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시조
[1]
아버님이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이 나를 기르시니,
두 분이 아니었다면 이 몸이 살 수 있었을까?
이 하늘 같은 은혜를 어디에다 갚을까?
[3]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아라.
누구에게서 태어났기에 그 모양도 같은가?(한 부모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한 젖을 먹고 자라나서 어찌 다른 마음을 먹을 수가 있겠느냐?(한 마음 한 뜻으로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라.)
[4]
부모님께서 살아 계실 동안에 섬기는 일을 다하여라.
돌아가신 뒷면 아무리 애닲아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이다.
평생에 다시 할 수 없는 일은 부모 섬기는 일인가 하노라.
[8]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을 하자꾸나.
사람으로 태어나서 옳지 못하면
말과 소에게 갓이나 고깔을 씌워 놓고 밥이나 먹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11]
아, 저 조카여, 밥 없이 어찌할 것인고?
아, 저 아저씨여, 옷 없이 어찌할 것인고?
궂은 일이 있으면 다 말해 주시오. 돌보아드리고자 합니다.
[13]
오늘도 날이 다 밝았다. 호미 메고 들로 가자꾸나.
내 논을 다 매거든 네 논도 좀 매어 주마.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뽕을 따다가 누에도 먹여 보자꾸나.
▣ [16] 이고 진 뎌 늘그니
이고 진 뎌 늘그니 짐 프러 나를 주오.(이고 진 저 노인네 짐 풀어서 나를 주시오.)
나 졈엇니 돌히라 무거올가. (나는 젊었으니 돌이라고 무겁겠소.)
늘기도 셜웨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가. (늙은 것도 서러운데 짐조차 지셔야 되겠소이까.)
<이해와 감상 >
훈민가(訓民歌)[일명(一名) 경민가(警民歌)]란 선조 13년 (1580년), 작자 나이 45세 때 강원도관찰사로 재직하고 있을 무렵에, 강원도 백성들을 교유(敎諭), 계몽하기 위하여 지은 평시조로 이루어진 16수의 연시조(聯時調)를 말한다. 곧 송강은 관찰사로 있으면서 단순한 명령이나 포고(布告) 따위로 백성들을 다스리기보다는 백성 스스로가 깨달아서 행동하게 하려고 노래를 지어서 널리 불리워지게 한 것이다.
<핵심 정리 >
◁ 작자 : 정 철
◁ 출전 : <송강가사>
◁ 종류 : 연시조(16수)
◁ 성격 : 교훈적, 유교적
◁ 제재 : 유고의 윤리 도덕
◁ 주제 : 유교의 윤리
▣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다냐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 모로냐.
이사라 더면 가랴마 제 구야
보내고 그리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전문풀이>
아! 내가 한 일이 후회스럽구나. 이렇게도 사무치게 그리울 줄을 미처 몰랐더냐?
있으라 했더라면 임이 굳이 떠나시려 했겠느냐마는 내가 굳이 보내 좋고는
이에 와서 새삼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 자신도 모르겠구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시간이나 애정의 정서를 참신한 표현 기법으로 형상화하여, 여성 특유의 시세계를 보여 주고 있으며, 고려 속요인 '가시리', '서경별곡'과 현대의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매개하는 이별시의 절조라고 평가된다.
<핵심 정리>
◁ 작자 : 황진이(선조 때)
◁ 출전 : <청구영언>
◁ 종류 : 평시조
◁ 성격 : 감상적, 여성 편향적, 연정가, 이별가
◁ 제재 : 보내고 그리워하는 정
◁ 주제 :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
▣ 올 댜른 다리
올 댤은 다리 학긔 다리 되도록애
거믄 가마괴 해오라비 되도록애
향복무강(享福無彊)샤 억만세(億萬歲) 누리쇼셔.
<전문풀이>
오리의 짧은 다리가 학의 다리처럼 길어지고,
검은 까마귀가 백로처럼 희게 될 때까지
복을 누리며 억만년까지 오래도록 사시옵소서.
<이해와 감상>
이 시조는 중종께서 달밤에 김구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시고, 노래도 잘 할 것 같으니 한번 부르라고 술까지 내리면서 명하므로 즉석에서 부른 것이다.
짧은 오리의 다리가 학의 다리같이 될 수는 없는 것이며 검은 까마귀가 흰 백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조는 불가능한 것, 비현실적인 것을 가능한 것, 현실적인 것으로 표현하여 영원한 복(福)을 축수(祝壽)하고 있다.
<핵심 정리>
◁ 작자 : 김구(金絿 ; 1488~1533)
◁ 출전 : <자암집(自菴集>
◁ 성격 : 축수가
◁ 주제 : 임금님이 향복 무강하기를 빔
▣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 건 듯 불고 간 듸 업다.
져근덧 비러다가 마라 우희 불니고져
귀 밋 묵은 서리를 녹여 볼가 노라.
<요점 정리>
작자 : 우탁
주제 : 탄로가(嘆老歌)
<어휘 풀이>
봄산에 쌓인 눈을 다 녹인 봄바람이 한동안 불더니, 그 간 곳을 알 수가 없도다.
잠깐 동안 그 바람을 빌어다가 늙은이 머리 위로 불게 하고 싶구나.
그리하여 여러 해가 된 귀밑의 서릿발같은 백발을 눈 녹이듯 녹여 보고 싶구나.
<작품감상>
이 시조의 저변에 은은히 깔려 있는 체념과 아쉬움을 담은 채 방황하는 인생의 허무는, 가느다란 생에의 집착으로 묘사되어 감정의 겸허와 운치조차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예로부터 백발이나 인생무상을 노래한 작품이 많지만, 대부분이 한탄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감상에 젖어 있는 데 비해 이 시조에는 그런 어두운 점이 없이 다시 젊어지고 싶다는 긍정의 정신이 바람직하게 느껴진다.
▣ 국화(菊花)야 너
국화(菊花)야 너 어이 삼월 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픠엿다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노라.
<요점 정리>
작자 : 이정보
주제 : 국화의 절개 예찬
<어휘 풀이>
․ 낙목한천(落木寒天) : 나뭇잎이 다 떨어진 추운 날
․ 오상고절(傲霜孤節) : 매서운 서리를 이겨 내는 꿋꿋한 절개. 국화의 비유
<현대어 풀이>
국화야 너는 어째서 모든 꽃들이 다투어 피는 따뜻한 봄을 다 지나 보낸 뒤에,
나뭇잎이 다 떨어져 버린 쓸쓸하고 추운 늦가을에 너 혼자서 외로이 피어 있느냐.
생각건대 그 매서운 서리, 한번 내리면 모든 식물이 다 시들어 버리는, 그 서리를 이겨 내는 높고 굳센 기개를 가지고 있는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
<작품감상>
가을에 홀로 피는 국화를 지사의 절개에 비유하여 기린 노래이다. 꽃이란 따뜻한 봄철에 핀다는 일반적인 개념을 깨뜨리고, 추운 가을에 핀다는 파격적인 개성을 가지고 있는 국화이기에 이런 기림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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