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음이 타는 강(江) : 박재삼(朴在森) 시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제목의 의미 : 시인의 내면에 흐르는 가늘고 애잔한 마음.
* 감상 : 4음보의 전통시로서 서러운 정한의 세계를 노래한 시이다.
* 어조 : 판소리, 민요조 어조( -고나, 것네 등)
시조에서 시로 전환한 시인답게 현대시와 옛노래 사이의 문체상 단절을 극복하고 여성스런 가락을 만들어 내고 있다.
* 표현 : 반복에 의한 의미의 심화
* 구성 : 점층식 구성
제1연 : 서러움의 정서
- 시의 배경. 까닭없는 눈물
제2연 : 가을 황혼녘의 풍경
- 저녁 놀은 울음으로 환치(換置)되어 주제와 연결
- 울음 : 원초적인 인간의 본연적 사랑, 고독, 무상함에 대한 슬픔, 가난으로 인한 한의 덩어리 등
제3연 - 서러움의 심화
- 강에 감정이입함
* 주제 : 인생 본연의 유한성과 한
* 출전 : [사상계](1959), 제1시집 [춘향이 마음](1970)
[한국적 비가(悲歌) ]
박재삼의 시가 표출하고 있는 슬픔의 근원이 때때로 그 자신의 개인적 체험에 있음이 확인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시 전체를 관통하여 흐르는 비애감을 조감해 볼 때, 단순한 개인사적 과거 체험에서만 그것이 흘러나오는 감정이 아님을 <울음이 타는 가을강>, <비오는 날> 등은 보여 주고 있다. 그의 시에 자주 보이는 '울음'은 그 자신의 응어리진 가슴속에서도 우러나오기도 하지만, 이 시에서 보듯 그것은 자연(自然) 가운데서도 흘러 나오기도 한다. 그의 시가 한국의 비가(悲歌)의 한 전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이 비애라는 단일한 색조로 자연이나 세계를 해석하는 그의 창작 태도에 있는 것이다.
---신규호, 박재삼론 '비애와 절제의 미학' [한국현대시연구] (민음사) p.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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