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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지하생활자의 수기”을 읽고

by 휴리스틱31 202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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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의 수기을 읽고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서평>

 

고시생으로서 고시책 이외에 영어말고는 선뜻 책 잡기가 쉽지 않았던 나로서는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나만의 해마다 찾아오는 겨울 우울증 증세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대충 맞춰가는 내모습이 안타깝고 어리석어 내가 나에게 서운할 즈음 무작정 찾은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집었다.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인생들과 경험을 보면서 내가 선택한 사람은 지하생활자!!!

나는 지하생활자를 만났다. 지하생활자이기에 이름도 알지 못하고 음침한 지하에서 살고 있다는 그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자신은 지하생활자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으로 불리워지기를 원하지 않고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것이 두렵다고 하였다. 그는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었고 세상과 융합할 수 없는 자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생활자라고 자처하는 그는 참으로 긴 수기를 썼다. 이름도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참으로 길게도 썼다. 그다지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들은 말이다. 어쩌면 수치스러울 수 있는 일화들을 하나하나 들쳐내면서 기록하고 있다. 그는 메져키스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쾌감을 느끼는 그는, 수기를 쓰면서 수치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면서도 동시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치통으로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는 자는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라는 말은 그의 성향을 잘 드러낸다.

사랑을 할 수 있었던 단 한 명의 여인이었던 리자를 잔인하게 떨쳐내는 것도 그의 메져키즘에서 유래하는 것이리라.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인데 그는 그 관계를 거부하는 것이다. 리자를 창녀 취급하면서 괴롭히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과는 먼 사람이라 생각하였음일까.

지하생활자는 현실과 분리된 사람이다. 그는 책을 통해서 많은 진리를 얻었지만 그 진리들은 퇴색되어간다. 현실은 책의 이상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경멸하는 힘센자, 강한 척 하는 자들이 출세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책과 다른 현실은 그에게 이질감만을 줄 뿐이다. 그는 박학다식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열등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인간인 것이다. 타인의 무지함을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과 융화하고 싶어하는 이중심리를 느낄 수 있다.

사실 나는 지하생활자를 이번에 처음 만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상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애정이 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꾸만 보고 싶어졌다. 그는 지나치게 극적이고 모순된 사람이지만 나는 지하생활자를 이해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친구들이 웃고 있으면 '혹시 내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 옷차림이 조금 이상한가'하는 생각을 했었던 경험들. 결국 지하생활자와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교과서는 진실만은 말하라고 가르치지만 진실을 말함으로서 당한 불이익, 그 속에서 사회에 대한 배반과 이질감을 느꼈던 나도 역시 지하생활자와 같은 속이었던 것이다. 친구에게서 우월감을 느끼면서도 그 친구의 장점을 부러워하고 질투하였던 나의 모습. 내 안에는 지하생활자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도스트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다. 지하생활자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더 많을지라도 상식에서 좀 벗어나는 듯한 그의 행동은 더욱 많은 것을 말한다. 인간은 단일 속성을 지닐 수 없고 항상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합리주의 인간관을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동양의 성선설 역시도 믿을 수 없다. 내가 인간을 보는 패러다임은 자연주의에 기반한다. 인간은 이성을 가졌지만 내부에 모순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모순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지하생활자는 참으로 용감하고 애정이 가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혹시, 혼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하생활자는 인간의 본질이 소외감과 모순에 있다는 것을 말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182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퇴역한 군의관의 아들로 탄생. 15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상트 페테르부르크 (St. Petersburg)로 보내져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공병학교로 진학하였으나 기술적인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학교를 졸업할 무렵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1844년 소설 번역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그는, 1846년 가난한 청년과 소녀와의 사랑을 통해 빈민의 삶과 사회적 모순을 고발한 소설 가난한 사람들(Poor Fork)을 발표한다. 1848년 사회주의 이론을 연구하는 젊은 지식인들의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던 중 1849년 이 단체가 경찰에 적발되면서 감옥에 갇히고 총살형을 선고받지만, 총살되기 몇 분 전에 황제의 특사로 집행이 취소되어 시베리아의 옴스크(Omsk)로 유배된다.

옴스크에서 4년간은 강제노역을 하고 또 다른 4년은 국경수비대의 말단 사병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수용소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성경을 탐독하여 그가 젊은 시절 가졌던 무신론을 거부하고 윤리적 이상과 고난을 통한 구원 등을 확신하게 되며, 또한 온갖 부류의 죄수들을 통해 러시아 민중의 실체를 깨닫는다. 한편 이 시기의 고통은 그에게 간질을 유발시켰으며, 이후 그는 평생을 간질로 고생한다.

1854년 수용소에서 석방된 그는 몽고 근처 세미팔라틴스크의 보병대대에 배치되고, 그곳에서 하급관리의 미망인과 결혼한다. 1859년에 폐렴을 앓던 아내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도 좋다는 허가를 받고, 1861년 러시아 유형문학의 최고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 The House of the Dead와 고난을 통한 구원을 주제로 한 The Insulted and Injured가 완성되며, 1863년 서구문화의 공허함을 지적한 그의 수필 Winter Notes on Summer Impressions가 완성된다.

1864년 물질문명과 전체주의를 비판한 작품 Notes from the Underground를 출간하지만, 병을 앓던 아내가 죽고 경제적 후원자이던 동생마저 죽어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진다. 그래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느 사악한 출판업자와 단시간 내에 새로운 장편소설을 한 편 완성하지 못하면 그의 모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넘기기로 합의한다. 마감을 두 달 앞두고 그는 룰렛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토대로 The Gambler를 완성하는데, 이 때 시간이 촉박해 안나라는 19세의 속기사를 고용하게 되고, 이후 그녀는 그의 아내이자 문학적 동료가 된다.

도박 특히 룰렛을 좋아했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수년간 채권자를 피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외국에서 생활했으며, 그 시기에 그의 걸작 죄와 벌(1866)백치(1869) 등을 완성한다. 1873년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작가가 되어 러시아로 돌아온다. 1873작가의 일기를 연재하며 활동을 시작, 1880년에는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된 카마라조프의 형제들 를 발표한 후, 1881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폐출혈로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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