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ing n Seeing

채만식(蔡萬植)의 [레디메이드 인생]

by 휴리스틱31 2021. 5. 10.
728x90

채만식(蔡萬植)[레디메이드 인생]

 

1. 읽고나서..

 

고등학교 시절 무심코 지나쳐 버린 이 작품을 다시 도서관에서 보았을 제목이 참 인상깊었다. 레디매이드 인생이라...청년 실업을 나타낸 말인지는 모르고 레디 레이디를 나타낸줄 알았다. 읽고난 지금은 제목의 의미와 작품의 묘미를 다시금 느껴본다. 지식인 청년 P의 이야기인데 가난하게 자랐지만 공부를 한 인텔리였다. 그는 일찍 장가를 가서 애기도 있다. 하지만 실업에 빠져있는 레디메이드 인생이었다. 그러다 결국 공부는 무의미하다 생각하고 아들은 공장에 보내버리며 끝나는 내용이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실업으로 인해 힘들고 갈등하며 고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아들을 취직시키는 장면은 가히 나에겐 충격이었고 세상에 대항하는 반항이라 보여졌다. 삶의 딜레마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2. 줄거리

 

이 작품의 주인공 P는 농촌의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그는 한때 향학열에 들뜬 사람들 의 열기에 힘입어 어렵사리 신식 공부를 했다. 개화 이후 한국 사회는 이상한 교육열이 팽배 해 있었다. 너도나도 상급학교에 진학을 했고 그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하여 이른바 지식 청년의 과잉 생산 사태가 빚어졌다. 그것을 이 작품에서는 레디메이드 인생이라고 본 것이다. P도 그와 같은 과잉 생산된 지식인 청년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는 일찍 장가를 들어 시골에는 열 네 살된 아들까지 두고 있다. 그는 자신이 주장해서 아내와 이혼을 했다. 그리고 아들 창선이를 극빈자에 속하는 형의 집에 맡겨 놓고 있다. 그 아들은 학비가 없어서 보통 학교조차도 다니지 못하고 있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다닌다. 그는 조금 안면이 있는 어떤 신문사의 K사장을 찾아간다. 그러나 거기서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거절을 당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없는 일자리를 구할 게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 뜻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엉뚱한 설교를 듣는다.

 

참담한 기분이 되어 자신이 기거하는 사글세방으로 돌아온 P에게는 그러나 두 가지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주인의 집세 독촉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골형이 부친 편지다. 그 편지에는 아들 창선이가 학교에 다니지 못할 뿐 아니라 끼니도 이을 길이 없어 그 애처로움을 견디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는 어떻게 차비가 마련되면 애비인 P에게 올려 보내겠다고 쓰여 있는 것이다. 잔뜩 심사가 착잡해 있는 P의 거처로 MH가 찾아온다. M은 법률을 전공해서 육법전서를 줄줄 외는 친구다. 그리고 H는 경제학을 전공한 지식청년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빈털털이인 식민지의 지식 청년이다. 셋은 M의 법률 서적을 잡혀서 돈 6원을 손에 쥔 다. 그것으로 그들은 실컷 싸구려 술집을 순례하면서 술을 마신다. 이런 생활을 하는 P에게 시골에서 한 장의 편지가 날아든다. 아들 창선이를 인편에 올려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돈 15원을 마련한다. 그리고는 풍로니 냄비니 양재기 숟가락 등을 사서 아들과 자취할 채비를 차린다. 그리고는 어느 인쇄소의 문선과장을 찾아간다. 거기 심부름꾼으로 아들을 써 달라고 부탁한다. 그 취직시킬 아이가 누구냐고 묻자 P는 바로 자기 아들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그럼, 왜 공부를 시키지 않고 이런 데 맡기느냐는 문선 과장의 반문에 그는 말하는 것이다.

 

 

 

 

 

3. 등장인물

 

* P: 동경 유학을 하고 잡지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실업자. 가진 기술은 없으면서도 배웠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눈이 높은 인물. 당시 고등 실업자의 전형.

 

* K사장: 언행 일치가 되지 않는 위선적 인물.

 

4. 핵심정리

 

* 갈래: 단편소설

 

* 배경: 식민지 치하의 서울

 

* 어조: 풍자적, 자조적

 

* 문체: 판소리적 어투

 

* 시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 갈등: 사회 진출 욕망을 가진 지식인들과 그 수요를 유보하는 사회와의 갈등

 

* 문체: 풍자적 문체를 통해 도시의 빈곤상과 인텔리의 실직과 소외를 냉소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 주제: 식민지 현실을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통과 실의의 삶. 지식인 계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 및 식민지사회의 구조적 병폐에 대한 비판

 

 

 

 

 

5. 구성

 

* 발단: PK사장에게 찾아가서 일자리를 부탁했다가 거절당한다.

 

* 전개: P는 자신과 같은 레디메이드 인생을 양산(量産)한 사회를 비난한다.

 

* 위기: PM, H와 함께 법률 책을 잡혀서 만든 돈으로 술을 마신다.

 

* 절정: 아들 창선이 서울로 올라온다.

 

* 결말: P는 아들을 인쇄소에 무료 견습공으로 취직시킨다.

 

 

 

6. 작가 채만식에 대하여

 

채만식은 1902년 전북 옥구군 잉피면 취산리에서 채규섭 씨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상당한 부농이었으나 1905년을 전후해 일제의 조선토지수탈 계략에 의해 경제적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채만식이 자란 고장은 금강과 만경강 사이의 평야 지대로서 양반적 유교 전통이 강한 지방 이었는데 이곳에 일본의 토지 자본이 집중적으로 진출하여 봉건적 모순과 민족적 모순의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교차하는 지점이 되었다. 이 시기에 채만식의 집안은 양반 선비도, 하층 빈민도 아니고 친일도 항일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 있어 훗날 그의 문학 세계에서도 보여지듯이 소년기의 채만식은 자신의 고유한 계급적 관점을 지니지 못했다.

 

 

 

 

 

그는 1918년 서울의 중앙고등보통학교(중학교)에 입학하여 두 개의 큰 사건을 겪었는데, 3.1운동과 자신의 결혼이 그것이다. 그러나 3.1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추정되고 있으며 결혼 또한 그의 부모에 의한 강제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하여 부인 은선흥 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도 훗날 김씨영이라는 신여성을 아내로 맞아 21녀를 두게 된다. 1922년 중앙고보를 졸업한 채만식은 일본 와세다대학부속 제일와세다고등학원 문과에 입학하지만 1923년 관동대지진에 따른 조선인 대학살로 인해 급히 귀국하고 만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미두에 의한 부친의 파산, 즉 앞으로 평생 동안 그를 놓치지 않고 따라다닐 경제적 곤궁이었다. 곤궁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지탱하고 단련하는 방식으로서 그가 발견한 것은 글쓰는 일이었다.

 

일본에서 귀국한 다음 해 단편 <세길로><조선문단>에 발표됨으로써 채만식은 문단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후 1936년 본격적으로 창작에만 전념키로 결심하기 전까지 동아일보를 비롯한 각 신문사를 전전하며 신문 기자로서 활동하는데, 동료들에 의하면 그는 매우 비타협적이고 결벽기가 있는 불편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1930년대 우리 문학은 항일민족해방전선의 범주에 있다고 보기 어려웠으며 소시민적 생활 문학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이 시기 채만식의 문학적 특징은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으나 식민지 체제의 본질에 관한 의문점을 항상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일제 말 친일문인의 대열에 끼게 되는데 이것은 그의 문학적 지향과도 맞지 않고 그의 개인적 성향과도 맞지 않는 일이었다. 전체주의에 굴복한 개인주의의 어쩔 수 없었던 상황과 고뇌, 그리고 오명은 이후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해방을 전후로 해서 그는 일체의 집단적 행동을 기피하고 해방을 또 다른 문제 제기로서 인식하고 조선의 비명'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의 몸을 침식한 폐결핵과 가난은 19506월 만 48세로 그의 일기를 마감하게 한다.

 

오늘날 비평가들에 의해 채만식은 문학의 본질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고 작가로서의 생명을 지킨 자로서 인정받는 동시에, 한국의 지식인이 무엇을 괴로워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 해설

 

19345월부터 7월까지 <신동아>에 발표된 단편 소설. 사회주의의 실천적 지식인이 되고자 했으나, 실직 상태에 있는 P의 삶을 통하여 식민지 지식인의 좌절을 풍자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아홉 살 난 아들을 기성품 인생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학교 대신 인쇄공의 직공으로 취직시키는 마지막 대목은 무기력한 지식인의 자기 비관적 태도라 할 수 있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란 기성품(旣成品) 인생이란 뜻으로 팔리기를 기다리는 기성품처럼 직업을 기다리는 실업자를 의미한다. 1930년대 세계적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조선의 지식인들 은 전문학교를 졸업하고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실업자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러니 자연 생활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룸펜, P의 이런 모습을 통해 시대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중에 나타난 현실과 사회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PK사장에게 취직을 부탁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일자리를 구걸하는 P의 처지와 K사장의 무관심, 즉 늘 취직 운동에 실패한 P의 절박함과 K사장의 무반응이 대조를 이루면서 사회 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들 사이의 대화나 P의 심중을 통해서 나타난 당대의 사회 현실은 실업자가 증가해서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적 궁핍상이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주인공 P는 그 원인을 역사적 조건에서 찾으려고 한다. 개화의 적당한 시기를 놓쳐 버린 대원군의 정책이나 교육만이 개인과 국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외치던 개화기 이후의 자유주의 물결 같은 것이 결국은 경제적 현실을 망각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당대의 인텔리들은 말하자면, 수요(需要)는 일정한데 무작정 공급되는 물량과 같은, 시세 없는 존재들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찾는 사람이 없는 물건, 이것이 P라는 인텔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며, 바로 이런 사람들이 레디메이드(ready-made) 인생인 것이다.

 

이 작품은 풍자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비꼬는 듯한 어조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P가 어린 아들을 취직시키는 대목은 사회 현실에 대한 소극적 저항인 동시에 자신에 대한 비감 어린 풍자이다. 어려서부터 기술을 배우는 것이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에서 아들을 인쇄소에 무료 견습공으로 맡겨 버리는 행위는 레디메이드 인생, 실속 없는 인텔리의 슬픈 결단이 아닐 수 없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