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이사(1941)
-최명익-
● 줄거리
기차 안은 지저분하고 혼잡하다. 한 젊은이가 내뱉은 가래침이 '나'와 마주앉은 신사의 구도 콧등에 떨어졌다. 그 가래침을 털어 내느라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그 '신사'는 주위 사람에게 반감을 산다.
두꺼비 상판의 그는 옆자리의 젊은 여자를 감시하는 눈빛이다. 차표 검사가 시작되었을 때 여자는 "그가 가져 가서 차표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변소에 갔던 것이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의 입방아가 시작된다. '당꼬바지'가 돈벌이로는 색시 장사가 최고라고 떠들자 '가죽 재킷'이 맞장구르 친다. 결국 그 '신사'가 화제의 중심이 되어서 갈보 장사를 한다고 흉들을 보기 시작한다. '신사'가 돌아온다. 그러자 모두 입을 다문다.
그러나 '신사'는 장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맛살을 찌푸린다. 그리고는 옆의 여자가 제 남자와 정분이 나서 도망을 가는 바람에 다시 찾아오느라고 애를 먹었다면서, 주먹으로 한 대 쥐어박으려고 하다가 히히히 웃고 만다. 승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이 때 '당꼬바지'가 "무슨 실연이냐, 정말 사랑하다가 붙잡혀 왔으면 혀라도 깨물고 죽을 일이지 저렇게 쉽게 따라오겠느냐?"고 반문한다. 여자의 얼굴이 핼쑥해진다.
S역에 도착하자 한 청년이 다가와 옥주년이 달아났다고 하자 '신사'는 청년의 빰의 친다. '신사'가 내리고 난 뒤 승차한 그 청년은 여자의 뺨을 몇 차례 때린다. '내' 눈과 마주친 여자의 눈은 울음을 참고 있다. 여자는 변소로 간다. '나'는 그 여자가 정말로 혀를 빼물고 자살을 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그러나 처연은 기차가 무척 빠르다고 하며 태연하다. 여자가 돌아온다. 그새 화장까지 고치고 분까지 발랐다. 그리고는 청년에게 "옥주년도 잡혔어요?"하고 묻는다. '나'는 여자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반가울 뿐이다.
● 인물의 성격
◆ 나 → 기차 여행 중, 여러 사람들이 엮어 내는 세태를 목격한다.
◆ 신사 → 인신 매매범. 경박하고 몰인정스럽다.
◆ 여인 → 달아났다 붙잡힌 창녀. 모욕을 당하면서도 웃음을 보이는 강인함과 질긴 성격의 소유자
◆ 당꼬바지, 가죽 재킷, 촌마누라 → 여러 승객들
● 구성 단계
◆ 발단 : 열차가 출발함. 가래침 소동이 일어남.
◆ 전개 : 마주한 좌석의 여러 형의 인물 묘사
◆ 위기 : 술판이 벌어짐. 색시 장수 이야기와 붙잡힌 여인에 대한 관심
◆ 절정 : 신사가 내리고 대신 차에 오른 청년이 여인을 때림.
◆ 결말 :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나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모습을 되찾는 여인
● 이해와 감상
◆ 작가 최명익은 정인택, 이상 등과 더불어 1930년대 심리주의 소설을 개척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화자인 '나'는 '나'의 자의식으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현실은 '나'의 자의식적 판단으 넘어선다. 예를 들어, '나'는 그 '여자'가 청년에게 당한 모욕을 견디지 못해서 자살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돌아와서 '옥주년'이 잡혔으니 만나면 즐거울 것이라고 태연히 말한다. 뻔뻔스러우리만치 끈질긴 그 '여자'만의 현실 인식 방법이요 생명력이다. '나'는 껄껄 웃어 버리고 싶은 충동마저도 억제할 정도였다. 그리하여 몸과 정신으 잃고, 또는 더럽히면서도 생존하고 있는 당대 삶의 실상이 '나'의 주관적 해석과 관계없이 제시되는 것이다.
◆ <장삼이사>는 제목 그대로, 삼등 열차를 타고 가면서 화자인 '나'가 여러 세속인들을 그려낸 소설이다. '나'가 앉아 있는 주위에 중년 신사, 캡을 쓴 젊은이, 가죽 재킷, 당꼬바지, 곰방대 영감, 촌마누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등이 함께 있다. 한 젊은이의 실수로 중년 신사에게로 시선이 모아지고, 그의 옆자리에 있는 여자에게로도 관심이 집중되고, 드디어는 그 중년 신사가 북지에서 갈보 장사를 하는 사람이었고, 달아났던 여인을 다시 찾아 지금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 드러내는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 간에 아무런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 화자인 '나'는 그들을 '당꼬바지', '곰방대 노인' 등의 사물화된 이름으로 부를 뿐이다.
◆ 이 작품의 묘미는 심리 파악의 섬세함에 있다. '여자 장사'라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사람이 많은 기차 안에서 자신의 체험담을 넉살좋게 떠들어대는 장면, 도망치다 잡혀온 여자에 대한 속물적 호기심으로 그들(인신 매매범)의 타락한 언행에 주위 사람들이 동조해 가는 과정 등을 정치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천한 그 '여자'를 은근히 놀리면서 약자에 대한 강자의 정신적 횡포를 즐기는 주위 사람들에 대하여 '나'는 심한 역겨움을 느끼는데, 그 과정의 리얼리티는 이 소설의 가장 빛나는 대목 중의 하나이다.
◆ <장삼이사>는 구체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나'의 눈으로 우연히 서로 한 자리에 앉게 되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세계를 관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기차 안에서 한 농촌 청년이 실수로 가래침을 뱉은 것이 큰 몸집에 잘 차려 입은 두꺼비 같은 신사의 구두에 떨어졌다. 그 신사는 깨끗한 휴지로 결벽스럽게 닦아낸다. 그는 여자 장사를 하는 인물로 도망쳤던 여자를 붙잡아 가는 길임이 그의 행동거지와 말 속에서 드러난다. 승객들은 그 여자에게 시선을 모으고 화제로 삼지만 곧 도중에서 내리고 또 새로 탄 사람들은 그 이전에 일어난 일은 모른 채 각자의 여행을 계속한다. 그녀가 화장실에 가서 오래 돌아오지 않자 '나'는 무슨 까닭인지 껄껄 웃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처럼 이 소설은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 없이 기차에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행태를 관찰하면서 각각의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인연이 없이 단절되어 있는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방심 상태의 일인칭 화자의 시점과 기차 여행이라는 시간 · 공간적 배경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나의 기차 여행의 행선지나 목적은 소설 속에서 전혀 드러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결국 사람은 모두 자신의 삶 속으로 되돌아가며, 나 또한 무관한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 배경 : 시간적(일제강점기 말), 공간적(기차 안)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표현상 특징 : 나의 눈에 비친 기차 안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드러냄.
◆ 출전 :『문장』(1941)
◆ 주제 ⇒ 하층민의 삶의 애환과 한 여인의 잡초 같은 강인한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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