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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by 휴리스틱31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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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1. 제목 : 서울 1964년 겨울

 

2. 읽고나서..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있어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개인주의나 이기심이 많았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나를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내를 병원에 넘기고 받은 4천원을 다쓰기 위해 25살 청년 두명과 만난 30대 판매원의 하룻밤 동안의 일들을 열거한 내용이다.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며 아내에게 미안함으로 판매원의 자괴감에 빠져 실의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두 청년들은 그저 무관심한 일상으로 쓸모없는 대화들로 일관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머무는 여관에서는 자살을 감지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피곤함을 핑계로 각자 방에서 머물고 다음날 죽음을 확인하고 그저 그곳을 빠져 나와 버린다. 예상했다는 듯이...

어쩌면 지금의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또한 청년이나 다를 없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사람들에게 무관하고 내 일을 제일로 소중히 여긴게 나였기에...

내가 그저 쉽게 생각한 일들에 가슴아파할 이들과 내 이기심에 섭섭할 누군가에 이번 기회에 용서를 빌고 싶은 하루였다...

 

3. 배경

 

김승옥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했으며 1945년 귀국하여 1962년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단편 [생명] 연습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이어 1965[서울, 1964년 겨울] 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자기 존재 이유의 확인을 통해 지적 패배주의나 윤리적인 자기 도피를 극복해 보려는 작가 의식을 보이고 있다. 김승옥은 한국 소설의 언어적 감수성을 세련시킨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평자들은 흔히 그를 기교주의자의 대표적 작가로 내세우고 있다.

 

4. 내용

 

소외당한 인간들을 다룬 작품으로 등장인물은 25살짜리 구청직원인 나, 대학원생인 안(), 그리고 가난뱅이임이 분명해 보이는 35~6살 가량의 사내 등이다. 이들은 참새구이집에서 [김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따위의 대화를 나눈다. 가난한 청년들의 쓸모없는 대화지만 이들에게는 그것이 현실이기에 중요하다. 그들은 주머니를 털어 술값을 치르고 여관에 투숙, 각각 다른 방에 든다. 혼자 있기가 싫다던 35,6살의 사내는 다음날 아침 자살체로 발견되고 나머지 둘은 각각 헤어진다. 이렇듯 무심히 만난 고독한 세 개인은 각자 그들 나름의 개별성을 확인할 뿐, 그리고 사소한 현실에 대한 자기인식을 행할 뿐이다. 한국소설이 취락주의(聚落主義인정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변모하는 한 경향을 보이는 작품이다.

 

5. 주제

 

현대 사회의 지식인 내면의 고뇌와 인간 소외(익명성)을 다루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 느꼈던 것만을 주고받을 뿐이다. 나와 안은 철저한 개인주의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서로 일치하고 있으나, 삼십대의 사내는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진 무거운 짐을 상대방에게 덜어 놓으려 한다. 그는 말하자면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눌 공동체적 심성을 상대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개인주의자들인 ''''에게는 그러한 사내의 태도가 부담스럽고 내키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사내의 동행 요청에 마지못해 응하지만, 이내 떠나고 싶어한다. 그 둘이 보여 주는 심각하고 진지한 것에 대한 거부감, 그것은 이전까지 우리 문학의 주류로 존재했던 엄숙주의에 대한 거부이자, 60년대의 김승옥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감수성의 영역이다.

 

6. 줄거리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는 선술집에서 대학원생인 '()'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새까맣게 구운 참새를 입에 넣고 씹으며 날개를 연상했던지, 날지 못하고 잡혀서 죽는 '파리'에 자신들을 비유한다. ''는 이미 삶의 현실에서 좌절을 맛본 후였기 때문에 감각이 다소 둔해진 상태다. 부잣집 아들인 '()' 역시 밤거리에 나온 이유는 ''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미소를 짓는 예쁜 여자가 아니면 명멸(明滅)하는 네온사인들에 도취해 보기 위해서이다.

 

자리를 옮기려고 일어섰을 때, 기운 없어 보이는 삼십대 사내가 동행을 간청한다. 중국집에 들어가 음식을 사면서, 자신은 서적 판매원이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으나 오늘 아내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체를 병원에 해부용으로 팔았지만 아무래도 그 돈을 오늘 안으로 다 써 버려야 하겠는데 같이 있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셋은 음식점을 나온다.

 

그때 소방차가 지나간다. 셋은 택시를 타고 그 뒤를 따라 불 구경에 나선다. 사내는 불길을 보더니 불 속에서 아내가 타고 있는 듯한 환각에 사로잡힌다. 갑자기 '아내' 라고 소리치며 쓰다 남은 돈을 손수건에 싸서 불 속에 던져 버린다. '''()'은 돌아가려 했지만 사내는 혼자 있기가 무섭다고 애걸한다.

 

셋은 여관에 들기로 한다. 사내는 같은 방에 들자고 했지만 '()'의 고집으로 각기 다른 방에 투숙한다. 다음날 아침 사내는 죽어 있었고, '()'''는 서둘러 여관을 나온다. '()'은 사내가 죽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도리가 없었노라고, 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혼자 두는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스물 다섯 살짜리지만 이제 너무 많이 늙었음"에 동의하면서 헤어진다. '''()'과 헤어져 버스에 오른다.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차창 밖으로 보인다.

 

7. 등장인물

 

* : 고졸출신의 화자(話者). 육사(陸士) 시험에 실패하고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인물.

 

* : 25세인 부잣집 장남. 대학원생.

 

* 아저씨: 서적 외판원. 30대 중반의 남자. 도시인의 소외와 고독을 대표하는 인물. 마누라 시체를 병원에 판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하다가 여관방에서 자살함.

 

8. 핵심정리

 

* 갈래: 단편소설, 본격소설

 

* 배경: 시간(1964년 어느 겨울 밤), 공간(서울)

 

*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 제재: 연대성(連帶性)이 없는 세 사내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함께 지낸 이야기

 

* 주제: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적 방황과 인간적 연대감의 상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의 공동성(空洞性)과 파편적 개인성

 

9. 구성

 

* 발단: '''()'이라는 대학원생이 포장마차 술집에서 만나 무의미한 대화를 나눔.

 

* 전개: 낯선 중년의 사나이가 동참함.

 

* 위기: 화재(火災)가 난 곳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불 속에 던짐.

 

* 절정: 여관에 도착한 셋은 각각 다른 방에 투숙함.

 

* 결말: 다음날 아침, 사내의 자살이 밝혀짐. '''()'은 몰래 그곳을 나와 헤어짐.

 

10. 작가 - 김승옥(金承鈺) 1941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나 전남 순천에서 유년을 보냄. 바닷가의 체험은 나중에 그의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됨. 대학 시절 <산문 시대>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김현, 최하림, 이청준, 서정인 등과 교류하였는데, 이 동인들은 이후 우리 문학의 주된 산맥이 되었다. 그 선두 주자는 물론 그였는데, <한국일보>신춘 무예에 <생명 연습(生命連習)>이 당선되면서 등단함. 그는 1960년대를 한국 소설의 한 혁명기로 이끌었던 자로, 감수성 짙은 지성의 세계를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산문의 길을 열었다. 이 문체의 확립으로 한국 소설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영향을 미쳤다. 도시적 삶에 적응하려는 서민들의 애환, 1960년대의 지적 우울 등을 감각적 터치로 그린 작품이 많았는데, 그 대표작이 <서울, 1964년 겨울> <무진기행>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 <환상 수첩> 등을 잇따라 발표하여 문학적 성과를 쌓았다. 그의 소설은 '섹스' 모티프가 주요한 일면을 가지면서, 인간의 사회적 삶의 모습을 윤리적 측면과 결부하여 그 내면 의식을 심도 있게 드러내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그는 1981년 종교적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데, 기독교의 수도에 몰두하느라 작품 활동을 중단하였다. 1977<서울의 달빛 0>으로 이상 문학상을 수상했다.

 

- 해설

 

이 소설은 '''()'이라는 25세 동갑내기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결코 자신들의 진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심각하고 진지한 것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나 가치 지향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실과 내적 연관을 갖지 못한 주관적이고 자의식적인 사소한 대화만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두 사내는 철저한 개인주의로 무장되어 있다.

 

"김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사랑하고 말구요. 시체의 아랫배는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요. 여하튼... 나는 그 아침의 만원 버스칸 속에서 보는 젊은 여자 아랫배의 조용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움직임을 지독하게 사랑합니다."

 

이 두 사람에 비해서 삼십대의 외판원 사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고뇌와 비애를 공유(共有)할 것을 간청한다. 이를테면, 고통의 분배를 통한 인간적 연대 의식을 상대방에게 솔적히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힌 '''()'에게 그 사내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둘은 외판원 사내의 동행 요청에 마지못해 응하고 있고 내심으로 빨리 떠나고 싶어한다. 이러한 기미를 사내가 눈치챘음일까, 화재(火災)가 난 곳을 찾아가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버리는 행위는, 허위적이고 비인간적인 삶에 대한 분노요, 절망의 표현일 것이다. , 삼십 대의 외판원 사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서 고뇌와 슬픔을 공유(共有)하기를 바라나 ''''은 받아 주지 않으며 부담스러워한다. 세 사내가 여관으로 와 서도 각각 다른 방을 쓰게 되고, 또 안씨의 경우 외판원 사내가 자살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이를 말리지 않은(못하는) 사실에서 인간적 유대가 없는 소외의 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등장 인물은 '', '()', '사내' 등으로 익명화(匿名化)되어 있다. 현대 도시인의 삶이 그 속성으로 지니고 있는 자기 중심주의, 언어 불소통을 암시하는 문학적 의도이다. 또한, 그들의 신원(身元)만 단편적으로 제시될 뿐, 개개인의 개성이 서술되지는 않은 것도 소외 의식(疎外意識)을 심화시키는 문체적 특징일 것이다.

 

- 김승옥론

 

김승옥은 6·25전쟁이 끝난 후 나타난 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으며 1960년대적인 특징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1950년대 작가들이 견지하고 있었던 엄숙주의, 교훈적인 태도, 도덕적 상상력 등을 뿌리째 흔들어버렸다는 점에서, 그것을 동시대의 비평가들은 감수성의 혁명이라 불렀다.

 

김승옥의 소설은 대체로 개인의 꿈과 낭만을 용인하지 않는 관념체계, 사회조직, 일상성, 질서 등에 대한 비판의식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성의 관념체계, 허구화된 제도, 내용 없는 윤리감각이라는 일상적인 질서로부터 일탈하려는 열망, 곧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김승옥 소설의 중심적이고 일관된 내용이다.

 

김승옥의 소설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소설은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현실을 압도하는바, 낭만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띤다. 환상수첩》 《확인해 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생명연습등의 초기소설은 환각이나 환상을 쫓는 삶 혹은 현실을 초월한 삶에 대한 강렬한 동경이 두드러진다. 무진기행이후 현실의 엄정한 법칙성을 인정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며, 그의 후기소설은 초기의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 대신에 꿈이나 환상을 잃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환멸과 허무의지로 가득 찬다.

 

서울 1964년 겨울》 《야행》 《차나 한잔》 《염소는 힘이 세다》 《1960년대식》 《서울 달빛 0등 김승옥의 후기소설은 산업사회의 한 기호로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상실감을 주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로스적 열정으로 기성의 질서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의도를 담은 보통여자》 《강변부인등에서는 김승옥 소설이 지녔던 문제적인 성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김승옥의 작품 속 인물들은 반짝이는 빛의 내면과 동시에 속된 일상의 외관을 동시에 지닌 역설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빛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일상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타락한 윤리와 무책임성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1960년대만 유효할 수 있을 뿐이다. 197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왜곡된 근대화의 모순 그리고 이에 대한 응전 방식으로 발화하는 새로운 엄숙주의 앞에서는 무력하게 좌초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옥 소설은 감각적인 문체, 언어의 조응력, 배경과 인물의 적절한 배치, 소설적 완결성 등 소설의 구성원리 면에서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4·19혁명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문학적 언어로 환치시키면서 전후세대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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