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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밝히는 ‘범죄의 재구성’

by 휴리스틱31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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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밝히는 범죄의 재구성

 

서울 대치동 강남경찰서 강력계. 최근 벌어진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묵비권을 내세우며 입을 닫고 있다. 한 시간 후면 그를 풀어줘야 한다. 수사관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진다. 탁자위의 전화가 울린다. 현장의 수사관이 용의자의 친구집 욕실에서 보이지 않는 핏자국을 탐지해 냈다는 소식이다. 혈흔 탐지용 루미놀이 올린 성과다. 과학의 증거 앞에 용의자는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수사에 과학이 있다

 

소설과 같은 이런 이야기는 우리나라 범죄 수사 현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최근 과학을 앞세워 범인을 잡는 외화 ‘CSI 과학수사대에 우리는 열광한다. 첨단 과학 수사를 따라가다 보면 숨어있는 범인을 쪽집게 처럼 찾아내는 결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 수사가 일반화되면서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범죄자들도 설땅을 잃고 있다.미궁에 빠져 오리무중인 과거 사건도 과학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핏자국은 범인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증거다. 보이지 않는 핏자국을 찾는 데는 루미놀액이 사용된다. 어둠속에서 혈흔과 만나면 청백의 형광색으로 발광을 하기 때문이다. 혈액속에 들어 있는 헤민이라는 성분이 루미놀의 알칼리·과산화수소 혼합액에 반응한다는 과학을 응용한 것이다. 루미놀이 찾은 혈흔은 혈액형과 DNA 정보를 모두 갖고 있어 범인을 잡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정액을 찾아내는 데도 과학의 힘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정액을 찾아내는 시약은 정액에 들어있는 산성인산효소와 반응해 청자색으로 반응한다. 정액 역시 혈액형과 DNA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정액이 여성의 몸속에서 채취된 경우 여성의 체액과 섞여 두 사람 모두의 생체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엔 여성의 정보를 기초로 남성의 혈액형과 DNA를 추정할 수 있다.

 

신원 확인의 결정적인 열쇠를 주는 DNA는 인체의 어느 곳에서나 동일하다. 머리카락, 타액, 손톱 등 증거물이 채취되기만 하면 과학의 마술은 범인을 정확히 지시해준다.

 

DNA분석은 범죄 수사 뿐만 아니라 친자 확인이나 오랫동안 헤어졌던 이산가족의 혈족 확인 등에도 쓰이는 등 응용 범위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인체의 정보를 이용한 과학수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프로파일링이라는 범죄 심리 행동 분석 기법이 각광을 받고있다. 이 방법은 범죄자들의 행동패턴, 외부환경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범죄현장에 남겨진 흔적을 모아 용의자를 추정해 내는 방법이다. 실제로 경찰은 프로파일링을 이용, 지난해 11월 검거된 원룸 여성 피살사건용의자 2명이 10월 서울 상계동에서 발생한 술집 여주인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성과를 올렸다.

 

거짓말탐지기가 고전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거짓말탐지기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지난해 동공의 크기 변화와 눈동자의 흔들림, 안구 주변 근육 변화 등을 이용해 거짓말 여부를 판단하는 탐지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한 경찰에선 최근 교통사고 조사에서도 거짓말탐지기의 사용을 늘리는 등 사용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면수사는 단 1초의 기억도 끄집어 내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난 10MBC에서 방영된 현장기록 형사는 광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목격자들이 범인의 인상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을 최면수사를 통해 해결해 낸 사례를 보여 주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일어난 작은 시비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던 이 사건은 당시 편의점 주인이 스치듯 봤던 범인의 기억을 최면을 통해 완벽히 기억해 냄으로써 사건이 해결됐다.

 

우리나라의 과학수사 현황

 

현재 우리나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등의 기관에서 과학을 이용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국과수는 1955년 창설, 5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굵직 굵직한 사건 뒤에는 항상 국과수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등 대형 사고 당시 DNA분석을 통해 수백명의 신원을 확인했고, 지난해에는 프랑스인 부부 영아유기사건에서 부인이 영아의 어머니임을 입증, 우리 경찰의 수사결과를 믿지 않던 프랑스 경찰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프랑스 경찰은 자세를 바꿔 남편의 공모여부를 수사키 위해 한국경찰과 공조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국과수는 현재 서울의 본소 외에 권역별로 4개의 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48명의 연구직 인력을 포함, 267명의 요원들이 밤낮없이 진실 규명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감정 건수는 211606(잠정)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특히 유전자분석 의뢰 건수는 지난해보다 14%가량 증가한 36179건으로 매 년 빠르게 늘고 있다. 일선 경찰의 과학수사 수준 향상으로 증거확보 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과수의 신속한 감정장비 현대화가 과학수사 기술 발전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국과수는 현재 1624(50만원이상)의 감정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 중 14.5%235대가 10년 이상된 노후 장비다. 게다가 올 해 예산에서도 과학수사 감정장비 현대화항목은 지난해보다 무려 49.8%나 깍인 115200만원 책정에 그쳤다.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첨단화 되고 있는데 과학수사 장비는 해마다 퇴보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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