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이건희 에세이)
나는 세상을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 사고의 폭이 얼마나 좁은지 격차를 느꼈다. 다른 이가 생각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이건희 회장을 알면서부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내가 소개할 이 책의 내용은 이건희 회장의 에세이로 되어 있고,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하나씩 이 회장님의 사고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한다.
나는 살아오면서 두분의 스승이 계시다. 선친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과 장인이고 전 중양일보 회장 유민 홍진기 회장이시다. 두 분은 각자의 방식대로 나에게 가르침을 주셨다. 선친은 일선에 나를 항상 동반하셨고 직접 일을 해보라고 주문하셨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가르쳐 주시지 않았고 직접 시행차고를 겪으면서 하나씩 터득하게 하셨다. 20년이 지나면서 선친의 ‘경영은 이론이 아닌 실제이며 감이다.’라는 교훈을 체험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한편 장인은 좀 다른 방식이었다. 다방면의 해박한 식견으로 자상하게 풀어서 쉽게 설명해 주셨다. 현재의 복잡한 문제들도 지식이 없으면 안되는 것인데 장인에게 배움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길을 수 있었다. 참으로 대성하는 사람들을 보면 누구나 스승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가르침을 제대로 받는게 중요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건희 회장 또한 이 두분의 가르침이 지금까지 삼성을 이끌어 온거라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나는 66년 동양방송부터 기업에 몸담았는데 73년에 닥친 오일 쇼크에 큰 충격을 받은 이후, 한국이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테크 산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고 74년에 한국반도체가 파산에 직면했다는 소식을 들어 그때부터 반도체 사업을 염두해 두었다. 한국반도체가 너무 부실해 반도체를 시작할때는 상당한 고민 끝에 출발했다. 반도체는 기술확보 싸움이라 선진국의 기술이 필요해 매주 일본도 갖다 오면서 일본 기술자에게 배우기도 하였다. 선친도 처음에는 반도체 사업 진출에 주저하였지만 조금씩 관심을 가져 주셔서 83년 마침내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때부터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업체를 따라잡고 93년에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정말 놀랍다. 흔히 티비에서 반도체 1위라는 말을 쉽게 들었는데 엄청난 노력과 실패를 감수하고 경영진 모두가 혼열일체가 된 결정체인 것이었다. 존경스럽고 경이롭다는 말을 이 회장님께 드리고 싶다. 나는 이따금 아이들과 탁구를 친다. 탁구채를 잡는 방법은 펜홀더형과 셰이크핸드형이 있다. 셰이크핸드형은 수비하기에 알맞은 것으로 통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유럽의 건장한 남자 선수들이 셰이크핸드형 탁구채를 사용하면서도 공격형으로 스매싱의 파괴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결국 세계 최강 중국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여기서 하고싶은 말은 고정관념을 뒤집어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게임을 하는 쪽이 승리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점을 본받으면 우리 기업들도 초일류 기업들이 된다. 과거 기업에는 '일하는데 머리만 있으면 되지 마음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차갑고 냉정해도 일만 똑 부러지게 잘하면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보사회, 지식사회인 지금은 휴먼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하다. 각자가 보유한 정보와 지식은 인간관계의 결속으로 합쳐지면 훨씬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자기 일보다 동료일을 먼저 도와주면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회장의 이 생각은 읽는 나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기계가 발전하고 딱딱한 인간관계가 점점 번지고 있지만 남의 불행에 같이 아파하고 남의 행복에 같이 웃을 수 있는 미덕이 필요한 사람이 요구되는 세상말이다. 기업을 잘 가꿀려면 지도자의 역할이 크다. 지금의 지도자들은 스스로 행동하기보다 주위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주위에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올바른 지도자라면 솔선수범하고 현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자기의 지식과 경험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방향을 잡고 목표를 설정할 능력이 생기며 제대로 시키고, 가르치고, 평가도 할 수 있다. 나는 일하고 챙기는데 몇가지 원칙과 습관이 있다. 원칙은 목적을 명확히 한다. 보고를 받으려면 보고의 목적과 결정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한다. 다음은 일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한다. 본질을 모르면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는다. 나의 습관은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려고 하는 노력이다. 조금만 일에 연연하지 않고 전체를 바라보는 이 회장의 단면을 볼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날처럼 모든 환경이 초음속에 비견될 정도로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동일한 사물을 보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입체적 사고’가 필요하다. 입체적 사고가 습관이 되면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오조’가 가능하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면 목재로서뿐만 아니라 홍수 방지, 공해방지, 녹지 제공 등 여러 효과를 거두게 되고 재산 가치도 커진다. 나무를 심더라도 숲을 생각하는 것. 이것이 입체적 사고이자 소위 일석오조인 것이다. 나는 임직원들에게 조직 내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통일시키고 철학과 가치관이 함축돼 있는 독특한 용어를 개발하라고 말해 오고 있다. 이것은 용어를 통일한다고 해서 개성을 무시하는 획일화와는 다른 차원이다. 용어를 통일하면 이심전심으로 뜻이 통해 의사소통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오해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감대를 쉽게 형성해 나아갈 수 있다. 외국의 한 티비 방송에서 재미있는 걸 본 적이 있다. 코코넛을 이용해 원숭이를 산채로 잡는 다큐멘터리 내용이다. 코코넛 껍데기에 원숭이 손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뚫어서 속을 모두 긁어낸 다음, 그 속에 쌀을 조금 집어 넣고 끈을 연결해 말뚝에 단단히 매두면 원숭이가 발견하여 구멍 속으로 손을 넣어 쌀을 한 움큼 잡는다. 그때 숨어 있던 사람이 다가가면 원숭이 손을 빼고 달아나려 기를 쓴다. 하지만 쌀을 잔뜩쥔 손을 빼내지 못해 결국 잡히고 만다. 욕심에 대한 대가인 것이다. 인간들도 이익만 보아서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장래성 없는 사업을 끌어나고 있다가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추친할건 추진하고 버릴건 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회장의 이 말은 읽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본받아야 할 것이다. 버릴 줄 아는 지혜는 얻는 것 만큼 중요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나라별로 경쟁력이 차별화되고 사람, 자본, 정보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범세계적인 분업이 일반화되고 있다. 가장 좋고 싸게 그리고 가장 많이 팔 수만 있다면 한제품의 생산, 판매를 여러 국가의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무국적 상품을 만들게 하는 경영환경을 우리는 초국적 기업의 번창에서 실감한다. 초국적 경영은 기업의 국제화에서 진일보한 또다른 형태의 기업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국제화는 해외시장에서 물건을 잘 팔기만 하면 되는 경제적 이유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선진기업들은 양적 국제화에 서 한 발 전진하여 ‘질적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 초국적 경영이 질적 국제화의 실체라 하겠다. 지금 우리는 20세기의 낡은 패러다임과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서로 부딪히는 전환점에 서 있다. 패러다임과 환경의 변화는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 국가와 기업 사이 게임의 룰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동지나 적을 구분하였지만 지금은 경제적 이해 관계에 따라 국가 관계가 결정된다. 세계시장이 재편되고 게임 룰이 크게 바뀐 지금은 운동장에 선을 그어 놓고 트랙 위로만 달리는 게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하네스 게임에서 말을 몰고 공을 치며 이리저리 달려야 하는 폴로 게임으로 게임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보호받으면서 국내기업끼리 아옹다옹하던 시대는 지났다. 과거, 정부의 보호하에 외국기업은 얼씬도 할 수 없었던 국내 시장에서조차 이제는 세계적 대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회외시장에서 기량을 제대로 펼치려면 기업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정부의 후원과 국민적 성원이 뒤따라야 함음 물론 기업끼리도 서로 볼을 패스하고 찬스를 만들어 주는 협력이 필요하다. 국가와 기업의 관계에도 새로운 룰이 필요한 것이다. 이 회장의 글을 보면 무한 경쟁시대의 도래가 개인의 실력뿐만 아니라 팀의 화합의 중요함을 깨닫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독불장군이 아닌 화합이 이루어져야 할 거란 생각이 든다. 무한경쟁에 접어든 오늘날 기업 차원에서는 글로벌 전략가를 조기에 육성, 확보하는 일이 급하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해 있는 국내용 관리자를 글로벌 전략가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들을 해외로 내보내 현지 역사와 문화, 풍습을 직접 익히게 하거나, 국내 부서에 외국인을 채용하여 이들을 통해 국제적 감각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제화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보고와 같은 개척정신과 활동력이다. 장보고는 신라시대에 당나라에 건너가서 그 나라의 장수까지 되었다. 하지만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 생활을 하는 동포들의 참상에 분개한 나머지 고국으로 돌아와 지금의 완도에 청해진이라는 해군 진영을 설치했다. 그때부터 동나마 일대의 해적을 소탕하고 군사적으로 해상권을 장악했다. 우리 상품을 중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중국, 일본 상품을 운송, 중개했다. 그의 지도력으로 이루어진 국제 해운과 삼각무역은 오늘날의 무역에 비하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는 신라 번영에 크게 이바지 했다. 몇 년 전 미국의 어느 경영학자가 쓴 글에서 “과거 기업들은 가격으로 경쟁했고 오늘날은 품질로 경쟁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디자인에 의해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라는 내용을 읽고 공감한 적이 있다. 그후 실제로 유럽지역을 대상으로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을 조사했더니 디자인의 중요성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눈앞에 닥친 현실이었다. 즉 과거에는 세가지 결정요소중 어느 한 가지가 약하더라도 다른 요소의 힘이 강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곱셈식으로 표시되는 요즈음에는 기획력과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디자인이 약하면 다른 요소까지 그 힘을 발휘할 수 없고, 결국 경쟁이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앞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가 진전되면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하나하나 다른 제품을 만들어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 그런데 우리 상품을 보면 골프를 쳐본 적도 없고 골프장에 가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골프웨어, 골프용품을 디자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삼성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의 상품 디자인에서 통일된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 반면에 자동차의 벤츠, 전자의 소니 등은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국의 문화가 배고 자기 회사의 철학이 반영된 디자인 개념을 정립하는 작업을 그야말로 혁명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치열해지는 경제 전쟁에서 배겨날 수 없다. 티비에서 통일신라 시대에 동양 최대 규모였던 황룡사 9층탑을 재현하고 석굴암의 건축학적 우수성을 파헤친 프로그램을 했었다. 나는 이런 프로그램이 좀더 자주 방영되어 청소년들이 우리 문하를 잘 알게 되었으면 한다.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쳐 보았으면 한다. 사실 우리 문화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에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다. 문화적 특성이 강한 나라의 기업은 든든한 부모를 가진 아이와 같다. 기업활동이 세계화할수록 오히려 문화적 차이와 색깔은 점점 더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된다. 전통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이 회장의 이 생각은 요즘 문화적 사대주의에 빠져있는 우리 청소년이 알아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월드컵이 성공할때처럼 우리의 애국심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자. 먼 옛날에는 낮과 밤이라는 두가지 시간 개념만 존재했다. 그 후 농경사회에 들어와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활 패던이 정착되면서 하루 세끼를 먹는 아침, 점심, 저녁이 사람들이 느끼는 시간의 개념이 되었다. 산업사회를 맞이하여 공산품을 생산하게 돼 교역 범위가 넓어지고 빈도도 높아지면서 현재와 같은 하루 24시간이라는 기산개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시, 분, 초의 단위는 그대로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필요한 활동을 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고 마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경영에서도 시간은 중요하다. 과거의 기업 경쟁이 품질의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시간 경쟁력이 숭부를 좌우할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시간 단위가 갖는 가치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바를 경쟁업체보다 빨리 만족시켜주는 쪽이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시간은 모든 면에 있어서 소중하다. 이 회장에게도 읽는 나에게도 시간은 소중한 것이다. 절대 멈추지 않기에 우리는 소중히 써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자 지적 자산이 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가 될 것이다. 기업은 단순히 제품만 파는 단계에서 나아가 자기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팔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벌써 고객들은 가격이나 기능만을 보고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가진 이미지, 그제품을 만든 회사의 이미지를 사고자 한다. 제품 이미지, 회사 이미지 같은 기업의 무형 자산은 건물이나 생산설비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들거나 관리하기 어려우며 또 그 중요성을 잊어버리기 쉽다. 그러나 무형 자산은 일단 만들어지면 쉽게 무너지지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경쟁업체가 쉽사리 모방하기도 어렵다. 이것이 무형 자산의 매력이다. 이회장의 말에서 보이는 유형자산만이 아니라 무형자산도 유형자산 못지 않게 문화의 시대에 중요한 자산이란 걸 알게 됬다. 무형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이 있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정보도 공개해서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줄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경영정보를 소수 경영층이나 핵심 부서장이 독점하고, 대다수 직원에게는 여과되거나 각색된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열심히 모은 정보를 공유하지않아, 많은 사람이 똑같은 정보를 수집하느라 쓸데없이 고생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발생한 수많은 노사 분규의 가장 큰 이유중 하나도 바로 이 정보 독점, 즉 비밀 주의 였다. 노사 모두가 회사의 경영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양자의 대화는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 정보를 소수 경영층과 핵심 부서장이 독점하고 대다수 종업원들은 모르게 한다면 어떻게 원만한 대화가 되겠는가. 이런 형편으로는 회사가 어려워져도 종업원들이 위기를 실감하지 못할뿐더러 회사가 좋아진다 해도 노사 협상에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종업원들이 경영 정보를 알게 되면 노사 협상은 자연히 원만해지고,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모두가 위기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부터 영국의 런던, 일본의 오사카, 후쿠오카, 도쿄를 오가면 삼성 임직원들과 가졌던 해외 간담히의 주제다. 비싼 돈을 들여가며 해외에서 간담회를 가진 것을 국내라는 우물울 벗어나 넓은 세계를 보자는 뜻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나는 변해야 살 수 있다는 나의 신념을 얘기했다. 나는 개인적 이해가 조직의 이익에 우선하고, 타율과 획일, 이기주의와 흑백논리, 불신풍조에 깊이 젖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으며 문제 의식조차 못느끼는 도덕 불감증에 걸려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6월 7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이래 68일간의 긴 일정을 통해 신경영을 선언하고 ‘신경영 대장정’이라고 불렸던 간담회를 가진 것은 구조적인 문제는 그 근본부터 해결해야 학 그 근본은 사람의 마음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심적이고 성실한 사람의 중요서을 알수 있었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을 놓고 간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업을 해본 사람은 운이 좋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성공하려면 그에 값하는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하고 수많은 고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기업을 잘못 경영하여 부실하게 만드는 것은 경영상의 범죄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업인은 모름지기 기업 경영의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기업을 알차게 살찌워야 한다. 나는 1000년의 로마가 멸망한 것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모순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도 그 근본 원인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변하에 재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자족하여 저성장 시대가 요구하는 질적 전환이나 구조 조정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건희 에세이의 내용이 끝났다. 마지막에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이 책은 영문으로도 출판됬으면 하는 말이 있다. 나 또한 이 책이 참으로 알찬 것 같다. 이건희 회장의 삶과 생각 그리고 사고방식, 버릇, 성격 등등 많은 부분을 볼 수 있었다. 반도체 메모리 부분을 세계 1위로 올리는데 겪은 여러 어려움, 기업경영을 위해 애쓴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삼섬은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은 정말 비바람 맞고 쓰러지면서 세워진 단단한 기업이고 그 뒤엔 이건희 회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이건희 회장을 본받아 세상을 알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시야를 갖고 융통성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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