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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해설]바다1 - 정지용 -

by 휴리스틱31 202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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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1
                                                                              - 정지용 -

                                                       
     
오 · 오 · 오 · 오 · 오 ·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 · 오 · 오 · 오 · 오 · 연달아서 몰아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제비 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
 
                 - <시원>(1935)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감각적, 역동적

  : 청각, 시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한 생동감 있는 표현

              의성어의 효과적 사용

              생명력을 지닌 아침 바다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함.

              비슷한 시어를 거듭 사용함으로써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듯한 모습을 감각적으로 그려냄.

 

 주제 : 바다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파도가 소리치며 달려오는 모습

◆ 2연 : 밤의 뇌성을 견디는 바다

◆ 3연 : 아침 바다의 아름다움

◆ 4연 : 생명의 역동이 느껴지는 바다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주로 청각적 심상을 이용하여 아침 바다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바다는 자연계의 단순한 바다라기보다 시인에 의하여 식물화 혹은 동물화되어 감각적 표현으로 그려지는 제재이다. 이 시의 표현상 특징은 바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생명력을 지닌 아침 바다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과 청각적 · 시각적 심상이 두드러지도록 효과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시인의 섬세한 감각을 엿볼 수 있게 한 점이다. 또한 의성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한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연에서는 파도가 밀려갔다 밀려오는 모습을 마치 소리치는 것처럼 '오 · 오 · 오 · 오 · 오 ·'를 이용하여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이는 파도 소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2연에서는 시적 화자가 간밤에 들은 뇌성을 말함으로써, 갈등이나 고민 때문에 잠못 들고 있었음을 암시하는데, 이 뇌성은 바다를 아름답게 탄생기키기 위한 시련을 의미하기도 한다. 

 

3연에서는 '포도빛'이라는 시각적 심상을 이용하여 생명으로 충일한 바다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2연에서 말한 '뇌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성숙'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4연에서는 파도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을 물결의 출렁임을 보여준 뒤, 파도 소리를 다시 제비가 날 듯 춤추는 모습으로 형상화하였다. 이는 청각적 심상과 시각적 심상이 어우러져 역동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 더 읽을거리

 

정지용 시 세계의 특징은 세 가지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첫째, 시어 구사의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는 점, 둘째, 시의 형식면에서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성법에 기초한 2행의 단시형과 동시로서는 독특한 줄글식 산문시형을 보여주었다는 점, 셋째, 시인의 감정이 시에 노출되는 것을 엄격시 배제한 대상 묘사의 이미지즘의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그는 시어를 고르고 다듬는 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지 않는 고어나 방언을 시어로 폭넓게 활용하고 언어를 독특하게 변형시켜 자신만의 시어로 개발했다.

 

시의 형식면에서 지용은 2행 1연으로 된 단시형을 즐겨 썼다. 또 줄글식 산문시형도 즐겨 썼는데, 이들 작품은 쉼표나 마침표 없이 문장이 종결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연계적 구성을 보여준다. 20년대 소월이 자아표출을 통하여 자기 감정을 과다하게 노출한 감상적 낭만주의의 경향을 보였다면, 지용은 대상의 뒤에 자신을 숨기고 대상을 적확하게 묘사하는 명징한 모더니즘-이미지즘의 시세계를 열어 보였다.

 

지용은 서구의 영문학을 전공한 시인답게 형태주의적 기법을 시도한 최초의 이미지스트이자 모더니스트였다 (<슬픈 인상화>, <파충류동물> 등의 초기 시편은 형태주의적 기법을 보이는 대표작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그의 이미지즘은 단순한 시적 기술과 기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용의 이미지즘은 대상 묘사의 심연으로부터 어떤 신운(神韻), 즉 표현된 것 외의 먼 운치를 감지하게 하는데, 우리는 그의 후기 시편들을 통하여 이러한 면모를 살필 수 있다.

 

김우창은 지용이 "감각과 언어를 거의 가톨릭적 금욕주의의 엄격함으로 단련하여 <백록담>에 이르면, 감각의 단련을 무욕(無慾)의 철학으로 발전시킨 경지에 이른다."고 하였다. 최동호도 "서구 추수적인 아류의 이미지즘이나 유행적인 모더니즘을 넘어서서 우리의 오랜 시적 전통에 근거한 순수시의 세계를 독자적인 현대어로 개진함으로써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시인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문학사가들의 정당한 평가를 우리는 지용의 시 세계 전체를 조감할 수 있게 하는 대표작들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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