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1927)
-조명희-
● 줄거리
성운의 조상은 대대로 낙동강에 살던 어촌 사람이다. 성운의 아버지는 무식의 한을 풀기 위해 자식을 공부시킨다. 그러나 식민지 수탈정책으로 낙동강을 젖줄 삼아 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서간도로 이주해 간다. 그들은 일제와 유산자들 때문에 자기의 땅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성운은 기미년에 독립운동을 했다가 일년 반 동안 옥살이를 한다. 그는 출옥 후 유랑민의 틈에 끼어 서간도로 갔다가 홀로 남은 부친마저 잃고 만주 노령 북경 상해 등지에서 오년간 독립 운동을 한다. 그러나 그는 낙동강을 잊지 못한다.
그는 서울에서 일을 하려고 했으나 혁명 운동 단체 간의 파벌 싸움에 염증을 느끼고 낙동강 마을로 내려와 브 나로드 운동에 전념하기로 작정한다. 그러나 고향 마을은 이미 황폐화되고 마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 뒤이다. 그는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건물이 위용을 떨치고 있는 것을 보고 서글픔을 느낀다. 그는 굳은 의지로 무장을 한 뒤에 먼저 농촌 야학을 실시하여 소작 조합을 결성하나, 동척의 탄압으로 일이 실패로 돌아간다. 마을 앞 낙동강 기슭의 만 여평의 갈대밭이 일본인에게 불하되자 그는 그 땅을 되돌려 받기 위해 일하다가 붙들려 간다. 그는 일제의 지독한 고문을 당하고 검사국으로 넘어갔다가 병이 급하게 되어 병보석으로 출감한다.
어느 해 장거리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형평사원 촌락을 습격한다는 말을 듣고 성운이 응원을 간다. 여기에서 백정이며 형평사원의 딸인 로사를 만난다. 그녀는 부모의 교육열에 힘입어 서울에서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함경도에서 여교사로 재직하다가 방학을 이용하여 고향인 낙동강에 와 있는 중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 덕에 백정 생활을 청산하려다가 그 딸이 여자 청년회와 동맹을 드나드는 것을 알고 화를 낸다.
성운과 가까이 지내던 로사는 성운의 사랑과 사상의 힘으로 나날이 변한다. 성운은 그녀의 혁명 운동에 소중한 동반자가 되기로 작정을 한다. 미결수로 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난 성운은 배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인력거에서 내려 배에 오른 그는 반려자인 로사에게 자신이 지은 경상도의 독특한 지방색을 띤 민요를 불러 달랜다. 노래 삼절을 마칠 때에 박성운은 몹시 히스테리칼해진 모양으로 핏대를 올려가면서 합창을 하며 노래가 끝나자 미친 사람 모양 낙동강 물을 만지며 날뛴다.
병든 성운의 일행이 낙동강을 건너간 며칠 뒤, 갈 때보다 몇 배나 많은 행렬이 '박성운동무의령구'라고 쓴 기폭을 들고 마을 어구에서 강언덕을 향해 나온다. 그와 함께 활동을 했던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만장을 들고 박성운의 운구를 뒤따른다. 이해 첫눈이 날리던 어느 늦은 아침 성운미 말한 대로 혁명의 기수가 되겠다고 생각한 로사는 구포역에서 차를 타고 북(대륙)을 향해 떠난다.
● 인물의 성격
◆ 박성운 →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농업학교를 마치고 군청의 농업 조수로 있다가, 독립 운동에 가담하여 옥살이를 한 창조된 영웅이다. 만주 노령 상해 북경 등지를 떠돌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와 야학과 노동운동을 선도하며 투쟁하다가, 일제에 검거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여 죽는 인물이다.
◆ 로사 → 백정의 딸로 서울의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함경도에서 보통학교 여훈도를 하다가 고향에 왔다가 혁명 운동에 가담한 여성이다. 박성운의 애인이며 박성운의 뒤를 이어 혁명가가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인물이다. 로사라는 이름은 폴란드 출신 사회주의 혁명가인 로사 룩셈부르크에서 연유됨.
● 구성 단계
◆ 발단 : 겨울밤, 박성운의 동지들이 병으로 보석 출옥하는 박성운을 영접한다.
◆ 전개 : 박성운의 성장 과정과 사회주의자가 된 내력. 북간도에서 돌아와 농민 운동에 투신하게 된 그간의 사정 이야기
◆ 위기 : 박성운이 전개한 농민 운동과 소작 쟁의 투쟁의 경과
◆ 절정 : 박성운과 의기 투합한 로사
◆ 결말 : 성운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렬, 로사는 대륙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 이해와 감상
◆ <낙동강>은 조명희의 대표작이며, 혁명의식(사회주의적 전망)을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카프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신경향파의 자연발생적인 계급주의문학에 반기를 들고, 의도적으로 계급의식과 정치투쟁에 입각하여 쓴 작품이다. 제1기 프로문학이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고 있었다면, 이 작품은 구체적인 인물의 제시나 특수한 환경의 구체적인 묘사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사회주의 이념과 더불어 민족주의 사상을 함께 형상화한 작품 → 카프가 추구하는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이 작품도 식민지 조선 사회의 이중고, 즉 일제치하의 족쇄와 자본주의라는 생산양식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새로운 형태의 봉건 잔재(계급 모순)의 타파를 주요 과제로 한다. 그리하여 억눌리며 당하기만 하는 노동자 농민의 자유의지를 신뢰하며, 그들이 주인되는 사회주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일제의 수탈과 잔인성을 폭로하며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지 조선 사이의 민족적 대립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박성운의 일생을 그리면서, 민족주의 운동의 성장과 좌절의 과정을 동시에 그려 나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인공 박성운의 일대기 → 박성운은 공부를 한 덕에 안정된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다. 그러나 민족주의에 눈을 떠면서 그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 운동에 적극 가담한다. 그러다 옥살이를 하게 되고, 급기야 사회주의자라는 보다 철저한 단계의 의식으로 무장하고 투쟁의 전선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오랜 감옥 생활 끝에 병든 몸이 되고, 고향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파란만장한 삶을 마무리한다. 그가 이토록 사회 운동에 정열을 바치는 이유는, 민중들의 삶의 터전이 와해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최소한의 삶의 조건도 주어져 있지 않은 민중들의 삶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애정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식민지 수탈 정책과 구체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 작품은 이전의 참여적 소설이 가졌던 결함을 상당히 극복하고 있다. 사회적 모순이나 수탈과 억압에 대해서 개인적 차원에서의 반발이나 분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의한 조직적 사회운동을 펼치게 된다는 점이다. 사회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으로 추상적이고 구호에 그친 이전의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은 사회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근거해서 비교적 조직적인 힘으로 사회운동을 전개하는 인물을 설정하고 있어서 사회의식의 높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소설적 기법의 아쉬움 →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수법에 있어서는 다소 서툰 면모를 보인다. 플롯도 탄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작가와 사건 상황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작가의 말이 작품 속에 직접 노출되는 결함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지 않은 느낌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과거의 행적을 작가가 요약적으로 추려 전달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처리되고 있어 자연스런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작품은 사회 의식적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의도가 앞선 나머지 예술적 형상화에는 미흡했다고 보여진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프로문학
◆ 배경
* 공간적 → 수탈당하고 가난한 낙동강 부근의 마을
* 시간적 → 일제 식민지 치하, 1920년대 중반
* 사상적 → 사회주의 사상, 민족주의 사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특징 : 만연체의 문장, 이념을 여과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출함
◆ 의의 : 1920년대의 신경향파 문학에서 본격적인 목적성을 추구하는 프로문학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던 시기에 민족 해방 투쟁의 전망을 보여준 이정표적 작품으로 평가됨.
◆ 주제 ⇒ 일제 식민지 하의 수탈당하는 농촌과 혁명가의 비극적인 삶
한 혁명가의 민중을 위한 투쟁의 삶과 장렬한 죽음
◆ 출전 : <조선지광>(1927)에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서두에 보이는 삽입 민요는 작품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
⇒ 낙동강을 소재로 한 민요인데, 그 주제는 낙동강이 이 민족의 젖줄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는 자들은 지금 이 강을 떠나 북으로 이주하는 유랑민이다. 낙동강을 떠나 전혀 생소한 세계로 향해 가는 그들의 두려움과 애환이 이 민요를 통해 대조적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민요는 우리 민족의 고달픈 삶의 애환을 극화하는 효과를 띤다고 하겠다.
2. 제목이 된 '낙동강'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 낙동강은 과거나 현재나 그 유장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그 강과 더불어 파란만장한 애환의 삶을 살아온 우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흐르는 것으로 상징화된다.
3. 이 소설은 이전의 경향파 문학과는 달리 보다 진보한 의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점은 무엇인가?
⇒ 경향파 문학은 수탈과 억압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다 보니, 그런 불합리와 모순을 초래한 사회의 구조에 대한 분석이 결핍되고, 따라서 효과적 실천의 대안이 마련되지 못한 결점도 함께 가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런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사회 운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 이 작품이 지니는 소설로서의 형식적 결함은 무엇인가?
⇒ 박성운의 행적이 이 작품의 핵심인데, 그것이 구체회되지 않고 요약적으로 제시될 뿐이어서 플롯의 흐름을 부자연스럽게 하고, 극적 긴장도 줄이고 말았다. 또한 작가의 직접적 개입이 흔하게 이루어진다는 점도 소설적 미학이 떨어지는 한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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