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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현대소설 줄거리/해설]화수분(1925)-전영택-

by 휴리스틱31 202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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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1925)

-전영택- 

 

● 줄거리

 

차가운 겨울 밤, 나와 아내는 행랑채에 살고 있는 아범이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왜 저리 슬피 우는지 의아해 한다.  아범은 금년 구월에 아내와 어린 것 둘을 데리고 우리 집 행랑방에 들었는데, 아범은 순하고 착한 사람이며, 어멈은 무식하지만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자이다. 그들은 몹시 가난했으며, 두 딸은 철이 없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철부지들이었다. 그들은 가진 것 없이 무척 힘겹게 살아갔다.

 

일요일인 이튿날 아침, 아내가 어멈에게 지난 밤 울음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된다. '쌀집 마누라가 큰 딸애를 누가 키우겠다고 한다기에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딸애도 가려도 하고 또 굶기만은 면하겠다 싶어 거기에 두고는 그래도 남편에게 의논이나 하려고 지게 품을 파는 남편을 찾아다니다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니 딸애는 벌써 데려간 뒤여서 그만 그렇게 슬피 울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편이 원래는 잘 살았으며, 고향이 양평이고, 형제 중 큰형은 죽고 둘째 형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정까지 알게 된다.

 

 

며칠 뒤 화수분이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형이 다쳐 일을 못해 자기가 대신 해야 한다고 하면서 식구들을 부탁하고 떠난다. 보름이 지나도 화수분은 돌아오지 않고, 어멈은 어린 것을 업고 화수분을 찾아 고향으로 떠난다.

나의 아내가 김장을 하던 어느 날, 출가한 여동생 S가 와서는 화수분네의 뒷얘기를 들려준다. 화수분은 원래 S의 시댁 추천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이다.

 

고향에 간 화수분은 밤마다 큰애를 부르며 울며 지냈다는 것, 아픈 형 대신에 일을 하다 몸살이 났더라는 것, 정신없이 앓으면서도 남의 집에 간 딸아이를 부르더라는 것, 그리고 아내가 자기를 찾아 길을 떠났다는 편지 사연을 듣고 흐느껴 울면서 아내를 찾아 눈길을 달려나갔다는 것이다.

 

화수분은 높은 고개를 넘다 희끄무레한 물체를 본다. 어멈이 옥분이를 안고 웅크리고 떨고 있다. 어멈은 눈은 떴으나 말을 못한다. 화수분과 아내는 어린 것을 가운데 두고 그냥 껴안고 밤을 지샌다. 이튿날 아침, 나무 장수가 지나가다 어린애가 시체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어린 것만 소에 싣고 간다.

 

● 인물의 성격

 

◆ 화수분 → 가난하지만 우직하고 순수한 무균인간으로, 자식에 대한 본능적 사랑이 강한 정적인물.

◆ 어멈 → 무식하지만 순진한 선량한 여성으로 역시 정적 인물임.

◆ 나 → 화수분의 집주인이자, 서술자이며, 소극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당대 지식인의 전형적 인물로, 정적 인물에 해당

 

 

● 구성 단계

 

◆ 발단 : 극도의 가난에 힘겹게 살아가는 행랑아범 화수분

◆ 전개 : 큰딸애를 남에게 준다. 양평으로 간 화수분과 기다리다 못해 찾아 나서는 아내

◆ 위기 : 아내의 편지를 받고 서울로 향하는 화수분

◆ 절정 : 겨울 산 고갯길에서 만나는 부부

◆ 결말 : 남녀의 시체와 어린아이를 발견한 나무장수가 어린아이만 데리고 떠남

 

● 이해와 감상

 

궁핍한 환경 속에서 굶주리다가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화수분 일가의 비극을, '나'를 나레이터로 하여 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필치로 그려 나가는 전영택의 대표작이다. 당시 신경향파 작가들이 즐겨 다루었던 소재였음에도 작가 스스로의느낌을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원초적인 온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 서술자 '나'의 방관자적 행위 ⇒ '나'는 소설 속 사건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지도, 그렇다고 모르는 척하지도 않는 막연한 인물이다. 이러한 '나'의 태도로 인해 소설 속 사건은 '사랑방 객담' 수준의 이야기로 전락될 수가 있다.

 

 

◆ 제목 "화수분"의 의미 ⇒ '화수분'이란 사람의 이름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인 동시에, 재물이 자꾸 새끼를 쳐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아니한다는 보통명사이기도 함. 주인공의 운명은 이름의 뜻과는 달리 정반대로 궁핍의 연속으로, 반어적인 명명법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죽은 다음의 세상에 가서라도 이름과 같이 부를 누리며 살기를 바라는 인간적인 배려에 의해 붙여진 제목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게 함.

 

◆ 자연주의적 수법 ⇒ 서술자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아범과 어멈의 사람됨과 그들의 가난을 조금도 주관을 섞지 않고 차가울이만큼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화수분 내외가 동사(凍死)하게 되는 이유를 가난한 가정과 추운 기후적인 조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에 대해 눈꼽만큼의 주관도 섞지 않고 차갑게 묘사하고 있는 태도를 보임.

 

◆ 등장인물들의 반어적 이름 ⇒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인 '화수분'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이름으로, '큰 재물'을 의미한다.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의 비참한 삶이 더 큰 비극적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반어적으로 명명한 것이다. 주인공의 형 둘의 이름이 각각 '장자'와 '거부'인 것과 화수분의 두 딸의 이름이 '귀동', '옥분'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인도주의적 경향 ⇒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비록 무식하고 가난하긴 하지만 두 몸의 생명을 탕진함으로써 어린 생명을 구하는 부분에서 어버이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나타나고, 동시에 그들의 역경과 비극적 결말에 동정을 유발함으로써 인도주의적 경향을 지니게 됨.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액자 소설, 자연주의 소설, 인도주의 소설

 배경

* 공간적 ― 자아와 세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황폐화된 공간(서울과 양평 일대)

* 시간적 ― 일제강점기 추운 겨울날

* 사상적 ― 인도주의 (휴머니즘)

◆ 시점 : 시점의 혼용

* 1인칭 관찰자 시점(1, 2, 4, 5장)

* 1인칭 주인공 시점(3장)

* 전지적 작가 시점(6장)

◆ 문체 : 사실적이고 간결한 문체

◆ 갈등요인 : 극빈한 사회와 가정 환경

◆ 주제  가난으로 인한 처참한 삶과 비극적 죽음

              가난한 부부의 사랑과 그 부활의 의미

◆ 출전 : <조선문단>(1925)

 

 

● 생각해 볼 문제

 

1. 서술자인 '나'의 의식에 대해 비판해 보자.

⇒ 나는 화수분 가족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듯 하고, 그래서 충분히 도울 수 있는 입장임에도 그들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음은, 작가의 자연주의적 입장을 견지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어쨌든 막연한 연민과 동정심만을 가지고는 현실적인 해결은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2. 화수분의 가족이 죽게되는 '고개'라는 곳이 상징성을 띤다면, 무엇이겠는가?

⇒ '고개'는 그 공간적 성격으로 인해 사건의절정이나 고비를 상징한다.

 

3. 작품 결말 부분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려 죽어가는 고통스런 한국이의 극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론 살아남은 아이의 모습을 통해 '부활과 소망의 표상'을 발견하게 해줌.  또한 '부모의 희생과 사랑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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