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서(書) : 유치환 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百日)이 불사신 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애증 : 사랑과 증오
-허적(虛寂) : 허무와 적막
-사구 : 모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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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래 : 자유시, 상징시
* 성격 : 의지적(←촉각적 심상을 많이 사용), 상징적
* 표현상의 특징
-강인한 생명의 의지와 힘
-이국적인 풍취가 독특한 분위기 형성
-관념적 한자어 사용이 내용에 무게를 더함
-인생의 허무를 극복하고자 극한적 상황을 설정.
* 구성
제1연 : 무의미한 생에 대한 각성
- 1행 : 지식(배움)이라고 하는 것이 삶의 본질 파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함.
- 아라비아의 사막 ( 제2연의 거기 ) : 의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극한적인 상황, 세속과 절연된 곳, 즉 순수 세계로서 본래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임
제2연 : 비생명적 상황 추구
제3연 : 본질적 자아 탐구
- 제1연의 나 : 현실 속의 나(삶의 본질을 모르고 회의하는 나)
- 제3연의 나 : 본질적 자아(삶의 본질을 파악)
* 주제 : 강인한 생명의 본질 추구 의지
* 출전 : [동아](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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