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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문학 줄거리/해설]파수꾼 -이강백-

by 휴리스틱31 202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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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이강백-

 

● 줄거리

 

이리 떼의 습격을 미리 알리기 위해 세 명의 파수꾼이 망루에서  들판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 새로 파견된 파수꾼 '다'는 이리 떼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리 떼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파수꾼들을 이상스럽게 생각한다. 소년은 이리 떼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을의 촌장이 나타나 소년을 설득한다. 촌장은 사실은 이리 떼가 없지만, '이리 떼가 나타난다.'는 거짓 정보도 때로는 마을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소년에게 말한다. 소년은 거듭 따지지만 촌장을 설득하지 못하고, 점차 소년조차 거짓말에 동조하게 한다. 소년은 다시금 제자리에서 이리 떼가 나타났다는 신호인 양철북을 두드리는 일을 하게 된다.

 

● 감상 및 이해

 

늑대와 양치기 소년에 대한 우화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소년은 거짓 소문을 퍼뜨려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골탕을 먹인다. 마을 사람들은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 때에는 소년의 말을 듣지 않아 큰 피해를 입는다. 이 작품은 우화를 빌려 진실의 왜곡이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재앙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우화적 기법은 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나 내용을 상징적으로 함축해 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올바른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강백의 <파수꾼>은 1970년대 '체제 유지를 위한 안보 정책'을 향한 통렬한 풍자이다. 들판 저 너머에는 '흰 구름만 있을 뿐 이리떼라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리떼가 나타난다."는 공포 속에서 평화를 유지한다는 아이러니의 상황이 계속된다. 그러던 중 한 파수꾼에 의해 알려진 진실은, '채재 유지를 위해서는 가상의 적이 필요하다는 촌장의 설득'으로 철저하게 무시된다.

 

이렇듯 진실은 외면되고 청년 파수꾼 '다'도 굴레의 테두리에서 봉사하게 된다. 독자는 처음에는 파수꾼에게 연민을 느끼며 그 역시 희생자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는다. 그러나 결국 파수꾼의 나약함을 목격하고는 진실을 끝까지 밝히지 못하는 모습에 분노마저 치솟는 것이다. 그리고는 진실의 의미와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의 용기의 중요성을 함께 깨닫게 된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 진실을 용기 있게 외치는 고통보다는 지배자의 달콤한 유혹을 선택하는 소년의 모습이 극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권력의 위선적 실체를 건드려 보려는 작자의 의욕적 시도로서의 이런 우화적인 방법은 그 갈등의 축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자그마한 진실의 파헤침에 독자들은 조심스럽게 쾌재를 부른다. 사실 당시의 폐쇄적인 우리의 정치적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모습은 '대단한 의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파수꾼>의 시대적 상황

1970년대는 군사 독재 시대로 공산 국가인 북한과의 대립이 극심했고, 이에 따라 반공 사상이 팽배했던 시대이다. 군사 독재 정권은 이런 대립 상황을 잘 이용하여 내부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였다. '파수꾼'에 나오는 '촌장'이 바로 '독재 정권'에 해당하며, '철책 밖 이리 떼'는 '북한 공산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진실을 모른 채 살아가던 당시의 '민중'이 된다. 이 글은 이러한 비판적인 내용을 우화의 기법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정리하기

 

 성격 및 갈래 → 희곡, 단막극, 풍자극 (현실 풍자적, 교훈적, 상징적, 우화적)

▒ 배경 → 어느 마을의 황야에 있는 망루

 

 인물

* 촌장 → 권력을 가진 지도자로 자신의 권력과 체제 유지를 위해 진실 왜곡마저도 서슴지 않는, 교활하고 위선적인 권력자를 상징한다. 거짓 정보로 주민을 속인다.

* 파수꾼 '가, 나' → 독재 권력의 지배 질서를 합리화하고 이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권력의 하수인 또는 권력의 나팔수라고 할 수 있다.

* 파수꾼 '다' → 진실을 밝히려는 젊은 지식인, 처음에는 독재 권력에 저항하여 (이리가 없다는) 진실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지배자의 회유와 권력에 굴복하고 순응하고 마는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

* 마을 사람들 → 독재 권력과 하수인에게 기만당하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우매한 민중을 상징함.

 

 구성(교과서 부분)

* 발단 : 편지를 받고 촌장은 소년 파수꾼을 찾아옴.(만남)

* 전개 : 소년 파수꾼이 말한 이리 떼가 없음을 촌장은 인정함. (소년 파수꾼의 승리)

* 위기 :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하루 연기해서 알리기로 함. (촌장의 설득)

* 하강 : 그러기 위해서 소년 파수꾼이 오늘 거짓말을 해야 함.(소년 파수꾼의 타협)

* 대단원 : 소년 파수꾼이 거짓말을 한 뒤 그는 망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됨.(촌장의 승리)

 

 

 출전 → <현대문학>(1973)

▒ 제재 → 파수꾼의 위선

▒ 갈등 → 소년 파수꾼과 촌장 간의 갈등

 주제  진실이 통하지 않는 사회의 비극과 진실에 대한 열망

 특성

* '양치기 소년과 이리'라는 우화 형식을 빌려, 당대의 정치 상황을 풍자하고 권력의 위선과 허위를 폭로함.

* 70년대 암울한 정치적 현실을 상징적이고 우화적으로 표현함.

* '이리떼'는 '가상의 적'을 상징하고, '흰구름'은 '진실 = 평화'를 상징함.

 

● 학습 활동

 

1. 이리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군중들이 망루를 향해 몰려오는 대규모의 군중 장면을 효과적으로 무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자.

 

→ 희곡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망루에 쳐들어 온 마을 사람들과 같은 대규모의 군중 장면은 보여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객석에 앉아 극을 관람하는 다수의 관객들의 역할을 극중 인물인 '마을 사람들'로 대치함으로써 이러한 제약성을 극복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 변화는 '파수꾼 나'와 '촌장'이 관객들을 '마을 사람들'인 것처럼 취급하며 천연덕스럽게 대화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있다.

 

 

2. <파수꾼>에 사용된 우화 기법과 관련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작품은 '양치기 소년과 이리'라는 우화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점을 말해 보자.

 

→ <파수꾼>과 <양치기 소년과 이리>는 진실의 왜곡과 그로 인한 결과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비교해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진실을 왜곡하는 주체가 <양치기 소년과 이리>에서는 '소년'이지만, <파수꾼>에서는 소년이 아니라 '촌장'이다. <파수꾼>에서는 '소년'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원작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지만, '촌장'의 거짓말은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현상적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촌장의 말대로 마을의 질서를 유지시켜 온 원동력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촌장의 거짓말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이해 관계에서 나온 것으로, 심심풀이로 거짓말을 했던 '양치기 소년'의 경우와는 다르다. 결과 면에서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자신의 피해로 이어졌지만, '촌장'의 거짓말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이 피해자가 된다. 거짓말로 인한 피해가 '양치기 소년'의 경우에 비해 더 크고,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한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많다고 볼 수 있다.

 

 

  (2) 이 작품은 권위주의 시대인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관련하여, 작자가 우화적인 장치를 사용한 이유와 그 효과에 대하여 말해 보자.

 

→ 이 작품은 권위주의에 의해 통치되던 1970년대라는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1970년대 체제 유지를 위해 거짓말을 일삼던 당시의 안보 정책과 지배 권력에 관한 것이다. 철책 저 너머에는 흰 구름만 있을 뿐 이리 떼라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리 떼가 나타났다고 외쳐 국민들을 위협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하여 독재 권력을 유지하던 억압적 권력에 대한 풍자인 것이다.

 

이 작품이 당시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고발하지 않고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억압적인 시대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 시기는 일제 시대와 같이 이중적인 검열 제도가 횡행하던 시기로, 권력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되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은 우화적인 기법을 활용하여 당대 권력의 위선적인 실체를 건드려 보고자 한 매우 의욕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화적인 시도는 인물들 간의 첨예한 갈등과 투쟁으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켜 나가는 일반적인 형태의 극 양식에 비해 극적인 효과가 미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대의 정치 상황을 고려한다면, 관객들은 우화라는 상징적 장치를 통해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우화적인 장치가 가지는 연극적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3) 이솝 우화에는 오늘날에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우화들이 있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변용한다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모둠별로 토론해 보고 정리된 내용을 발표해 보자.

 

<이끌어 주기> : 개미와 베짱이의 습성 정리하기, 개미와 베짱이의 습성을 적용하기에 적절한 현대의 인간형 찾아보기,  현대판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생각하기,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변형할 것인지 구상하기,  글쓰기

 

<길잡이> :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근면을 강조한 우화이다. 원작에서 개미는 앞날에 대비해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성격이고, 베짱이는 의무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성격이다. 이들은 현대 사회의 직업과 관련하여 개미를 농업에 종사하는 농부에, 베짱이를 문화 산업에 종사하는 대중 음악가에 대응시킬 수 있다. 그럴 경우, 개미는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우직한 농부로, 베짱이는 시류에 편승해 성공을 거듭하는 대중 음악가로 설정할 수 있다. 전통적인 농업이 몰락해 가고, 문화 산업이 번성하는 시대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개미는 농업의 쇠퇴에 따라 몰락하는 인간으로, 베짱이는 대중 문화의 확산에 따라 출세하는 인간으로 그려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농업 정책의 부재로 인해 희생되는 농민 현실과 상업주의에 물든 대중 음악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 낼 수 있다.

 

3.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분석해 보고, 당대의 시대 상황과 관련하여 설명해 보자.

→ 이 작품에서 사건은 '진실의 은폐 - 은폐된 진실의 폭로 - 진실의 은폐'의 과정에 따라 전개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보여 주는 행동 양식을 인물의 성격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 양식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당대의 권위주의적인 시대 상황과 결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4.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나 깨달음을 내용으로, 파수꾼 '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보자.

→ 이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망루 너머 은폐된 세계의 실상을 소년 파수꾼 '다'의 눈을 통하여 발견하게 된다. 그곳은 이리떼는 없고 흰 구름만이 존재하는 평화로운 세계이며, 지금까지 마을 사람들은 촌장과 늙은 파수꾼들에 의해 기만당해 온 것이다. 관객들은 이 새로운 발견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는 과연 올바른 세계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또한 작품의 후반부에서, 촌장의 설득을 받아들여 스스로 거짓 보고에 앞장서는 소년 파수꾼을 보면서 연민과 동시에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진실을 용기 있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 참고자료

 

◆ 감상을 위한 읽을거리

마을의 질서와 방위를 위한 방편책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이리 떼를 가상으로 설정, 이리 떼의 습격에 대비하여 망루를 세우고 수시로 겨보 신호를 울려서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주된 내용인 이 희곡은, 국가 안보에 대한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국가와 정부에 대해 불신을 일으키며 세대와 세대 간의 반목과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해서 공연 윤리 심사에서 반려된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은 1973년 <현대문학>에 발표되고 1975년 <현대 극회>가 연극인 회관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못지 않게 검열이 횡행하던 그 시절에 연극 속에서 몸부림친 현실은 제도적 폭압에 짓밟히는 연약한 개개인 삶 그 자체였다. 이강백은 그 점에 착안해서 현실을 비극적으로 형상화하기보다는 그러한 체제 이면에 숨겨져 있는 권력의 위선과 모순을 폭로하고자 했다. 또 그러한 제도적인 면 뒤의 인간적인 보편성까지 파악하고자 하는 철학적인 시도가 이어진다. (김병국 외 4인 공저.  한국교육미디어 문학)

 

 

 ◆ 연극사적 의미

이 작품은 권위주의에 의해 통치되던 1970년대라는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우화적인 기법을 활용하여 당대 권력의 위선적인 실체를 건드려 보고자한 매우 의욕적인 시도를 보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화적인 시도는 팽팽한 갈등을 전제로 하는 극 양식의 원리에서 보면 그 갈등의 축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시의 정치 상황을 고려한다면, 관객들은 우화라는 상징적 장치를 통해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화적인 장치가 가지는 연극적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 극을 통한 발견

극은 인간의 삶을 무대라는 객관화된 공간 위에서 연출해 관객에게 보여주는 양식이다. 극의 이러한 보여주기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작품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극중 사실의 발견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현실에 대한 발견으로까지 이어진다. 관객들은 작품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는 과연 올바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작품의 후반부에서 촌장의 설득을 받아들여 스스로 거짓보고에 앞장서는 소년 파수꾼을 보면서 연민과 동시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진실을 용기 있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 파수꾼과 시대적 관계

<파수꾼>은 우화적인 상황을 통하여 당대의 권력의 위선적인 실체를 건드려 보고자 한 매우 의욕적인 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화적인 시도란 거대한 힘들의 충돌을 전제로 하는 극 양식의 원리에서 보면 그 갈등의 축이 미약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관객들이 그러한 우화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발견하면서 마음속으로만 조심스럽게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우화적인 장치들이 갖는 연극적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 은폐된 사건 진행의 가시화

은폐된 사건 진행이 가시화된 현대적 방법의 하나로 '전화 통화'를 들 수 있다. 이 방법은 시간적 동시성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공간적 거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전화 통화는 무대 안의 상황을 무대 밖으로 전달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른 방식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전화 통화는 불완전한 의사소통인 만큼, 이 간극에서 오는 무대 안과 밖의 적절한 단절이 오히려 극적인 긴장을 유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밖에 TV 뉴스 시청이나 라디어 방송 청취 등도 오늘날 많이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인데, 이 방법은 무대 밖과 안의 의사 소통이 차단된 상태에서 외부의 정보만 전달받을 수 있다는 공통성을 지닌다. ( 중략 )

 

이렇게 전달받은 무대 밖의 사건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무대 안의 사건에 영향을 미쳐서 무엇인가의 극적 진전을 가져와야만 한다. 그리고 대개 그러한 정보 획득은 중요한 '발견'의 기능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파수꾼>에서 망루 너머에는 이리떼는 없고 흰 구름뿐이라는 사실에 대한 발견, 신임 파수꾼인 '다'에 의해 이러한 사실(진실)이 무대 공간으로 전달되지만, 기존의 체제 유지 세력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고 은폐된다. 이러한 진실과 허위에 대한 경계는 단지 망루 위에만 설정되어 있을 뿐이고, 아무도 여기에 접근할 수 없다. 극히 일부의 파수꾼만을 제외하고는 관객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망루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이 작품에서의 극적 긴장의 출발이 된다. 이렇듯 무대 안과 밖의 부분적인 연결에 의하여 관객은 긴장을 갖고 은폐된 사건 진행의 가시화를 기대하게 되고, 새로운 사건 진행에 자연스레 동참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극의 본질적인 제한에 따라 불가피하게 무대 안과 밖의 구별이 설정된 것이지만, 역으로 이러한 설정이 다시 극의 '극적'인 효과를 높여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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