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놀음 -중요 무형 문화재 제3호-
꼭두각시 놀음의 역사적 유래와 그 성격
삼국·고려·조선왕조로 이어진 우리의 민속 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의 내용을 볼 때, 지금으로서는 조선 왕조 말기의 색채가 짙지만, 그것은 돌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큰 줄기의 내재적 자기 흐름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고구려에까지 소급되는 인형에 대한 문헌적 기록을 시작으로 하여, 그 후 어느 때부터 인형 놀음이 놀아졌느냐하는 실증적 기록을 떠나서 이 민족의 자생적 필연성에 의하여 발생한 정적 또는 동적 인형에 우리 나름의 토착적 민중의지가 첨가되어 발전되어 왔다. 그러는 과정에, 삼국시대 중엽 이후로부터 고려 초 이전에 걸치는 시기에 서역계의 인형 놀음이 중국을 거쳐 들어와 그것이 기존의 인형 내지는 인형놀음과 혼습되어 오늘날의 꼭두각시 놀음의 초기적 구성을 보여주게 되는 것 같다.
그 후 이것은 민중의 모임이나 축제 등에서 놀아지다가, 점차 봉건적 지배체제의 중앙집권화에 따라, 고려 이후로는 지배계층과 피지배층간의 대립관계의 심화에 의하여 저항적 민중 연희로 발전하게 되고, 그 연희자 역시 더욱 철저한 유랑 생활을 면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꼭두각시 놀음을 유랑예인집단 남사당패가 담당해 왔음은 이 인형극의 성격을 아는 데 하나의 단서가 된다. 민중에 의한, 민중을 대상으로 한, 민중놀이집단의 놀이로서 이 인형놀음은 맥락을 이어오는 것이다. 이러한 민중 놀이 집단은 조선왕조에 들어와 지배계층으로부터의 더욱 심한 박해를 받기에 이르러 거의 조선왕조의 운명과 함께 쇠퇴하여 가고 만다. 간혹 일제치하 이후에도 잔존한 남사당패거리가 있었지만, 그들 역시 침탈자에 의하여 왜곡,변질되며 민중놀이로서의 성격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만다.
그 후 명맥마저 끊어지는 듯하다가 1960년대에 들어와 문화공보부 문화관리국에 의하여 꼭두각시 놀음이 중요 문화재 제3호로 지정됨을 계기로 지금은 <사단법인 민속극회 남사당>이 그의 전수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꼭두각시 놀음의 어원(語源)
꼭두각시 놀음은 일반적으로 <꼭두각시 놀음>, <박첨지 놀음>, <꼭두 박첨지 놀음> 등의 명칭으로 통용되기도 하며, 이 놀이의 연희자들은 실제로 <덜미>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남사당패의 6가지 놀이의 순서가 '풍물(농악)',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 놀음)' 등으로 짜여지는데, 그 마지막 순서로서 꼭두각시 놀음이 <덜미>로 나타나고 있다.
<덜미>란 '목덜미를 잡고 논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하며, 실제 공연장에서 '덜미 놀자' ,'덜미 맞추자'라는 말이 상용어로 되고 있다. 꼭두각시 놀음의 인형을 담는 괴짝은 '덜미고리'이고 꼭두각시 놀음의 무대막은 '덜미 포장'이다.
<덜미>라는 말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꼭두>이다. <꼭두>,<꼭두패>, <꼭두 박첨지>, <꼭두잡이>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꼭두'에 각시가 합성하여 꼭두각시로 되었고, 뒤에 붙은 '놀음'은 '놀다'의 어간에 어미 '음'이 붙어서 명사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꼭두각시 놀음의 전체 구성 ⇒ 2마당 7거리
⑴ 제1마당 : 박첨지 마당
① 박첨지 유람 거리
→ 박첨지가 팔도강산을 유람하던 중 꼭두패의 놀이판에 끼여들어 구경한 얘기와 유람가 등을 부른다.
② 피조리 거리
→ 박첨지의 딸과 며느리가 뒷 절 상좌중과 놀아나다가 갑자기 나타난 홍동지에게 쫓겨난다. 홍동지도 뒤따라 퇴장한다. 박첨지가 다시 나와 딸과 며느리가 잘 놀던가를 '산받이'에게 묻자, 홍동지가 나타나 쫓겨 들어갔다고 하니, 괘씸한 놈이라며 잠시 들어가 혼내주고 나온다.
③ 꼭두각시 거리
→ '산받이'에게 자기의 큰 마누라 꼭두각시의 행방을 묻고 노래조로 부르자, 꼭두각시 나타나 보괄타령(영감타령)을 주고 받으며 즐기다가, 박첨지가 말하기를 그동안 혼자 살기가 어려워 작은 마누라(덜머리집)를 얻었다며 대면시키자, 두 여자의 싸움판이 벌어진다. 하는 수 없이 살림을 나눠주는데, 덜머리집에게만 후하게 하자 꼭두각시는 금강산으로 중 되러 가겠다며 퇴장하고, 박첨지는 오히려 잘 됐다며 덜머리집을 얼싸안고 퇴장했다가, 다시 나와 이번에는 꼭두각시를 찾으며 울자, '산받이'가 왜 우느냐고 물으니 너무 시원해서 운다며 다시 들어갔다 오마고 한다.
④ 이시미 거리
→ 박첨지가 나와서, 중국에서 날라온 청노새가 우리 곳은 풍년들고 저희 곳은 흉년들어 양식 됫박이나 축내러 왔다고 알리며 퇴장하면, 이시미가 나타나 청노새를 비롯하여 박첨지 손자, 피조리, 작은 박첨지, 꼭두각시, 홍백가, 영노, 표생원, 동방석이, 묵대사 등의 순서로 나오는 족족 잡아 먹는다. 박첨지가 나와 산받이에게 앞서 나온 자들의 행방을 묻자, 이시미의 짖임을 알려주니 박첨지는 겁없이 곁으로 갔다가 박첨지마저 물린다. 이 때 홍동지의 등장으로 박첨지는 살아나고, 홍동지는 이시미 껍질을 팔아 옷 좀 해입어야겠다며 퇴장한다. 다시 나온 박첨지는 자기가 살아난 것은 홍동지의 덕이 아니고, 자기 명에 의한 것이라며 이시미를 팔아 부자가 되었을 홍동지를 찾아 내겠다며 퇴장한다.
⑵ 제2마당 : 평안감사 마당
① 매사냥 거리
→ 박첨지가 나와 평안감사의 출동을 알리고 큰일 났다고 퇴장하면, 평안감사 나타나 박첨지를 불러 치도(治道)를 잘 못 했음을 꾸짖고 매사냥 할 몰이꾼을 대라고 하자, 홍동지를 불러 매사냥을 한다. 꿩을 잡은 평안감사가 박첨지에게 꿩을 팔아오라 하며 떠나면 뒤따라 모두 퇴장한다.
② 상여 거리
→ 다시 박첨지가 나와, 매사냥을 하고 돌아가던 평안감사가 황주 동실령 고개에서 낮잠을 자다가 개미에게 불알 땡금줄을 물려 죽어버려 이번에는 상여가 나온다며, 다시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에, 상여가 등장하고 박첨지가 상여 곁에 서서 대성통곡을 하자, 산받이가 그게 누구 상여인데 그렇게 슬피 우느냐고 물으면, 어쩐지 아무리 울어도 싱겁더라 하며 익살을 부린다. 다시 상주가 박첨지에게 길이 험하여 상도꾼들이 모두 다리를 다쳤으니 상도꾼을 대라 한다. 산받이가 홍동지를 부르자 역시 벌거벗고 나와 상주에게 온갖 모욕을 주고 상여를 메고 나간다.
③ 절 짓고 허는 거리
→ 박첨지가 다시 나와, 이제는 아무 걱정 없다면서 명당에 절을 짓겠음을 알리고 들어가면 상좌 둘이 나와 조립식 법당을 한 채 짓고는 다시 그것을 완전히 헐어 버리고 들어간다.
* 출처 : 심우성 편저 <한국의 민속극> -창작과 비평사-
꼭두각시 놀음의 등장 인물 · 동물
[인형]
박첨지(노인, 주역이자 해설자를 겸함), 꼭두각시(박첨지의 본 마누라, 추녀), 홍동지(박첨지의 조카, 발가벗은 힘꾼), 덜머리집(박첨지의 첩, 작부 출신), 피조리(박첨지의 조카딸), 상좌(파계한 암자의 승려), 홍백가(붉고 흰 두 얼굴을 가진 남자), 표생원(시골양반), 묵대사(득도한 고승), 영노(걸신들린 요귀), 귀팔이(뜯기다 못하여 귀까지 나풀대는 백성의 한 사람), 평안감사(권력의 상징으로 내 세운 탐관오리), 작은 박첨지(박첨지 동생), 박첨지 손자(저능아, 3인), 상주(평안감사의 아들), 동방석이(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 잡탈(마을사람 남자, 3인), 사령(평안감사의 매사냥 장면과 상여장면에 나오는 관속, 3인), 상도꾼(평안감사의 상여를 맨 사람, 12인)
[동물]
이시미(용도 뱀도 아닌 상상의 동물), 매, 꿩, 청노새(곡식을 축내는 중국에서 온 해조(害鳥))
[기타]
절, 부처, 상여, 명정, 만사, 요령, 영기, 부채 등
꼭두각시 놀음의 내용상 특징
1. 박첨지 일가(一家)를 통해, 가부장적(家父長的)· 봉건적 가족제도에 대해 비판함.
2. 이시미를 통하여 민중과는 대립적 대상들을 희화적(戱畵的)으로 분쇄함으로써 오히려 적극성을 기함.
3. 봉건적 지배층을 매도함에 있어, 벌거벗은 홍동지를 등장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우스개거리'로도 보이게 하여 그에 따를 역공세를 상쇄시키고 있음.
4. 끝 거리에서 절을 짓고 축원을 올림으로써 불교에의 귀의를 뜻하지만, 결국은 다시 완전히 헐어냄으로써 역시 외래종교에 대하여서는 부정과 극복의 태도를 취함.
꼭두각시 놀음의 연희자(演戱者)
1. 대잡이 → 인형의 대를 직접 조종하는 사람
2. 산받이 → '산이 받이'로도 불리워지며, 실제 인형의 조종자는 아니지만, 모든 인형과의 대화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판소리에서의 고수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전체의 연출에까지 관여한다.
꼭두각시 놀음의 장단과 춤사위
1. 악기 구성 → 꽹과리, 북, 징, 장고, 날라리(때로는 피리) 각 한 개씩
2. 장단 → 염불, 타령, 굿거리 장단 등
3. 춤사위 → 주로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이루어지는데, 인형의 동작 부위가 거의 양손 뿐이어서 양손을 올렸다 내리며 상반신을 흔드는 것으로, 풍물놀이에서의 상체만으로 추는 '무동춤'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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