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도(1956)
-김성한-
● 줄거리
교회의 부패가 극에 달하자 영국 백성들은 수도사를 외면하고 위클리프의 영역 복음서를 몰래 읽는다. 불신과 냉소의 집중 공격을 받은 교회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이단분형령과 스미드피일드의 사형장 뿐이다. 영역복음서 비밀독회에서 돌아온 재봉 직공 바비도는 교구마다 순회하면서 이단을 처단하는 순회 재판이 내일 이 교구에서 열리게 된 것을 생각한다. 그는 많은 동지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맹세를 깨뜨리고 변신하던 일을 회상한다. 그는 종교 재판정에 나타나 검은 옷을 입은 사교의 심문을 받는다. 그는 교회와 인간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이미 흥미를 잃었다고 진술한다. 사교는 애걸하는 어조로 영역복음서를 읽은 것을 사죄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바비도는 회개할 것이 없으므로 회개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는 명명 백백한 사실을 재판장과 사교들이 이리저리 비틀어 놓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는 재판장의 마지막 회개 요구를 거절하고 스미드피일드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사형장은 화형을 구경하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헨리 태자의 마차가 들어서고, 옷이 찢어지고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사형수 바비도가 들어선다. 교회의 명령에 맹목적인 사람들은 돌을 던지고 욕을 한다. 헨리 태자는 바비도를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바비도는 태자의 조부가 저지른 반윤리적 행위를 들어서 태자를 비꼰다. 태자의 흥분에도 게의치 않고 바비도는 세상사의 부조리와 모순을 지적한다.
태자가 사형집행을 명령하자 사형집행리가 장작에 불을 붙인다. 불이 순식간에 바비도에게 육박하자 태자는 집행을 중지시키고 재차 회개하라고 제의한다. 바비도는 결코 동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겠노라고 밝힌다. 태자는 아첨과 권력의 횡포 속에서도 양심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바비도에게 양심과 정의가 진짜로 존재함을 확인했노라고 말한다. 사형장 상공에는 다시 연기가 오르고 연기와 더불어 바비도는 사라진다.
● 인물의 성격
◆ 바비도 → 헨리4세 시대의 재봉직공으로 교회의 율법을 어긴 죄로 이단에 몰려 재판정에 선다. 그는 양심과 정의에 입각하여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 헨리 태자 → 사형장에 나타나서 바비도에게 마지막으로 회개를 권유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러나 그는 바비도에게서 양심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되고, 그럼에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 사교 → 개인의 권리나 양심보다도 교회 조직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위선적이고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인물
● 구성 단계
◆ 발단 : 바비도는 비밀 성경 독회에서 돌아와 불의와 비겁만이 판을 치는 사회 현실에 분개한다.
◆ 전개 : 바비도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다가 정의와 권리란, 힘 있는 자들만을 위한 특권임을 깨달음
◆ 위기 : 종교 재판정에서 바비도는 '인간 폐업'을 선언하며 사교의 비리를 폭로하고 교리의 허구성을 공격,회개를 거부한다.
◆ 절정 : 몽매한 민중들의 저주 속에 형장에 도착한 바비도에게 헨리 태자가 나타나 죄를 씻고 영혼을 구제 받기를 회유하나 바비도는 거절한다.
◆ 결말 : 바비도의 용기와 신념을 아까워한 태자는 무조건 살려 주겠다고 제안하나 바비도는 당당하게 불에 타 죽는 길을 택한다.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교회의 횡포에 대항하는 가난한 재봉직공 바비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그리고 진정한 신앙의 문제를 천착하고 있다.15세기 영국의 헨리 4세는 인간과 신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백성들을 탄압하고 교회의 모든 특권을 독점한다. 이러한 극한 상황에 처해 당시의 신도들은 좌절하지 않고 그에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바비도 역시 현실순응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 영국의 역사에서 소재를 취한 이 작품은 다분히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나, 보다 근원적인 것은 현대인의 삶의 방식과 인간의 신념의 문제 그리고 1950년대 중반의 한국 정치 현상 등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즉 부당한 권능에 맞서는 한 인간의 저항을 통해 자유, 정의, 양심 등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의 이념과 조직의 논리, 힘의 편중에 따라 무너져 가는 개인의 삶의 파탄 문제를 나타내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에 도사리고 있는 반정의, 반양심의 문제를 끌어내어 그것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나타내기도 하는 등 인간 본성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을 구체화했다고 할 수 있다.
◆ 작품 속에 등장하는 군중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인간 존재의 허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인간에게 가장 가치로운 덕목인 양심과 정의가 결핍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인간의 근본을 신뢰하지 않으며, 인간이란 원래 부조리한 존재라고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서두의 제시문에 나타난 역사적 사실의 기록은, 허구를 사실에 기초하도록 하는 장치 외에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하는 작가의 의식이 전편을 통해 드러나지 않으며, 역사적 사실 자체를 기록의 측면에서 구체화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주인공이 가진 신념과 울분이 독백을 통해 드러나는 부분은, 사실 작가의 관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정의와 자유, 양심이라는 가치가 관념의 문제인 점을 생각하면 이해도 되지만, 소설이 관념의 직접적 서술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소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소설은 관념의 극화에 의해 드러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역사소설 (교훈적, 종교적, 심리적)
◆ 배경
* 공간적 - 부패하고 타락한 성직자가 믿음과 신념을 강요하는 영국
* 시간적 - 헨리4세(15세기)
* 사상적 - 기독교 사상, 반권위주의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자유와 정의를 지키려는 신념과 죽음
타락하고 억압적인 현실과 바비도의 양심과 정의의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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