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론의 돼지(1989)
-이문열-
● 줄거리
주인공 '그'는 제대를 하고 군용 열차를 이용해 고향으로 가고 있었다. 거기에서 두메 산골에서 머슴살이를 하다가 학력을 속여 그와 함께 훈련을 받고 다른 부대에서 근무하다가 함께 제대를 하게 된 홍동덕을 만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기만 하던 홍동덕은 군 생활 30개월만에 세상 때가 가득 묻은 어뚱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의 만남과 함께 군용열차가 가고 있을 때, 불량스러운 현역 군인 일당이 차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제대병들에게 강제로 돈을 뜯는다.
이러한 폭력적 사태에 아무도 손을 못 쓰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주인공 '그'도, 홍동덕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제대병들을 일깨워 마침내 그 불량 군인들을 집단 구타를 한다. 이 때 속수무책으로 사태만 보고 있던 '그'는 필론이라는 현자(賢者)가 폭풍으로 흔들리는 배 속에서 보았다고 하는 돼지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폭풍으로 세차게 흔들리는 배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돼지는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쿨쿨 편안히 잠만 자고 있었던 것이다.
● 인물의 성격
◆ 그 → 나약한 지식인을 대변하는 인물로, 불합리한 폭력이 자행되는 문제적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외면한다.
◆ 홍동덕 → 두메산골에서 머슴을 살다가 학력을 속여 군에 입대한 인물이다. 훈련소 별명은 '홍 똥덩이'로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고문관'이었으며 불합리한 상황에 관여하지 않고 이를 회피하는 인물이다.
◆ 백골섬 제대병 → 거친 얼굴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인물로 '검은 각반'들의 불합리한 폭력과 징수에 무력으로 대항하나 결국 이들과 야합하는 사이비 영웅이다. '검은 각반'을 따라 갔다가 비참한 몰골이 되어 돌아온다.
◆ 깡마른 제대병 → '검은 각반'의 불합리한 징수에 법적 논리로 저항하는 인물이다. 결국 폭력에 의해 비참하게 주저앉게 된다.
◆ 검은 각반 → 특수 부대원으로 제대병들에게 현금을 징수하는 불합리한 폭력을 자행하는 인물들이다. 현실의 부조리한 억압과 부당한 폭력을 상징한다.
● 구성 단계
◆ 발단 : 군대 생활을 혐오하는 '그'는 어쩔 수 없이 군용 열차를 이용하여 귀향하게 된다.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훈련소 동기이자 일자무식인 홍동덕을 만나게 된다.
◆ 전개 : 군용 열차가 출발한 후 얼마쯤 지나자 '검은 각반'들이 들어와 무력으로 현금을 징수한다. 제대병들은 불만이 있지만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는다. 백골섬 제대병이 무력으로 맞서며 저항하나, '검은 각반'의 유혹에 넘어가 다른 제대병을 배반한다.
◆ 위기 : '그'와 홍동덕도 차례가 되어 돈을 낸다. 그 때 깡마른 제대병이 법적 논리로 저항하나, '검은 각반'들의 폭력에 의해 무참히 무너지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백골섬 제대병이 비참한 몰골로 돌아온다.
◆ 절정 : 이후 제대병 한 명이 다른 제대병을 선동하고 일시에 제대병들은 '더 당할 수 없다'며 집단적으로 '검은 각반'들과 맞선다. 이성을 잃은 제대병들은 '검은 각반'들을 구타하기 시작한다.
◆ 결말 : '그'는 소동을 피해 다른 칸으로 이동하여 빈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런데 먼저 소동을 피해 와 있던 홍동덕이 '그'에게 소주를 권한다. '그'는 원인 모를 슬픔과 절망에 술을 마신다. 졸음으로 가물거리는 홍동덕을 보고 있던 '그'는 '필론의 돼지'라는 일화를 생각한다.
● 이해와 감상
◆ '그'의 시선을 통해 본 작가의식
작가는 제대병들이 부당한 폭력에 대해 이성을 잃고 집단적으로 항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 또한 폭력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가치 판단을 하고 있다. 제대병들이 폭력자들을 징계하는 상황에서 그들도 역시 폭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억눌렸던 억울함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나는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폭력이라는 것이다. 작품 속의 '그'는 그것을 대의를 상실한 맹목적 폭력으로 규정하는데, 작가는 '그'의 이러한 태도를 통해 정의를 가장한 채 사회에 만연된 무자비한 폭력을 비판하고 있다. 집단의 저항을 단순히 '민중의 힘'이라고 규정할 수만은 없으며, 민중이 '눈먼 증오와 격앙된 감정'을 버리고 냉철한 이성을 찾을 때라야 비로소 진정한 질서가 확립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그'는 대학을 나온 지식인이다. 한 사회에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먼저 용기를 내고 행동하며 문제의 해결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대개 지식인이다. '그'는 '검은 각반'이 현금을 징수하자 분노를 느끼지만 이내 '동전을 만지작거리다' 돈을 내고 만다. 홍동덕이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배운 사람도 별 수 없더라.'라고 말하자 심한 모멸감을 느낄 뿐이다. 또한 상황이 반전되어 제대병들의 집단적 저항이 일어날 때는 대의명분을 생각하고는 결국 상황을 외면하고 만다. 폭풍 속의 배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돼지 흉내만 내었던 필론을 생각한 '그'는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고 여긴다. '필론의 돼지'를 생각하는 것은 용기 없는 지식인이 느끼는 절망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현대 단편 소설
◆ 배경 : 제대 후 귀향하는 군용 열차 안
◆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 갈등구조 : 위기 상황에 처한 인간의 군상(群像)
◆ 주제 ⇒ 인간이 지닌 본원적 모습 탐구(용기 없는 지식인이 가진 비애와 절망)
현대인이 지니고 있는 위선과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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