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헤르만 헤세)의 소년 시대 이야기
데미안을 읽고나서(느낀점)
안정적이고 선한 가정에서 자란 싱클레어에게 프란츠 크루머에 의해 악의 길로 닿아 이러저런 방황을 하다가 막스 데이안에 의하여 새로운 이상을 꿈꾼다. 독일 문학이란 무언가 딱딱한 문장을 기대하며 어색하게 책을 잡은 나는 2번을 읽고 나서야 이런 결론에 다다랐다. 여린 싱클레어가 세상에 부딪치며 현실을 직시하고 데미안에 의해 성인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신비의 여인이자 베아뜨리체인 에바 부인, 싱클레어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피스토리우스, 처음으로 거짓말 한마디에 악의 길로 이끈 프란츠 크루머 등 싱클레어인 헤르만헤세는 1차대전 패전국인 독일의 젊은이들을 열광으로 이끈 작가이다. 자전적 소설이라 쉽게 생각하기에는 무언가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는일이 바빠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계속 읽을수록 나 자신의 이상과 현실과 차이 및 독일의 시대적 모습까지도 뇌리에 남는 작품이었다.
1. 줄거리
(1) 작품 전체의 구성과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① 프롤로그 ② 제1장 두 세계 ③ 제2장 카인 ④ 제3장 고독 ⑤ 제4장 베아트리체 ⑥ 제5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⑦ 제6장 야곱의 싸움 ⑧ 제7장 에바 부인 ⑨ 제8장 종말의 시작
(2) 고향에서 라틴어 학교에 다니던 10살 때로부터 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때 나의 생활 속에는 희망의 길로 이끌어 주는 밝은 세계와 악으로 통하는 어두운 세계가 공존해 있었다. 희망의 길로 이끌어 주는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었다. 그곳은 아주 좁은 세계였지만 미래로 통하는 곳, 선이 길이 있었다. 악으로 통하는 어두운 세계는 하녀와 견습 직공의 세계였다. 여기에는 장래를 내다볼 보는 눈과 욕구가 다른, 추악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 어두운 세계에 끌려 프란츠 크로마와 만나게 되었고 그의 명령에 따라 집안의 돈을 훔쳐내기도 했다. 나는 여러 번 악의 세계로부터 탈출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때 구원자로서의 데미안이 내게 나타났고 그는 나의 고민을 알고 나를 어둠의 세계로부터 구원해 주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데미안과 헤어져 상급 학교에 진학하였는데 그 때 나는 어둠의 세계에 다시 빠지게 되었다. 데미안의 편지가 와 나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했고 대학에 진학한 후 다시 데미안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전쟁이 나고 데미안과 나는 전쟁에 참여하여 부상을 당했다. 데미안은 죽었지만 내 마음의 내부에는 언제나 데미안의 모습을 닮은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2. 등장인물 분석
(1) 싱클레어 -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독심술(讀心術)에 빠져 인간의 영혼에 대해 회의를 품고 방황하는 소년이다. 소년 시절을 밝고 어두운 두 세계의 영향 밑에서 자라면서 자기 형성에 힘쓴다. 라틴어 학교 재학 시절에 불량 소년 프란츠 크로마의 유혹에 빠져 정신적인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비스런 학우 막스 데미안의 도움으로 그것을 벗어난다.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에바 부인, 음악가 피스토리우스의 영향으로 차차 확고한 자아(自我)의 길을 걷게 된다.
(2) 막스 데미안 - 에바 부인의 아들로 개성이 강하고 성숙하여 싱클레어에게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순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이상적 인간상이다. 매사에 신비스런 인력(引力)과 명철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으며 유혹에 빠진 싱클레어를 도와주고 그에게 인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 자아의 발견 등을 제시해 주어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3) 에바 부인 - 데미안의 어머니로 한 여인의 몸으로 여성적인 매력과 원초적인 모성의 힘을 아울러 갖춘 신비의 여인이다. 이성에 눈뜬 싱클레어의 연모의 대상이 되나, 깊은 정신적인 예지를 발휘해서 잘못 빠지기 쉬운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4) 프란츠 크로마 - 하층 계급인 양복점 주인 아들로 태어난 불량소년으로, 성격이 거칠고 악의 상징 같은 소년이다. 어린 싱클레어를 유혹하여 악의 길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그의 위협은 데미안의 출현으로 방해를 받는다.
(5) 피스토리우스 -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목사 집안에 태어난 청년이나, 일찍부터 신비적인 사상을 체득하여 싱클레어의 친구가 된다. 싱클레어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6) 크라우어 - 싱클레어의 동급생으로 섹스와 금욕에 고민하다가 자살 미수까지 저지르는 인물이다.
(7) 주제 : 자기 발견을 통하여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
3. 작품 해설
(1) [데미안]은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재출발을 다짐한 헤세의 제2의 처녀작이다. 그래서 헤세는 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싱클레어라는 익명을 썼다. 지금까지의 그의 명성에 기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결의에서 낸 이 작품은 토마스 만이 말한 것처럼 "우뢰와 같은 강한 감명을 주고 온 세상을 뒤흔들어 놓아, 무명 작가 싱클레어는 일약 베를린의 신인 문학상인 폰타네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헤세가 그 작가라는 것이 평론가 코로디에 의해 밝혀져 다음 해부터는 헤세의 작품으로 바뀌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싱클레어라는 이름은 헤세와 동향인인 광기의 천재 시인 휠더린의 친구로 독일에서 공부한 스코틀랜드계의 동명의 작가에게서 따온 것이다. 한편, "데미안"은 악령에 붙잡힌 것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마력을 지닌 데미안의 인도로 싱클레어 소년은 운명을 개척하고자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을 걸어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교의 신을 비롯해서 기성의 여러 가지 것, 특히 혼을 잃은 유럽 문명이 철저하게 비판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 [데미안]은 헤세 자신과 함께 유럽 문화가 거듭 나기 위해서 앓지 않을 수 없었던 진통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2) 이 작품은 1919년 '싱클레어 어느 소년 시절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장편 소설이다. 데미안에 의해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 구축해 가는 과정의 상징적이다. 이 작품은 일종의 교양소설(敎養小說)로, 한 인간의 자기 발견과정을 추구한 것으로 한 소년이 청년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이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내부에 두 개의 상반된 세계 속에서 괴로워한다. 신앙심이 깊고 예의 바른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은 선의 세계와 하녀·장인들의 입을 통해 듣는 부랑자·주정뱅이·강도 등의 악의 세계가 내면에서 대립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내면에 상반된 두 개의 혼이 위태로운 방황을 계속하지만 데미안으로부터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라는 메세지를 받고 자기 인식의 눈을 뜨게 된다.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운명의 목소리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3) 아프락사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술을 부리는 악마의 이름.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관례를 지니는 일종의 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을 포괄하는 이 신은 끊임없이 변화와 자연의 반항 속에서 창조적이고 지속적인 세계원칙으로서 군림하는 전우주적 존재로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하는 상징적인 신을 의미한다.
(4) 성장소설에 대한 간단한 풀이
① 성장소설 -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쳐 성인의 세계로 입문하는 과정에서 겪는 내면적 갈등과 정신적 성장,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각성의 과정을 주로 담고 있는 작품을 가리킨다. 지적·도덕적·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에 있는 어린 아이 혹은 소년의 갈등이 중심을 이루며 그가 자아의 미숙함을 닫고 일어서 자신의 고요한 존재 가치와 세계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깨달음의 과정을 문화 인류학자들은 통과제의·통과의례·성인 입문식 등의 용어로 표현한다. 그 대표적 작품이 헤세의 <데미안>인 것이다.
②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소설 - 자아의 세계에 대해 무지하거나 미성숙기의 주인공이 일련의 경험과 시련을 통해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이니시에이션 소설에서는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젊은 주인공이 성숙한 세계에 도달하도록 상반된 세계가 흔히 전제된다. 신화적 낙원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 순진함과 성숙, 어둠과 밝음의 세계가 대립되며 선 - 악, 미 - 추, 삶 - 죽음 등이 중심이 된다.
③ 교양 소설 - 주인공이 유년기로부터 여러 가지 경험을 거쳐, 흔히 하나의 정신적 위기를 거쳐 성숙과 이 세상에서의 자기의 동일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에 이르는 동안에 보이는 주인공의 정신과 성격의 발달을 다루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흔히 교양 소설은 교육 소설과 비슷한 용어로 사용된다.
4. 작품 <데미안>의 특징
(1) 내용의 측면 - 싱클레어는 10세 때 선과 악의 세계 속의 혼란에 빠져 방황하고 있었다. 이 때 구원자로서 데미안이 나타났고 그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과거를 깨고 보다 발전된 삶으로 각성하게 된다.
(2) 구성의 측면 - 서장(序章)과 8장으로 되어 있다. 제1, 2장에서는 소년 시절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감상적으로 그려 먼 훗날의 인생의 흐름과 함축성 있게 암시하고 있고 제3장에서부터 독심술(讀心術)의 꿈의 해석이 수시로 인용되고 신비로운 환상적 여운이 전편에 흐른다.
(3) 표현의 측면 - 작가의 젊은 시절의 초상이라고 할만큼 영혼의 성숙과정을 자전적(自傳的)으로 그려냈다. 신비주의적 동양 정신이 엿보인다.
5. 작가 탐구
(1) "시인이 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고 싶지 않다."라고 13세 때 선언하면서 그가 다니던 신학교를 뛰쳐나온 천부적 시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 ∼ 1962)는 정신적 방황과 혼미를 거듭하면서도 주옥같이 아름다운 시와 글을 썼다. 이 작품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수채화처럼 펼친 자전적(自傳的) 소설이다. 소년 시절의 즐거움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그의 고향 슈바벤을 배경으로 절실하게 묘사했으며, 엄격한 교육제도 아래서 희생되는 학생들의 창조적 개성을 폭로했다.
(2) 헤세가 이 소설에 대해서, "이 책에는 지난날 내가 체험한 어두운 생활의 한 조각이 숨겨져 있다."고 고백했듯이 이는 그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작가는 헤르만 하이르너와 한스를 1인 2역하면서 이 소설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제목은 "지치면 안돼요, 지치면 수레바퀴 밑에 깔리게 될 테니까"라고 친절한 체 하면서도 자기 잇속을 채우는 신학교 교장의 말에서 따온 곳이다. 이는 또한 최초의 연애 체험에서 엠마가 공격에 나서자 '수레바퀴에 깔린 달팽이처럼 더듬이를 감추고 껍질 속으로 파고들었다.'고 한 주인공의 심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것은 한편,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어, '죽고 싶을 만큼 비참한 기분으로 하루 온종일 시계만 훔쳐보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조그만 톱니바퀴를 문질러 대는'데 이 톱니바퀴 또한 하나의 수레바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한스는 학교와 사회의 '수레바퀴 밑'에서 '죽음의 그림자에 점차 끌려가게' 된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이 가련한 소년의 운명에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3) 동양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작가
[데미안]의 작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헤르만 헤세는 동양인의 심성에 더 어울리는 작가다. 그의 부친은 선교사였고, 모친은 동양학자의 딸로서 인도에서 출생한 경건한 여인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동서양의 정신을 꾸준히 탐색하여 훗날 괴테와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노자·공자·역(易)·선(禪) 등을 섭취하여 소위 '세계신앙'이라는 자신의 '도'에 도달했다.
그는 현대 독일의 양심을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에는 줄곧 인간 존재의 근원에 도사리고 있는 이원성의 대결, 서유럽 문화의 몰락과 동양적인 신비에의 동경, 영혼의 자유와 인간성의 고귀함 등이 나타나고 있다. 그가 추구한 것은 무엇보다 인간의 내부에 공존하고 있는 양면성을 발견하고 그 존재를 다 같이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통일과 조화로 이어지게 하려는 것이었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지극히 서정적이며 전원적인 시풍으로부터 출발한 그의 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며 '내면으로의 길'을 걷고 있는 구도자적(求道者的)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삶의 내실이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반복되는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그것은 제한된 시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도정이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헤세는 내면으로 가는 길을 발견하고, 뜨겁게 침잠하며 지혜의 핵심을 예감한 사람이었고, 자기 영혼과의 대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다. 후기에는 동양사상에 심취했는데, 이는 가정환경과도 무관하지 않으나 인간의 삶을 자신의 내면의 성찰로 본 그의 인생의 목표 때문이리라.
'Reading n See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앨빈 토플러 “제 3의 물결” (0) | 2021.04.24 |
---|---|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이건희 에세이) (0) | 2021.04.22 |
중국 상인의 성공하는 기질 74가지 (0) | 2021.04.22 |
‘상실의 시대’를 읽고~ (0) | 2021.04.22 |
“아침형 인간”을 읽고 (0) | 2021.04.22 |
댓글