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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가사 해설]고공가(雇工歌) - 허 전-

by 휴리스틱31 202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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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공 가(雇工歌)                               - 허 전-

 

 

 

 

 [ 감상 및 해설 ]

 

이 작품은 진사를 지낸 허전이 조선 선조 때 지은 총 52구 110행으로 이루어진 가사이다. 농부의 어려움을 국사(國事)에 비유하여, 농가의 한 어른이 바르지 못한 머슴들의 행동을 나무라는 표현 형식을 취해, 정사(政事)에 게을리하는 조정 백관의 탐욕과 무능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교훈적인 노래이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 직후에 선조가 지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왔으나,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의하면 이는 잘못 전해진 것이고, 실제의 작가는 허전이라고 한다.

 

한편, 이 <고공가>에 대한 화답의 형식으로 만든 이원익의 <고공답주인가>가 있다. 이 작품 역시 영의정에 있던 이원익이 정사보다는 당파 싸움에 정신을 쏟는 신하들을 나무라고 나라와 임금을 경계하려는 의도에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원익이 답가를 했을 정도로 허전이 꽤 유명한 사람이었으리라 짐작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 작품의 작자를 <고공답주인가>와 마찬가지로 이원익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

 

이 작품은 우의적으로 당시 사회상과 관리들의 정치적 무능을 비판한 글이다. 어느 한 어버이(이태조에 비유)가 살림을 시작하였을 때, 여드레 길이나 되는 텃밭(조선의 팔도)을 가지고도 모든 머슴들(조정의 신하)이 부지런하고 검소하더니, 요즘의 머슴들은 사려 분별도 없이 밥 그릇의 크고 작음(나라에서 주는 녹봉)을 가지고 다투며 겨울옷이 좋고 나쁨만을 가리고, 강도(왜적)에게 가산을 약탈당하여도 다시 세간살이를 일으키려고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여드레 길'이란 조선의 8도(都)를 비유한 것이고, '강도'는 침범한 왜적을 나타내고, '가산'은 나라의 살림인 경제를 비롯한 자치권을 의미한다. 따라서, 왜적에 대한 경계 태세를 준비하지 않고서 옷과 밥만을 서로 다투는 관리들을 비유해, 한 어른이 새끼를 꼬면서 머슴을 깨우치고 경계하는 형식으로 타이르고 있는 작품이다. 요컨대, 이 태조의 조선 건국 이후에 왜적의 침입을 받고도 당파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나라 일에 게을리하는 백관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임진왜란 직후의 피폐한 민중들의 모습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으며, 이처럼 사회 비판적인 지식인들이 당파 싸움에 밀려나 자기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된다.

 

 

[ 핵심 정리 ]

 

◆ 갈래 : 조선후기 가사, 경세가(警世歌), 풍자가

◆ 성격 : 풍자적, 비유적, 우의적, 현실비판적

◆ 연대 : 조선 선조(임진왜란 직후)

◆ 시적 상황 : 머슴들의 반목으로 인해 폐해가 심각한 상황

 

◆ 표현

* 3  · 4조 4음보의 율격을 사용하여 음악성을 확보함.

* 나라의 일을 한 집안의 농사일로, 화자를 주인으로, 탐욕을 추구하는 관리들을 머슴으로 비유하여 표현

 

◆ 구성

[1] 집안(나라)의 내력

[2] 머슴들의 반목으로 인한 폐해 - 벼슬아치들의 탐욕과 무능함으로 인한 폐해

[3] 머슴들(벼슬아치들)의 각성을 촉구함.

[4] 사려 깊은 새 머슴(벼슬아치)의 출현을 염원함.

 

◆ 주제

* 임난 직후 백관들의 탐욕과 정치적 무능 비판

* 분별과 계획이 없는 관리들을 풍자함.

◆ 의의 : 선조가 지은 것으로 잘못 전해져 내려오다 <지봉유설>에서 허전이 지은 것으로 밝혀진 가사로, 임진왜란 때 깨져 버린 유교적인 이상 사회를 다시 세우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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