되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소설 속의 서술자는 현재와 분리된 과거의 시간을 돌아봄으로써 잊혀진 자아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이것이 작가의 글쓰기의 의의이자, 이 작품의 의의이다.
◆ 주인공의 육체적 · 정신적 상장 과정을 형상화한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의 발단은 대체로 주인공의 지적 미성숙, 사회적 지위의 미천함, 애정의 결핍 등으로 인해 갈등의 양상을 보이다가 주인공이 이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차원의 단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 신경숙의 <외딴 방>은 작가의 열여섯에서 스무 살까지의 시절을 엿보게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문학의 꿈을 키워 나가던 소녀 신경숙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내성의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는 신경숙 문학의 정점이자 제목 그대로 외딴 방에서 외롭게 죽어간 한 여자의 가여운 넋에 대한 진혼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숙은 잊고 싶었던 그러나 잊을 수 없는 그 시절과 그 장소로 돌아가서 그 쓰라린 현장을 다시금 복원해 낸다.
그 복원의 대상은 주인공이 십대 후반, 낮에는 전기제품업체에서 공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산업체 특별학급에서 공부하던 시절을 가리킨다.
고향에서 부유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큰 어려움을 모르고 귀하게 자라온 그녀는 서울에서 감내하기 힘든 안팎의 시련에 부딪힌다. 비좁은 방, 경제적 궁핍, 강도 높은 노동, 노조와 사용자 간의 대립, 큰오빠와 셋째오빠의 갈등은 그녀를 커다란 중압감으로 내리누른다. 그러나 그 시절 그녀가 겪은 여러 체험 가운데 가장 그녀를 비탄에 빠뜨린 것은 동료이자 선배인 희재언니의 죽음이었다.
작가는 본능적으로 그 시절의 불행과 과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자 하는 내면의 욕구를 거슬러 어떻게 해서든 희재언니의 죽음을 둘러싼 당시의 정황을 자신의 글쓰기의 영역 속에 끌어들이고자 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그녀의 문장은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의식을 갉아 들어오는 주저와 망설임, 곤혹감으로 인해 끊겼다가 간신히 이어지고 같은 자리를 맴돌다가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식으로 힘겨운 행보를 거듭한다.
작가는 <외딴 방>에서 자신의 체험을 질료로 한 글쓰기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과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지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보여 준다. 거기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언표될 수 없는 것을 탐지해 내는 고감도의 언어, 그래서 끝내 무에 이르고자 하는 언어이다. 그녀의 문장 여기저기서 빈번히 등장하는 말없음표는 그런 의미에서 말로 죄다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나타내고자 하는 감정의 과잉을 지시하기보다는 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말해야 한다는 강박이 자아낸 안타까움의 소산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이 벌어진 지난 시절과 작품을 쓰고 있는 현재의 시점이 주기적으로 교차되면서 연대기적 순서와 권위를 지닌 전지적 작가의 서술로 일반 소설이 주지 못하는 감동을 전해 준다. 이처럼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작품의 전면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내적 필연성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작가는 작품과 일정한 거리를 취한 채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야기에 개입해서 그 의미를 반추하고 그것의 필연성과 정당성에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완료된 상태로 있다가 지면 위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글쓰기에 의해 계속 다른 의미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즉 신경숙의 <외딴 방>은 생성 중인 소설, 현재 진행형의 글쓰기의 한 전범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런 글쓰기는 이 작품에 강한 밀도와 구체성을 부여해 주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작품에서 한 작가의 불우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평면적인 고백이나 미화된 과거 한 시절의 추억담이 아니라, 운명의 호출 앞에서 존재 증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허용된 유일한 방식인 글쓰기를 통해 온 힘을 다해 싸우는 한 영혼의 초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 이 작품은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성숙한 자아의 현재 생활과 과거의 성장기가 병치되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할 만하다.
* '나'의 현재(작가로서 살아가는 삶)
→ 성숙한 자아의 일상 생활, 글쓰기에 대한 강한 자의식(글쓰기 의미 탐색)
* '나'의 과거(외딴 방에서 지낸 삶)
→ 경제적 궁핍, 강도 높은 노동과 노사 간의 대립, 큰오빠와 셋째오빠 사이의 갈등, 희재 언니의 죽음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현대 소설, 장편소설, 성장소설(16세~20세), 자전적 회고소설, 내성(內省)의 문학
◆ 배경
* 시간적 - 1978년 유신 시대부터 3년여 간, 1990년대 초
* 공간적 - 농촌 및 서울 구로 공단, 제주도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표현상 특징
* 서술자의 체험을 중심으로 서술함.
*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병치시켜 서술함.
* 과거와 현재의 시제가 교차하면서 혼용(과거와 현재의 사건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의미)
* 작가 자신이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소설 안에 집어넣는 메타픽션 방식을 취함.
* 자전적인 형식 : 심리를 고백하는 형식의 글로, 자아를 재발견하고 회상적 어투와 고백, 독백적인 말투를 자주 사용한다.
* 구체적이고 섬세한 묘사 : 사물이나 상황, 환경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장황한 묘사가 드러나면서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을 준다.
* 머뭇거림의 표현 : 말줄임표나 쉼표, 행 비우기를 통한 말 더듬기, 침묵, 의문형 어미를 통한 불확실성의 표현을 사용한다.
* 시적, 서정적인 표현 : 반복과 도치, 명사형 종결과 부호, 의성어의 잦은 사용 등을 통해 소설이지만 운율이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 '글쓰기'는 자아의 존재를 증명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운명적인 싸움이다.
◆ 외딴 방'의 상징적 의미 : 외딴 방은 서술자가 열여섯에 상경하여 몇 년 간을 살았던 영등포구 구로 공단 지역에서의 삶이 녹아 있는 곳이다. 이 '외딴 방'은 주인공이 삶의 질곡과 모순으로 인한 슬픔을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닫힌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며, 그 곳에서 사랑과 희망을 상실한 채 죽을 수밖에 없었던 희재 언니의 삶을 통해 당시 노동자들의 고된 삶과 아픔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 '외딴 방'은 그 방 홀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다른 외적 공간이 침투하지 못하는 공간이기도 한다. 그 공간 내에서 인물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어떤 구원의 외침을 외쳐봐도 외딴 방 밖의 공간까지 전달되지 않는 홀로 된 공간인 것이다. 현실 공간에서 인간의 모습은 대부분 외딴방에서의 공간과 일치한다. 자신의 이익이 관계되지 않은 그 어떤 영역도 관여하지 않는 현실. 그리고 그곳에서 끊임없이 울부짖지만 아무도 대답하여 주지도 들어주지도 않는 현실이 바로 외딴 방이다. 이 외딴방의 현실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인물은 희재이다. 인간의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의 또 다른 이름이 '외딴 방'인 것이다.
◆ 주제 ⇒ 유년기의 기억과 글쓰기를 통한 자아의 정체성 확인
성장 과정의 자기 고백을 통한 내면적 성숙과 글쓰기의 의미에 대한 탐구
● 생각해 볼 문제
1. '나'에게 있어 희재언니가 가진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 희재언니는 그야말로 '내게 과거가 될 수 없는' 존재이다. 나 자신이 유난히도 따르던 존재이자 산업 역군의 풍속화적 인물이고, 자신에 의해 잠겨진 방 안에서 죽고 썩어버린, 나에게는 가장 큰 상처가 되는 인물이다. 그 상처의 크기는 다른 어떤 상처보다도 도드라져 있는 반면, 가장 중요한 인물로서의 희재언니는 모호함을 남긴다. 화자와 외사촌은 '외딴 방'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며 그 삶을 임시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희재언니는 자신들과 다르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 그 골목이다. 그곳의 전신주이고 구토물이고 여관이다. 그녀는 공장 굴뚝이며 어두운 시장이며 재봉틀이다. 서른 일곱 개의 외딴 방들이 그녀, 생의 장소다."라는 대목은 작가의 그런 생각을 잘 반영한다. 이렇듯 희재언니는 과거 화자의 공장 노동자 시절의 핵심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2. '나'에게 있어 글쓰기의 의미는 무엇인가?
⇒ 나는 아주 선명하게, 마친 사진을 찍듯 지나간 과거를 지금에 와서 다시금 들추고 있다. 즉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과거의 진실을 보다 현재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작가는 자신이 상처입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글쓰기를 선택하였지만, 이제는 그 상처들을 되새김질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글쓰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스스로의 선택을,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에 비유하고 있다.
3. 신경숙의 문체가 지닌 특징과 그것이 이 작품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를 이야기해 보자.
⇒ 작가는 더듬더듬하는 느리고도 신중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리하여 이야기가 한 번에 순조롭고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면서 아주 조금씩 진행되는 것이다. 빈번히 나타나는 말줄임표, 말쉼표, 말없음표, 그와 더불어 단점으로까지 지적받는 감상적인 취향의 문장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특성은 작가가 <외딴 방>에 임하는 자세와도 큰 관련이 있다. 아무리 단호하게 맞서려 해도, '나의 스타일을 버리'고 집을 떠나 보면서까지, 도망치려는 자신을 붙들어다가 글 앞에 또, 과거의 진실 앞에 앉혀 놓았다고 해도 막상 과거를 눈앞에 대하고 앉았을 때의 떨림과 망설임만은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희재 언니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서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진다. 신경숙의 문체는, 지나간 자신의 상처를 헤집는 이 작품에서 그 진실성을 획득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 더 읽을거리
◆ 작가 신경숙(1963 ~ )
전라북도 정읍에서 출생하였다. 산업체 특별학교를 거쳐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문예중앙」에 중편 소설 <겨울 우화>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1993년 장편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장편 소설 <깊은 슬픔(1994)>, <외딴 방(1995)>, <기차는 7시에 떠나네(2000)>, 창작집 <아름다운 그늘(1995)>, <오래 전 집을 떠날 때(1996)>, <달기밭(2000)> 등을 잇달아 출가나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대표작인 <풍금이 있던 자리>는 유부남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흔한 주제를 편짓글 형식으로 다루었는데,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서정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 문학상(1993),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1993), 현대문학상(1995), 만해문학상(1996), 동인문학상(1997), 한국소설문학상(2000), 21세기문학상(2000), 이상문학상(2001)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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