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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민요]정선 아리랑_2 -미상-

by 휴리스틱31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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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아리랑_2                                  -미상-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눈이 올려나 비가 올려나 억수장마 지려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나

모춘 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우나.

 

정선 읍내 일백오십 호 몽땅 잠들여 놓고서

이모장네 맏며느리 데리고 성마령을 넘자.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릿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사철 임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오라버니 장가는 명년에나 가시고

검둥 송아지 툭툭 팔아서 날 시집보내주.

 

저 건너 묵밭은 작년에도 묵더니

올해도 날과 같이 또 한 해를 묵네.

 

간다지 못간다지 얼마나 울었나

송정암 나루터가 한강수가 되었네.

 

앞 남산 뻐꾸기는 초성도 좋다

세 살 적에 듣던 목소리 변치도 않았네.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나

정 들이고 가사는 임은 가고 싶어 가나.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임의 맘만 같으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지.

 

삭달 가지를 뚝뚝 꺾어서 군불을 떼고

중방 밑이 다 타도록만 잘 살아보세.

 

정선의 구명은 무릉도원이 아니냐

무릉도원은 어디 가고 산만 충충하네.

 

네 팔자나 내 팔자나 이불 보료 깔겠나

마틀마틀 장석 자리에 깊은 정만 든다.

 

 

* 억수장마 → 여러 날 동안 억수로 내리는 장마

* 만수산 → '송악산'의 다른 이름.  경기도 개성시 북쪽에 있는 산.  고려시대의 궁터인 만월대가 있음.

* 명사십리 → 함경남도 원산시의 동남쪽 약 4km 지점에 있는 모래시장. 모래가 곱고 부드러운 해수욕장과 해당화로 유명

* 모춘 → 늦봄. 음력 3월을 달리 이르는 말

* 아우라지 → 두 갈래 이상의 물이 한데 모이는 물목

 

* 아우라지 ~ 건너 주게 → 임을 만나러 가기 위함.

* 올동백 → 제철보다 일찍 꽃이 피는 동백

* 묵밭 → 화자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소재

* 한강수 → 화자의 슬픔을 구체화한 소재

* 간다지 못간다지 ~ 한강수가 되었네 → 과장을 통한 정서(슬픔과 그리움)의 표현

 

* 초성 → 글을 읽거나 시를 읊는 목소리

* 곤드레 → 고려엉겅퀴의 강원도 방언.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 딱주기 → 잔대의 강원도 방언.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 삭달 가지 → 삭정이의 강원도 방언. 살아 있는 나무에 붙어 있는, 말라 죽은 가지

 

* 군불 → 음식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을 덥히려고 때는 불

* 구명 → 고치기 전의 이름, 또는 예전에 부르던 이름

* 무릉도원은 어디 가고 산만 층층하네 →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사는 처지를 한탄함.

* 보료 → 솜이나 짐승의 털로 속을 넣고, 천으로 겉을 싸서 선을 두르고 곱게 꾸며, 앉는 자리에 늘 깔아 두는 두툼하게 만든 요

* 장석 → 짚으로 길게 엮어 만든 자리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정선 아라리', 또는 '아라리'라고도 부르는 강원도의 민요이다. 이 민요는 강원도의 거의 모든 지역에 전승되고 있으며,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등록되어 있다. 이 민요에는 가난 속에서도 낙천적으로 살아온 강원도 산골 지역 정선 사람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선의 여러 지명들, 강과 산줄기를 낀 자연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의 사랑과 이별 등 다채로운 사람살이의 토속적인 정취가 2행이 한 소절을 이루는 형식 속에 펼쳐진다. 이 민요는 지금도 살아 재창조되면서 정선 지역의 향토적 서정을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요점정리]

 

 작자 및 연대 : 미상

 성격 및 갈래 : 민요, 강원도 민요, 서정민요 - 애상적

 

 화자의 정서 :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한 처녀와 총각이 사랑을 속삭이기 위해 싸릿골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는데, 간밤이 폭우로 인해 강물이 불어 나룻배가 건널 수 없게 되자 그때의 안타까움을 담아 '아우라지~못 살겠네'라고 불렀다고 한다. 화자는 아우라지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노래에 담아냄으로써 남녀 간의 간절한 사랑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정선은 무릉도원이라 불릴 만큼 살기 좋은 곳이었는데 현재는 높은 산만이 남아 있다고 하며, 척박하기만 한 정선의 모습을 통해 정선 지역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하소연하고 있다.

 

 

 표현

* 화자의 처지, 정서 등을 자연물에 의탁하여 표현함.

* 과장을 통해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 정신 지역의 특성이 노래에 반영되어 나타남.

소재 지역적 특성
아우라지, 뱃사공, 배, 나루터 계류(溪流)가 많아 나룻배가 주요 교통 수단이었음.
묵밭 농사는 짓는 것이 쉽지 않음.
뻐꾸기, 곤드레, 딱주기, 삭달 가지 산에 둘러싸여 있음.

 

 주제 : 임과의 이별과 고달픈 삶의 처지로 인한 정한

 '정선 아리랑'의 배경 : '정선 아리랑'이 다른 많은 일반 아리랑들과는 달리, 그렇게 서식력이 강하고, 그 서식하는 지역이 비교적 한정되어 있으며, 그 전수 또한 활발하게 잘 되고 있는 것은, 첫째, 정선 아리랑이 서식하는 정선이란 지역이 지리적으로 타 지역과 교류가 불편한 산간오지의 험준한 특수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정선 지역은 협착(狹窄)한 계류(溪流)나 강류를 따라 이룩된 산지 농업이 그 생업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전작(田作) 중시의 영세한 경작 여건은 생활의 궁핍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평야 지대에서와 같은 다양한 농요(農謠)나 노동요 같은 것의 생성 성장을 자연히 저해할 수밖에 없었겠고 이러한 입지적 조건들에 의하여 빚어진 하나의 정황은 정선인들에게 있어 '정선 아리랑' 요를 자연 친숙하게 만들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따라서 정선인들에게 오랫동안 남다른 사랑을 받게 된 '정선요'는 다른 아리랑들과는 달리 정선인만이 지닌 정한, 즉 궁핍에서 오는 물질에의 갈구, 인습의 얽매임에서 오는 한스러움, 바깥 세상에의 동경 등이 절실하게 응집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로, '정선요'를 빚어내고 있는 있는 또 하나의 배경은 그들의 생활 환경과 자연환경이다. 정선 아리랑 속에 담긴 그들의 생활 환경은 의, 식, 주를 비롯하여 가족관계, 혼사, 용모, 치장, 농사, 일상 등 그들의 생활적 요소가 망라되어 있고, 자연환경은 초목 화(花), 동물, 자연현상, 영(嶺), 애(崖), 산 · 봉(峰), 강류, 지명 등 그들의 삶에서 접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이 등장한다. 따라서 이는 '정선 아리랑'을 빚어내는 데 이들 생활 환경적 배경과 자연환경적 배경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며, 이 생활 환경적 요소나 자연환경적 요소는 '정선 아리랑'을 이해하는 데에 불가결의 요소인 것이다.

-서병하, '정선 아리랑의 배경 연구', "논문집" 제22집, 춘천교육대학교, 1982

 

 

[참고사항]

 

◆ 다른 아리랑에 큰 영향을 준 '정선 아리랑'

투박하고 애처롭게 두메산골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던 '정선 아리랑'은 오랜 세월을 두고 자연스럽게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산을 넘고 물길을 따라 곳곳으로 흘러가 그곳의 문화적인 특성이 더해져 또 다른 이름의 아리랑을 낳았다. 출가한 남녀, 소리꾼, 장돌뱅이, 화전민 등 사람의 발길은 '정선 아리랑'을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정선 뗏목의 이동은 '정선 아리랑'을 한강 주변 곳곳에 울려 퍼지게 했다. 정선 아우라지를 출발해 서울의 광나루와 마포 나루에 이르는 데 보름 남짓 걸리는 한강은 '정선 아리랑'이 흘러가는 거대한 물줄기였다.   <중략>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는 남한강을 수놓았던 떼꾼과 나루를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권으로 인해 '정선 아리랑'은 우리나라 수많은 아리랑과 민요에 영향을 준 주인공이자 터전이 되었다.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자유롭게 말해 보자.

→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화자의 애한이 느껴졌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화자의 고달픔이 느껴졌다.

 

 

2. 시집을 가지 못하는 화자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소재와 화자의 슬픔과 한을 구체화한 소재를 찾아보자.

→ 화자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소재 (묵밭)

    화자의 슬픔과 한을 구체화한 소재 (한강수)

 

3. <보기>는 정선의 지역적 특성에 관한 자료이다. 이를 참고하여 다음 부분에서 엿볼 수 있는 지역민의 삶의 모습과 정서에 대해 모둠별로 토의해 보자.

정선은 대부분의 지역이 높은 산으로 층층이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그래서 정선은 고려 때부터 세상과 단절한 선비들이 현실과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고 슬퍼하며 은둔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정선은 땅이 척박해 농사를 지으며 정착해 살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한 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임의 맘만 같으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지


삭달 가지를 뚝뚝 꺾어서 군불을 때고
중방 밑이 다 타도록만 잘 살아보세
 
정선의 구명은 무릉도원이 아니냐
무릉도원은 어디 가고 산만 층층하네

* 정선 지역은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농사를 짓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도 장마나 가뭄으로 인한 흉년이 잦아 생활이 궁핍하였다. '정선 아리랑'에는 이러한 정선의 생활 환경과 그에 따른 정한이 드러나 있다.

* '곤드레', '딱주기', '삭달 가지' 등은 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이를 통해 정선이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정선의 구명은 ~ 산만 충충하네'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사는 고달픈 삶에 대한 정한과 탄식이 드러나 있다.

 

 

4. 다음은 '정선 아리랑'에 대한 설명이다. 이를 참고하여 지역 문학에 대해 이해해 보자.

'정선 아리랑'이 전국적으로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전문 소리꾼 외에 정선의 뗏목꾼, 보부상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동하는 과정에서 무료함과 피로를 달래기 위해 '정선 아리랑'을 가창하였고, 함께 이동하던 사람들도 따라 부르게 되어 '정선 아리랑'은 자연스럽게 전국적으로 전파될 수 있었다.
'정선 아리랑'은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어 널리 수용되는 과정에서 그 지역의 특성이 작품에 접합되면서 가시와 가락이 바뀌거나 첨삭되는 변이 작용을 겪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재창조된 것이다.

(1) 밑줄 친 내용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지역과 문학 작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지역 문학은 지역 공동체의 전통적 정서와 구체적 삶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즉 지역 문학 작품은 지역의 특성을 오롯이 담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 '정선 아리랑'이 전국적으로 널리 전파되었던 이유를 바탕으로, 지역 문학과 한국 문학의 관계와 함께 지역 문학의 가치에 대해 말해 보자.

→ '정선 아리랑'은 전문적인 소리꾼 외에도 뗏목꾼, 보부상 등에 의해 여러 지역에서 불려 전국 각지로 전파될 수 있었다. 이렇듯 '정선 아리랑'이 전국적으로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정선 아리랑'이 지역의 특수성을 담고 있지만 민족의 정서에 부합하는 보편성 또한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 문학은 특수성과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그 총체를 한국 문학이라고 할 수도 있다. 즉, 지역 문학은 한국 문학의 대내적 다양성을 담보하는 소중한 문학적 자산인 것이다.

 

5.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특성이나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정서를 담고 있는 민요를 조사해 보자.

* 경남 거제도 → 강강술래

* 경남 밀야 → 밀양 아리랑

* 경북 경산 → 시집살이 노래

* 경북 대구 → 잠 노래

* 강원도 통천 → 베틀 노래

* 충북 영동 → 논매기 노래

* 전남 진도 → 만가 / 진도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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